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 당시, 진짜 전차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아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영국이래봐야 전쟁 내내 전차로 실전 경험한 기간이 2년밖에 안되고, 그보다 늦게 내놓은 나라들이야 설명이 必要韓紙?

그 와중에 늦게 참전한 미국도 갈팡질팡은 당연한 이야기. ‘선배’인 영국과 프랑스가 하는걸 잘 보다가 프랑스의 르노 FT-17을 봅니다(미국은 이걸 자국내에서도 라이센스 생산해 1차 대전의 미군 주력전차로 씁니다만). 그래 작은거 잔뜩 만들자! 그래서 탄생한게 포드의 3톤 M1918 전차입니다.

무게가 3톤밖에 안 됩니다만 보시다시피 엄청나게 작습니다. 두 명도 간신히 들어가죠. 아마 1차 대전 당시 사람들의 왜소한 체구로도 여기 들어가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뭐 현대인이 어떤지는… 직접 보시면 압니다(10분~11분 사이).

M1918은 미국이 최초로 개발한 전차입니다만, 정말 작고 가볍습니다. 딱 두 명이 타는데, 한 명은 조종수 겸 전차장, 또 한명은 기관총 사수죠. 기관총은 M1919(예. 브라우닝의 공랭식 캘리버 30)이 들어갈 예정이었고 여기에 기관총 탄약 550발이 적재됩니다. 정말 앞으로 기관총 쏘는거,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물건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생산하고 전력화해야 하다 보니 엔진은 당시 포드 자동차에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던 모델 T 승용차용 4기통 엔진이 달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콩알만한 전차라도 승용차 엔진으로 굴리기는 힘드니, 그걸 두 대 답니다. 좌우 궤도에 엔진도 하나씩, 변속기도 하나씩. 그래봤자 둘 합쳐서 45마력. 그래서 겨우 3톤밖에 안되는게 속도가 13km/h밖에 안 나옵니다만… 그래도 그 시대의 전차로는 매우 빠른 편입니다. 빠르다던 르노 FT-17도 8km/h나오던 시절이라 말이죠.

물론 조종은 쉽지 않습니다. 조종수는 두 개의 변속기를 다뤄야 하니 말이죠. 게다가 자동변속기 있던 시절도 아니니 조종에 꽤 애를 먹었을 겁니다. 페달이 세 개, 레버는 네 개를 다뤄야 합니다. 

미군은 원래 이걸 15,000대 만들어서 프랑스의 전장을 뒤덮을 꿈을 꿨습니다. 하지만 미군도, 한때 관심을 보였던 프랑스군도 이런 전차를 대량생산하느니 그냥 잘 쓰고 있는 르노 FT를 더 만들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꿉니다. 그래도 프랑스군은 “이걸 전차로는 못 써도 75mm 야포 견인용 트랙터로는 쓸만하겠다”라고 생각해 1,500대를 주문합니다.

…하지만 여차저차 하는 사이에 1차 대전은 끝납니다. 그래서 결국 처음 만든 15대 이외에는 한 대도 안 만들고 끝. 그러는 사이에 100년 넘게 흘렀고, 지금은 미국 내의 박물관 두 곳에 각각 한 대씩 실물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덩치 큰 아일랜드계 전직 미군 전차병이 그 중 한대에 구겨져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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