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랄레스 체계를 2문 탑재한 호라이즌급(이탈리아)
스트랄레스 체계를 2문 탑재한 호라이즌급(이탈리아)

 

물론 이제는 예전처럼 그냥 76mm 함포를 함의 레이더와 사통에 물려놓고 미사일 잡나 해보자…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이탈리아 해군은 ‘스트랄레스(Strales)’ 라고 불리는, 76mm 슈퍼 래피드 함포 체계를 기반으로 새로 만든 CIWS를 운용하고 있다. 포탑 자체에 레이더와 사통장치가 달려있어 골키퍼등의 CIWS처럼 독립적이고 정확한 운용이 가능한데다, 결정적으로 대함미사일등의 ‘어려운’ 표적을 상대하기 위해 아예 유도 포탄인 다트(DART)를 운용하기 때문이다.

다트는 76mm 함포에서 발사되는 일종의 포발사 미사일로, 자체 추진력은 없어도 포탑에 달린 사통장치와 레이더의 유도를 통해 목표쪽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본격적인 요격미사일에 비하면 사거리나 파괴력등이 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기존 포 기반 CIWS에 비해 훨씬 긴 최대 8km의 사거리가 나오며 미사일에 비하면 예비탄 비축 숫자등에서 확실히 유리하고, 또 소형 선박이나 드론등을 상대할 때에도 유리한 만큼 이탈리아 해군은 나름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보는 듯 하다.

스트랄레스는 CIWS역할을 할 때는 커버가 열리면서 추적/다트 유도 레이더가 나타난다.
스트랄레스는 CIWS역할을 할 때는 커버가 열리면서 추적/다트 유도 레이더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에 후티 드론을 격추할 때는 유도포탄도 아니고 무유도 고폭탄을 쐈다! 물론 그냥 고폭탄은 아니고 HE-PFF라고 불리는 탄종으로, 근접신관을 이용해 목표 근처에서 터지면서 다량의 텅스텐 및 강철 파편을 넓은 범위에 흩뿌리는 대공 및 대수상 겸용의 포탄이다. 이 포탄은 탄두에 들어간 작약의 양만 해도 760g으로, 작약의 양으로 따지면 40mm의 거의 7배에 근접한다. 

즉 목표가 복잡한 기동을 하지 못하는 저속의 드론 정도라면 굳이 비싼 유도포탄 쓸 일도 없이 일반 포탄으로도 충분히 격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레이더와 디지털 컴퓨터가 조합된 현대의 사통장치라면 이 정도의 표적에 대해서는 정말 두세발 정도만 쏴도 76mm포로 격추하는게 크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례는 골칫거리인 드론 대응을 해상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드론은 수상 드론이건 공중 드론이건 그 자체로 제압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가 한꺼번에 덤벼들 수도 있고, 또 미사일등 더 고난이도의 표적에 대비해 아껴둬야 할 미사일을 낭비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엇으로 어떻게’ 요격하는지의 문제가 대두될 수 밖에 없다.

76mm DART 유도포탄
76mm DART 유도포탄

 

전통적으로 대공표적, 특히 미사일이나 드론류의 작은 표적은 함포보다는 미사일과 CIWS로 상대하는게 요즘의 기본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미사일은 멀리서부터 요격이 가능하고 다목표 동시대응이 쉽지만 요격 기회(=탑재 발수)와 가성비 문제가 있고, CIWS는 팰랑스나 골키퍼같은 기관포 체계라면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밀집공격시 취약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76mm포의 경우처럼 그 동안 대공용으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던 체계가 재부각되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 솔루션 아닐까.

참고로 미 해군등 몇몇 국가들의 경우 76mm보다도 소구경이지만 발사속도와 탄 휴대량등에서 유리한 보포스 57mm함포를 비슷한 목적으로 운용중인데, 이처럼 함포를 CIWS까지는 몰라도 드론등의 저가치-저속 표적 상대로 사용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름 대공전투 분야에서 ‘함포의 컴백’이라고 부를만한 상황이 왔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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