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간 총기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바로 '스마트건'이다.

스마트건은 간단하게 말해 "원래 주인이 아닌 사람이 쏘지 못하게 만든 총"이다. 지난 30년 사이에 여러 업체들이 전자기술을 이용해 이를 실현시키려 했으나(콜트도 S&W도 스마트건 시제품을 만든 과거가 있다)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실패한 이유는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 한계였다. 총을 쓰는 상황은 목숨을 거는 상황인데, 자칫하면 총 주인조차 필요할 때 못 쏠 가능성이 늘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가장 흔한 방식은 특수한 반지나 시계등을 사용자가 차고 총이 그것을 인식해 안전장치가 해제되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 방식들은 결국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판정을 받아왔다.

아마틱스 iP1 (Aromatix)
아마틱스 iP1 (Aromatix)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됐던 스마트건은 독일에서 만든 아마틱스 iP1이었는데, 이 총은 총 자체도 실용성이 낮은 .22LR구경의 권총인데다 특수제작된 시계를 인식하는 RFID기술도 실용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결국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바이오파이어(Biofire)사에서 어쩌면 최초의 실용적인 스마트건일지도 모르는 총을 발표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총 예수님'을 불러 동영상까지 찍게 했다(위)! 

이 총은 상표명 자체부터 스마트건이다. 바이오파이어의 스마트건은 생체정보를 직접 인식해 총 주인이 누구인지 인식하는 방식이다. 기존과 달리 사용자의 몸 자체가 총의 잠금을 해제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기존의 다른 스마트건 대부분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 

지문과 안면인식이라면 대단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스마트폰에 흔히 쓰이는 기술이니 권총에 적용될 만큼 소형화되었다고 해도 신기할 것은 없는 시대다.

바이오파이어 스마트건 (Biofire)
바이오파이어 스마트건 (Biofire)

이 총은 먼저 지문으로 사용자를 인식한다. 지문 인식이 어려운 상황이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한다. 총 후방의 카메라로 안면인식을 수행하며, 카메라 자체에 적외선 LED가 달려있어 빛이 없는 곳에서도 인식이 가능하다. 참고로 지문의 경우 한번 인식이 되면 총을 놓지 않는 한 손가락을 지문 센서에서 떼어도 계속 총의 사용이 가능하며, 총을 놓았는지 잡았는지의 여부는 레이저 센서(총을 잡았는지 아닌지를 판단)와 중력센서(총의 위치를 판단)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판단한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방아쇠와 공이 사이에 기계적 연결이 없는 전자식 방아쇠라는 점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전자석을 이용해 시어가 풀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설령 총이 탈취당해도 탈취범이 쉽게 총을 사용하게끔 안전장치를 우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또 지문 등록및 얼굴 등록도 인터넷이 개입하지 않는 100% 오프라인 상태에서 이뤄지므로 개인정보가 해킹등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없다.

(Biofire)
(Biofire)

총 자체는 기존의 총기를 개조한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고 한다. 기존 총기를 개조하는 것으로는 부피와 무게를 그나마 실용적인 한계 안에서 맞추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총은 꽤 덩치가 있는데, 그래도 9x19mm의 15연발 탄창을 사용하므로 방어용으로의 사용은 가능한 위력을 가진다.

제작사측은 이 총을 군경 시장에 판매할 목적도 아니고, 심지어 민간에서도 휴대 호신용 권총으로 팔 생각은 아니라고 한다. 부피등의 한계가 있으니 처음부터 '집에 놔두는 가정방어(홈디펜스)용' 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가정방어용이면 필요할 때면 들면 되니 부피와 무게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고, 반면 도난이나 어린이의 잘못된 사용같은 우려가 있으니 이런 스마트건이 나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이게 과연 최초의 실용적인 스마트건이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가격 자체도 우리돈으로 거의 200만원에 가까운(최저가 $1,499 예정) 금액이라 얼마나 팔릴지 장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기존의 제품들과 달리 다른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실용 기술을 적용한 만큼, 주목할 가치는 충분히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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