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Forgotten Weapons"에 진귀한 리엔필드 소총의 일화가 소개됐다.

1차 세계대전 중 많은 병사들이 참호 생활의 지루함, 혹은 절박함을 감추기 위해 '참호 예술'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창작활동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소총에 이번에 소개하는 정도의 '작품활동'을 한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을까.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앙리 르코르는 1915년에 캐나다군 제22연대에 지원했고, 신병훈련때부터 지급받은 소총의 목제 스톡에 '예술활동'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무려 훈련병 주제에 지급받은 로스 소총에 '조세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그걸 각인해 버렸으니 말이다.

당연히 호된 질책을 받고 유럽으로 파병된 그는 현지에서 지급받은 리엔필드 소총에 "로잘리"라는 이름을 붙인 뒤 그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는 소속 연대명은 물론이고 그가 경험한 모든 전장의 이름과 기타 문양들을 조각했다.

1918년 중순까지 그는 무려 14곳의 주요 전장을 겪는 고참병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두 번이나 '예술'이 발각되는 바람에 처벌받았지만 처벌 수위는 벌금 정도에 그쳤다. 비미 등 가혹한 전장에서 십여차례나 살아남아 2년이나 버틴 정도의 고참병쯤 되니 그런게 아닐까?

참고로 그는 자신의 총 왼쪽에만 '예술 활동'을 벌였다. 세워총 자세를 할 때 보이는건 오른쪽이라 최대한 덜 들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1918년에 그는 심한 부상을 입고 후송되었으며 '로잘리'는 행방불명됐다. 그렇게 해서 그와 총의 인연은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로잘리'는 전장 정리를 하던 영국군이 수거한 뒤 영국의 엔필드 조병창에 정비를 위해 보내졌다. 그 곳에서 직원들은 이 독특한 총을 발견하고는 따로 보관했고, 조병창 사령관이 이걸 사무실에 장식해 30년간 그 곳에 있었다.

그러다가 2차 대전중 엔필드 조병창을 방문한 캐나다 22연대의 장교가 이 총을 발견하고는 -부대명까지 적혀있으니- 이 총을 '귀국'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1950년에는 캐나다의 시타델 군사박물관에 이 총이 기증되어 전시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56년, 르코르는 이 박물관을 관람하다 거의 40년만에 잃어버린 '로잘리'를 다시 만나게 된다. 무려 40년 뒤였지만 총번을 잊지 않고 있었다고...

오리지널 '로잘리'는 현재도 전시되어 있으며, 촬영된 총은 박물관측에서 따로 만든 레플리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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