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육군은 기존의 제2 보병사단을 제2 신속대응사단으로 개편해 재창설했다고 발표했다. 신속대응사단은 과거에 ‘공정사단’으로 편성될 예정이다가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신속대응사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원래의 2사단은 해체되었고 현 2신속대응사단은 기존의 2개 특공여단을 주축으로 재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래 공정사단으로 재편성될 예정이던 부대가 ‘신속대응사단’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우리 군이 처한 한계를 보여준다.

원래대로라면 ‘공정사단’은 미국의 82나 101 사단 못잖은 공수사단 혹은 공중강습사단으로서 전면전 상황에서 적의 종심 깊숙히 침투해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야심찬 임무를 전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명칭도 ‘신속대응사단’이고, 언론에서도 “테러와 재난 등 비전통 위협 대응과 국지도발 상황에 즉각적으로 투입”된다고 보도중이다. 

사실 공정사단이라는 개념은 우리 현실에서는 거의 ‘환상’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였다. 사단급 부대를 공정부대 혹은 공중강습부대로 운용하려면 필요한 수송기나 헬기의 숫자가 우리 보유 수량으로는 택도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꿈은 컸지만.... 원래는 미국 101 공중강습사단이나 82 공수사단같은 제대로 된 공정부대를 꿈꿨다
꿈은 컸지만.... 원래는 미국 101 공중강습사단이나 82 공수사단같은 제대로 된 공정부대를 꿈꿨다

 

한 예로 미국의 101 공중강습사단은 보유 헬기의 숫자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기동/수송헬기만 해도 200대 정도의 숫자로 알려졌다. 현재 이 사단 예하에 있는 치누크 헬기의 숫자만도 36대로, 우리 육군과 공군이 보유한 치누크 숫자 전체를 합쳐야 이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육해공군이 보유한 블랙호크와 치누크 헬기를 단 한대도 빠짐없이 동원해야 “이론적으로는” 101 공중강습사단 수준의 강습능력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우리 군에서 전시에 헬기 쓸 일이 한개 사단만 있는게 아닐테고, 또 블랙호크와 치누크는 전시에 엄청나게 수요가 많을 기체들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단 하나만을 위해 이것들을 통채로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솔직히 공정사단이라는 개념은 현실을 도외시한 사실상의 환상이었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우리 군 상황에서는 여단급 부대조차 일부에서 주장하는 ‘적 종심 교두보 확보부대’로 운용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적 종심에 투입되어 교두보(이럴 경우라면 ‘공정보’라고 해야겠지만)를 확보할 능력은 여단급이라고 해도 절대로 우습게 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간에서 작전중인 치누크. 미 육군은 101사단 하나에 우리 군 전체 보유 수량에 근접하는 대량의 치누크를 배정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작전중인 치누크. 미 육군은 101사단 하나에 우리 군 전체 보유 수량에 근접하는 대량의 치누크를 배정하고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공정사단 개념이 거론될 때 우리가 도입할 필요가 제기됐던 장비가 독일의 비젤 경장갑차다.

그런데 이걸 운용한 독일군은 분단된 구 서독 시절에 이걸 사단급 부대가 아니라 여단급 부대에서 운용했다. 그리고 이 여단급 부대의 임무는 적 후방 종심타격이나 교두보 확보같은 거창한 임무도 아니고 순전히 ‘기동방어’였다. 아직 적이 점령하지 않은 곳에 신속하게 투입되어 방어거점을 확보하는 것이었지, 적 후방 교두보(공정보)확보같은 어마어마한 꿈은 꾸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소박한’임무의 여단급 부대를 위해 독일군이 운용했던 헬기 전력은 무려 112대의 CH-53G였다. 물론 이 숫자 전부가 공중강습 여단을 위해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랬다. 전군이 40대 조금 넘는 치누크밖에 보유하지 못한 우리 입장에서 비젤을 가지고 사단급 부대를 운용한다니, 모르기는 해도 우리의 논의를 독일군 관계자들이 봤으면 꽤나 황당해 하지 않았을까.

독일의 비젤2 장갑차. 현실은 이 정도의 작은 장갑차량도 우리 군에서 충분히 공중강습이나 공정부대용으로 여단급에서 실전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단급은 말할것도 없고 말이다.
독일의 비젤2 장갑차. 현실은 이 정도의 작은 장갑차량도 우리 군에서 충분히 공중강습이나 공정부대용으로 여단급에서 실전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단급은 말할것도 없고 말이다.

치누크같은 대형헬기만 문제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수송능력과 항속거리가 받쳐주는 블랙호크는 수명연장을 포기한 탓에 앞으로의 가동률이나 실제 능력등이 유지될지 걱정이고, 수리온은 수송능력과 항속거리 모두 대규모 공중강습 작전의 서포트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수리온을 대형화하고 성능개량한 신버전을 개발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지만, 그런 식의 신기체 개발이 이뤄지면 아무리 기존 수리온을 베이스로 한다 해도 과연 기존 블랙호크의 성능개량이나 동일 성능 해외기체 도입보다 싸게 먹힐지는 미지수다(업체야 당연히 싸게 먹힌다고 주장하겠지만, KFX도 원래 장담대로면 개발비를 제외한 양산 단가는 대당 600억원대로 F-16 성능개량형보다 많이 저렴했다. 지금은 얼추 800억원대). 

게다가 그런 수리온 확장형이 완성될 시기면 유럽이나 미국등 선진국은 현재의 헬기 개념을 앞선 차세대 헬기를 도입하기 시작할 때다. 수리온은 아무리 확장형을 만들어도 기본 설계가 이미 30년이 넘은 구세대 기체다. 자칫 육군 항공의 능력을 구세대 기체에 묶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애당초 육군이 블랙호크 성능개량을 포기한 이유중 하나도 그 재원을 기존 수리온의 동력계통 개량에 돌리고 나중에 아예 블랙호크 후속기체를 제대로 된 미래 기체로 도입하려는 뜻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리온 확장형이 치고 들어오면 제대로 된 미래형 기체를 도입할 재원은 오랫동안 마련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헬기를 이용한 공중강습부대가 아닌 공정부대(공수부대)는 어떨까. 그것도 택도 없는 이야기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수송기 전력의 숫자만으로도 그냥 '꿈 깨라'고 해야 할 수준이다. A-400M같은 신형 기체가 도입된다 해도 사단급은 택도 없는 이야기다.

결국 아무리 봐도 전면전에 동원할 사단급 공정부대 혹은 공중강습부대라는 개념은 우리 현실에서는 적용하기 힘들다. 헬기 숫자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헬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이를 운용하는 병력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헬기 자체를 사는 돈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앞으로도 신속대응사단은 원래 ‘꿈’인 전면전용 공정사단이기 보다는 기존의 특공여단 개념을 조금 더 확장한 수준의 작전을 하는 정도에서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지난 수년간 있었던 ‘공정사단’ 논의와 현재의 결과물은 실제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창한 꿈이 얼마나 공허한지 잘 보여주는 일 아닐까. 현실적인 능력이 안되니 꿈은 미국 82사단이나 101사단인데 결과물은 ‘신속대응사단’이라는 애매한 명칭에 능력도 어떨지 딱 부러지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있다. 앞으로는 이런 ‘꿈만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라 실제 가능한 청사진을 중심으로 군 전력 개편을 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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