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비행기를 꼽으라면 늘 수위권에 들어가는 비행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팬도 많고, 세계에서 가장 멋진 비행기 중 하나에도 늘 들어가는 비행기가 있죠. 바로 '슈퍼 거피' 입니다.

거피(구피)는 아시다시피 열대어입니다. 그리고 이 비행기의 모습을 보면 왜 구피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금방 알 수 있죠. 이 기체의 전신으로 1962년 첫 비행해 1979년까지 나사에서 운용한 '프레그넌트 거피'는 말 그대로 '임신한 거피'인데, 아래 사진을 보시면 정말 왜 그리 불리는지 설명이 必要韓紙? 싶습니다.

위 사진이 열대어 라인업(?)의 1호기인 프레그넌트 거피. 보잉 377 여객기(아래)의 동체를 앞뒤로 늘리고 위를 엄청나게 부풀린 다음 동체가 갈라지게 해서 우주개발에 사용되는 로켓등의 대형 부품을 분해하지 않고 싣고 날아가게 만든 것입니다.

왜 이런 비행기가 나왔을까요. 바로 나사(NASA)의 우주개발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나사(NASA)는 아폴로 프로그램에 사용될 각종 기자재를 운반하면서 새로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국 서해안 지대의 캘리포니아등에서 만든 구성품을 동부의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이프 커내버럴 발사기지로 옮겨 조립하려면 어떻게 옮기냐였죠.

워낙 덩치가 크니 육로 수송은 쉽지 않은데다, 초정밀 가공품들이니 길에서 지내는 시간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당연히 배로 보내는 것도 쉽지 않죠. 아무리 파나마 운하가 있어도 태평양에 있는걸 대서양으로 옮기면 당연히 시간도 길고, 거기다 기후 변화등으로 운송중 파손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어쨌든 프레그넌트 거피는 이런 용도에 딱 알맞은 기체였고, 호평을 받으며 1979년까지 쓰였습니다. 나사는 이 기체의 활약을 보고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슈퍼 거피를 만들게 됩니다.

C-97J
C-97J

1965년에 등장한 슈퍼 거피는 피스톤 엔진을 사용한 전작인 프레그넌트 거피와 달리 터보프롭 수송기인 C-97J를 개조한 물건입니다. 원래도 동체 위가 좀 뚱뚱한 놈이기는 하죠(아래 사진 참조). 이 C-97J는 보잉에서 만든 군용 수송기인 C-97의 터보프롭 버전인데, C-97은 또 유명한 폭격기 B-29의 바리에이션이기도 합니다. 이걸 베이스로 앞서 언급한 여객기인 보잉 377이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하여간 조금 복잡한 족보입니다만 여기서 그거 전부 다 따지기는 그러니 패스.

위 사진이 슈퍼 거피. 지금 아폴로 우주선의 사령선을 싣고 있습니다.

슈퍼 거피는 1호기인 슈퍼 거피, 그리고 2~5호기인 슈퍼 거피 터빈(이 기체들은 원래 터보프롭이던 C-97J를 개조한게 아니라, 피스톤 엔진을 쓰던 보잉 377 여객기를 개조한 뒤 터보프롭 엔진으로 교체)이 만들어졌는데, 재미있는건 4~5호기는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에어버스 여객기는 유럽 각국의 업체들이 나눠서 구성품을 만들고, 그걸 프랑스의 조립공장으로 가져가 조립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최대한 빨리, 파손없이 실어나를 교통수단을 찾다 보니 미국의 슈퍼 거피가 떠오른거죠. 

에어버스사는 미국에서 슈퍼 거피 두 대를 구입했고, 이걸로 1970년대 초반부터 열심히 비행기 구성품들을 실어나르다 아예 이 기체의 권리 자체를 사온 뒤 두 대를 프랑스에서 추가로 개조해 4대의 슈퍼 거피를 열심히 운용했습니다. 이 기체들은 1995년까지 운용되다가 나중에 A300 벨루가 수송기가 만들어지면서 퇴역했죠.

1990년대 중반부터 운용된 에어버스 벨루가. 5대 개조.
1990년대 중반부터 운용된 에어버스 벨루가. 5대 개조.

이렇게 만들어진 5대의 슈퍼 거피 시리즈 기체들 중 최초 기체인 슈퍼 거피는 현재 애리조나주 투싼의 피마 항공우주 박물관에 전시중이고, 한 대는 폐기처분됐으며 두 대는 현재 프랑스와 독일에서 각각 전시중입니다. 마지막 한 대는....

놀랍게도 아직 현역입니다 여러분. 시작에 있는 동영상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현재도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이야기죠.

현재도 시리얼 넘버 0004번 슈퍼 거피 터빈이 NASA에서 운용중이고, 지난 8월 10일에도 로켓 관련 기자재를 싣고 비행중인 모습이 NASA에 의해 공개됐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프랑스에서 생산된 기체일테니 그걸로만 따져도 40년이 된 기체지만, 원형이 된 보잉 377 여객기는 마지막에 생산된게 1950년이니 70년이 훌쩍 넘은 클래식인 셈이죠. 현재 보잉 377/ C97계열 기체로는 유일하게 현역 운용중인 기체이기도 합니다.

위 두 사진은 나사에서 공개한 8월 10일자 사진입니다. 현재 유일하게 운용중인 이 슈퍼 거피, 앞으로도 한동안 운용할 것 같은데요. 언젠가 저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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