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재블린 미사일
우크라이나의 재블린 미사일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게임체인저’는 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있는줄 알았는데 없다’.

개전 초 한 달 정도는 드론이네 바이락타르네 재블린이네 NLAW네 등등이 게임체인저 대접을 받았다. 전차와 재래식 무기는 다 죽었고 드론과 미사일이 구닥다리 전차와 대포등등을 사냥하는게 미래 전쟁인줄 알았다.

그러나 개전 120일이 지난 지금, 게임체인저인줄 알았던 것들이 초기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락타르는 타격임무를 거의 못하는 관측/정찰 드론이 되어가고 있는데다 활동범위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재블린과 NLAW가 러시아군 전차를 꾸준히 파괴는 하고 있지만 3~4월 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는 내지 못하는 듯 하다.

오히려 5월 중순 이후 전장은 1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참호전과 재래식 포병이 중심이 된 화력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드론과 미사일이 구닥다리 전차와 대포등을 사냥할거라는 예측은 참호에 포탄을 퍼붓고 보병이 돌격하는 현실 앞에 무력해졌다.

왜 이럴까. 어떻게 보면 그 동안 ‘게임체인저’ 취급을 받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게임체인저가 아니라는 증거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3~4월에 러시아군이 고전한 것도 우크라이나군의 신무기들 때문이라기 보다는 러시아가 과욕을 부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가장 고전한 전역은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로 대표되는 북부전선이다. 

러시아군은 이 전역에 투입 전력과 병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하는 도박을 했지만 너무 넓은 영역에 흩어진 탓에 병력과 장비 밀도가 크게 낮았고, 또 군수지원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러시아군의 최대 장점인 포병화력의 발휘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드론으로부터 방어할 방공자산도 숫자에 비해 너무 넓게 퍼지면서 바이락타르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물론 러시아군도 보전합동을 무시하고 작전하는 등 심한 무능력을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밀도’였다.

러시아군 포병 자주포.
러시아군 포병 자주포.

 

지금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은 그런 약점을 최대한 없애고 작전중이다. 훨씬 좁은 지역에 병력과 화력이 집중되어 있고, 자연히 지대공 미사일등의 방공자산도 밀집하면서 바이락타르 정도의 취약한 무인기는 생존을 보장받기 힘들다. 또 전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들에 철도등을 통한 보급선이 확보되어 있어 취약한 야전 군수지원 능력을 만회할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군 자신도 어느 정도는 교훈을 얻어 초기보다는 보전합동등의 기본을 어느 정도는 지키고 있고, ‘터미네이터’등의 최신 장비도 투입하는 등 예전만큼은 어리버리하지 않다.

한마디로 러시아군의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진 셈인데, 이렇게 되자 그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줬던 우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러시아군의 화력 우세 앞에서는 재블린이라고 어째 볼 도리가 없다- 재블린이 사거리가 길다 한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퍼붓는 포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은 드론과 미사일등의 '게임체인저'에 의한 비대칭전으로 미래 전장의 양상이 크게 바뀔거라 성급하게 예상했던 일부 서방측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에 대해서도 이런 비대칭형으로 방어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바뀐 현재의 상황은 이런 주장을 많이 위축시키지 않았을까?

물론 드론이나 미사일등의 신무기가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러시아군도 드론과 신형 대전차 미사일등을 꾸준히 투입하면서 무시 못할 전과를 내고 있다. 특히 드론과 기존 포병 화력이 결합하면서 얻는 시너지 효과는 주목할만 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조차 전쟁 제1 단계에서 “재블린을 적을 막는거고, 죽이는건 포병”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일찍부터 재래식 포병을 중시했고 이제는 전황을 포병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미사일과 드론이 전차를 없애버릴 게임체인저라는 식의 주장을 아직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크라이나 상황을 다시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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