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는 퇴역한 F/A-18 호넷 전투기들 40여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 하고 있다. F-16의 지원이 이미 확정된 상황이라 이것도 우크라이나행이 거의 확정적이다.

그런데, 이 기체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F-16보다 더 요긴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비행장 사정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비행장들은 대체로 활주로나 각종 시설의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러시아제 기체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이런 상황에서도 운용될것을 전제로 설계했지만, 과연 F-16이 이런 우크라이나의 평균적인 공군기지 여건에서 원활하게 작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지만, 열악한 기지여건이 진짜 문제라면 F/A-18이 여기서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바로 이것이 '함재기'이기 때문이다.

함재기는 항모에서의 이착함을 위해 랜딩기어와 기골 모두가 매우 강하게 보강되어있다. 게다가 항공모함이라는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유지보수가 일정수준 가능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항모 착함은 흔히 '통제된 추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는 과정이다. 이걸 일상적으로 버티도록 설계된 항공기라면, 우크라이나 공군기지의 활주로 포장 상태가 열악하다는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또 항모에서도 유지보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기반 인프라가 부족할 우크라이나 공군기지에서의 운용도 상대적으로 잘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즉 우크라이나 공군 입장에서는 F-16보다 더 빨리, 그리고 쉽게 우크라이나 실정에 적응할 수 있는 기체라는 이야기다.

물론 도입된지 거의 40년이 되는 오래된 기체이기는 하지만, 반면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은 이걸 함재기로서 운용한 일은 없다. 즉 오래됐다고는 해도 기체의 내구성은 여전히 매우 쌩쌩할 가능성이 높다. 즉 오래됐어도 여전히 울퉁불퉁한 우크라이나 비행장의 활주로에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장점은 호넷도 유럽에서 유지보수가 가능한 기체라는 점이다.

F-16만큼은 아니지만, 호넷도 유럽 내에 핀란드와 스페인이 운용중이다. 게다가 핀란드는 우크라이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즉 유사시 나토 내에서 유지보수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고, 또 핀란드는 F-35A로 호넷을 대체할 계획이다. 즉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년 안에 핀란드가 쓰던 호넷까지 받아 전력을 확충하거나 노후기체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호넷은 원래부터 해상표적을 하푼으로 잡는 것도 중요한 목적으로 설계된 만큼, 미국이 공대함 하푼까지 원조할 경우 별도의 통합과정 없이 곧바로 흑해 해상에서 러시아 해군을 지금보다 더욱 괴롭게 할 수 있다. 특히 모스크바 격침으로 광역 함대방공 능력이 사라진 러시아 흑해함대 입장에서는 공대함 플랫폼의 추가가 함대 활동을 적잖이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쪽이 됐건, 호넷의 원조가 어쩌면 F-16보다 우크라이나에게 더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한번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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