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퍼레이드에서 공개한 정체불명의 대전차 화기(로 추정되는 놈).
북한이 최근 퍼레이드에서 공개한 정체불명의 대전차 화기(로 추정되는 놈).

북한은 지난 1월 중순(주: 1월 14일 밤)에 또 열병식을 했다. 작년 열병식으로부터 3개월 밖에 안된 타이밍이다. 도대체 뭐 때문에 전례없이 잦은 열병식을(그것도 코로나 와중에) 하는지 의문이지만, 얼마 안된 상황이라 그런지 탄도미사일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것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 눈길을 끈 것이 있다. 바로 “RPG 유탄발사기”다. (추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번에 처음 나온 것 같지도 않지만, 흔히 나오던게 아닌 것은 사실이다)

RPG 유탄발사기?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지 진짜 그렇게 불린다는건 아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뜬금없이 튀어나온 것이지만, 단발 유탄발사기 내지는 최루가스탄 발사기처럼 생긴 물건의 앞에 아무리 봐도 RPG-7의 탄두로 보이는 것이 끼워져 있다. 한마디로 ‘RPG 탄두를 쏘는 유탄발사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건 뭘까. 이것을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김정은 정권 초기에 공개된 홍보 사진이다. 당시 그는 뭔가 유탄발사기처럼 생긴 것을 들고 있는데, 그 앞에 몇 종류의 RPG-7 탄두가 놓여있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일부에서는 그것이 그냥 유탄발사기가 아니라 RPG-7 탄두를 꽂아 쏘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는데, 아무래도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ㅋ” “ㅋㅋ” 인 상황같다.

 

수년 전 북한이 공개한 홍보사진.
수년 전 북한이 공개한 홍보사진.

일단 해당 홍보사진이나, 이번 퍼레이드에 목격된 것이나 발사기 자체는 영국이나 미국 경찰이 사용하는 구형 최루탄 발사기에 가까운 모양이다. 그걸 기초로 만든 유탄발사기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 RPG-7탄두를 발사하는게 일단 가능은 할까.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다. RPG-7의 탄두는 처음부터 로켓으로 발사되는게 아니다. 발사 자체는 탄두 뒤에 꽂아놓는 추진장약(흑색화약)을 터뜨려 그 반작용으로 이뤄지고, 로켓의 점화는 탄이 사수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거리(약 10m)까지 날아가야 이뤄진다. 그러지 않고 처음부터 로켓 자체의 힘으로 발사되면 사수가 화염을 뒤집어 쓸 수 있으니 사수가 큰 부상을 입거나, 번거로운 보호수단을 따로 찾아봐야 한다(실제로 초기의 바주카는 사수가 방독면을 쓰고 쏴야 했다).

즉 유탄발사기 형태의 발사기라도 추진장약의 폭발력과 반동을 발사기와 사수가 견딜 수 있다면 RPG-7 의 탄을 발사하는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추진장약은 흑색화약인 만큼 발사기의 내구성이 그 폭발 압력을 버티게 만드는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반동은 별개 문제지만, 그 문제는 뒤에서 다뤄보자.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걸 만들었을까. 이미 RPG-7을 엄청나게 많이 쓰는 그들이 말이다. 결국 말을 안하니 머리를 굴려 이유를 짐작할 수 밖에 없다. 그냥 특이해 보이려고 이랬을 턱은 없고, 왜 일까.

가장 확실한 이유는 바로 “어디서나 쏠 수 있다”는 것이다. 뒤가 막혀있는 유탄발사기면 후폭풍 걱정이 없다. 즉 건물 안이든 벙커 안이든 뒤에 아군이 있든 위를 향하든 아래를 향하든 앞만 걱정하고 쏘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발사 장소의 제약이 적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RPG등의 무반동 화기들은 후폭풍으로 인해 발사할 장소 찾는데 나름 제약이 있다. 특히 은/엄폐에 유리한 건물같은 장소들에서의 사격에 제약이 크다. 그게 거의 없다는 것은 분명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차 대전 당시 영국이 사용하던 PIAT는 후폭풍이 없어 거의 어떤 곳에서라도 쓸 수 있었고, 그것이 상당한 이점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 분들은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그렇게 좋은데, 왜 지금 북한만 저런걸 쓰지?”

그렇다. 이런 유탄발사기 형식의 대전차 화기가 그토록 좋았으면 진작에 메이저가 됐을 것이다. 근데 지금까지 아무도 안 쓰다 북한에서만 ‘갑툭튀’했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반동’이다.

세상 모든 것은 작용-반작용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뭔가 발사되면 반동이 생긴다. 그리고 그 반동은 발사되는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크게 늘어나게 마련이다.

군에서 유탄을 쏴 본 분들은 그 반동이 제법 있다는걸 잘 아실 것이다. 근데 40mm 유탄의 발사체 중량은 백 몇십그램에 불과하다. 그러면 RPG-7용 발사체는? 2kg을 훌쩍 넘는다. 이걸 RPG-7의 탄속 그대로 발사한다 치면 110m/s가 넘는다. 근데 40mm 유탄은 대략 70~80m/s정도에 불과하다. 자 그러면 40mm유탄과 비교해서 이 북한제 ‘RPG 유탄발사기’의 반동은 얼마나 나올까. 

발사 자세와 발사 장소의 제약을 감수하고도 후폭풍이 뒤로 뿜어지도록 RPG-7이나 M72같은 무기를 ‘무반동’화기로 설계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육중한 탄두를 일반 발사장치에서 쏘면 그 반동을 사람이 견착해서 쏘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가능하다 치면). 앞서 영국의 PIAT를 언급했는데, PIAT는 그나마 내부에 반동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스프링이 들어있다. 그런데도 반동이 심하다는 점 때문에 늘 불평의 대상이었고, 결국 2차 대전 뒤에는 개량을 포기하고 6.25 당시에는 미국으로부터 바주카를 얻어 썼다.

물론 북한의 이 정체불명의 발사기가 원래의 RPG-7과 같은 탄속으로 발사된다는 보장은 없다. 탄속을 더 낮춰서 반동을 낮추려고 했을수도 있다. 추진장약을 약하게 하면 가능하니 말이다. 또 탄두 자체가 RPG-7과 완전히 같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외관은 RPG-7과 비슷해 보이지만 아예 로켓추진 기능같은걸 빼서 경량화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면 사거리는 많이 떨어지겠지만, 정말 시가전등의 지근거리 전투만 생각해서 30~50m 정도 범위까지만 쓸 작정이면 아주 말이 안되는 설정도 아니다(어차피 탄속을 낮추면 로켓 추진 기능은 의미가 없다- 탄속이 원래의 RPG보다 많이 느려지면 로켓 모터가 점화되는 10m 위치에서 원래 조준했던 축선과는 크게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이란이 공개한 AK소총 장착형 대전차탄 발사기. 일종의 소총 부착형 사거리 단축 RPG같은 개념이다.
이란이 공개한 AK소총 장착형 대전차탄 발사기. 일종의 소총 부착형 사거리 단축 RPG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남북한 모두 도시화가 만만찮게 진행된 환경이고, 특히 북한군이 주 전장으로 생각할 우리나라의 수도권이면 30~50m정도의 사거리도 우습게 볼 상황은 아니다. 사거리는 짧지만 후폭풍 걱정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발사 위치를 잡고 쏠 수 있다면 시가전 상황에서는 짧은 사거리의 약점을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방식의 발사기가 이란에서도 공개된 바 있다. 이미 재작년(2019)의 이야기로, 이란의 경우는 AK소총에 유탄발사기처럼 거치해 쏜다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즉 사거리를 포기하면 후폭풍 없이 RPG-7탄두 혹은 그와 유사한 탄두를 발사한다는 것이 나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반동이 상당한 수준일 가능성은 높고, 그만큼 실용성에 대해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함부로 우습게 보는 것도 곤란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우리는 저런걸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저걸 경계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물론 정확한 정보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추측 수준에 불과한 조심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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