첫 스텝 꼬아버린 그 놈, MP18. 처음에는 사진처럼 루거 P08용 탄창(32연발 드럼)에 맞는 규격이었다.
첫 스텝 꼬아버린 그 놈, MP18. 처음에는 사진처럼 루거 P08용 탄창(32연발 드럼)에 맞는 규격이었다.
비록 MP18은 루거 탄창에서 전용 박스형 탄창으로 바꾸고 나중에 MP28(사진)으로까지 개량됐어도 원래의 단열 급탄 방식 자체는 계속 유지한다.
비록 MP18은 루거 탄창에서 전용 박스형 탄창으로 바꾸고 나중에 MP28(사진)으로까지 개량됐어도 원래의 단열 급탄 방식 자체는 계속 유지한다.

 

(지난 이야기는 아래 관련기사 링크 참조)

스텐, MP40, 그리스건이 모두 복렬 장전/ 단열 급탄 방식의 탄창을 쓰게 된 시작은 1차 대전에 나온 MP18로 거슬러 올라간다. MP18은 원래 루거 P08용 탄창(달팽이형 드럼탄창)을 썼고, 때문에 단열 급탄에 맞춰 노리쇠등이 설계됐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루거용 탄창 대신 전용의 상자형 탄창이 개발됐어도 총 자체의 개조는 최소화 하려다 보니 그 탄창이 복렬 장전/단열 급탄으로 설계됐다. MP18이 MP28로 재설계됐어도 이 부분은 그대로 이어졌고, 나중에 MP38이 개발될 때도 MP28용 탄창 디자인을 베이스로 탄창을 만들다 보니 단열 급탄/복렬 장전의 특징이 그대로 이어졌다. MP38이 MP40으로 개량되어도 탄창은 거의 그대로였고….

근데 이게 스텐에 그대로 영향을 끼친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으로 SMG의 필요성을 느끼자 급한대로 샘플이 영국 안에 있던 MP28을 거의 베끼다시피 해서 란체스터 SMG를 만들었고, 이 란체스터를 베이스로 대대적으로 간략화한게 스텐이다. 근데 란체스터도 스텐도 워낙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MP28의 탄창 디자인을 별로 바꾸지 않았다. 

(실제로 스텐에 MP40탄창을 끼우면 쓸 수 있다. 반대로 MP40에 스텐 탄창은 들어가기는 해도 작동이 제대로 안된다)

MP28 탄창.
MP28 탄창.
MP28탄창의 기본 디자인을 이어받은 MP40탄창.
MP28탄창의 기본 디자인을 이어받은 MP40탄창.
MP28의 유전자를 이어받다 보니 MP40과의 탄창 호환성까지(제한적으로) 생겨버린 스텐 탄창.
MP28의 유전자를 이어받다 보니 MP40과의 탄창 호환성까지(제한적으로) 생겨버린 스텐 탄창.

 

간단하게 말해, 2차 대전까지 유럽 SMG의 족보가 MP18에서 출발하다 보니 MP18에서 꼬인 스텝이 나머지 총들까지 다 꼬이게 한 것이다. 심지어 대서양 건너까지 말이다. 바로 그리스건 탄창이다.

미국의 그리스건 탄창도 복렬 장전/단열 급탄이다. 왜 복렬 장전/복렬 급탄의 톰슨 탄창을 만든데다 대량으로 운용까지 하던 미국이 그리스건에서는 굳이 이렇게 했을까.

일단 톰슨 탄창을 그대로 쓴다는 선택은 불가능했다. 그리스건은 철판 프레스로 최대한 싸게 만들 총이었다. 근데 톰슨 탄창은 탄창 삽입구 부분에 레일을 필요로 하는 디자인이다. 프레스 가공으로 이걸 만드는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가능하다 쳐도 상당한 공정이 추가되므로 생산성에는 악영향이 간다. 따라서 어쨌든 톰슨 탄창과는 다른걸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왜 하필 복렬 장전에 단열 급탄? 이게 또 스텐 때문(따지고 들면 MP18때문)이다.

그리스건 탄창은 기본적으로 크기만 키운 스텐 탄창이다.
그리스건 탄창은 기본적으로 크기만 키운 스텐 탄창이다.

 

원래 그리스건은 스텐과 호환성을 어느 정도 가지게 만든 총이다. 총열, 노리쇠를 바꾸고 탄창 삽입구에 어댑터를 끼우면 스텐 탄창을 넣고 9mm탄을 쏠 수 있다. 이렇게 되니 아무래도 .45ACP를 쓰는 기본 상태에서도 단열 급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리스건의 탄창을 설계할 때 급하게 하다 보니 스텐 탄창을 강하게 참고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처럼 MP18 하나로 인한 나비효과가 예상보다 넓게 퍼져버렸는데, 그래서인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새로 개발된 SMG탄창들은 영국의 스털링도 포함해서 대부분이 복렬 장전/복렬 급탄이다.

하지만 예외가 생각보다 많다. 프랑스의 MAT-49처럼 MP40탄창을 베이스로 탄창을 디자인하거나 아예 MP40탄창을 그대로 쓰게 만드는 총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90년대에 크로아티아가 디자인한 알카 m93도 MP40탄창을 베이스로 탄창을 디자인할 정도였으니, 총기 설계에서 한번 스텝이 잘못 꼬이면 그 영향이 정말 오래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요즘 글록 탄창을 쓰는 SMG/PCC들이 늘어나면서 본의아니게 복렬 장전/단열 급탄이 SMG계에 부활해 버렸다. 글록 탄창은 SMG용으로 적합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워낙 흔해지다 보니 본의아니게 SMG/PCC에 사용되는 사례가 늘어나 버린 것이다. 이렇게 역사는 뜻하지 않은 쪽으로 반복되는가 보다.

글록 탄창이 인기있는 이유는 이게 좋아서라기 보다는 흔해져서다.
글록 탄창이 인기있는 이유는 이게 좋아서라기 보다는 흔해져서다.
B&T의 APC9K. 글록 탄창 호환 버전.
B&T의 APC9K. 글록 탄창 호환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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