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후쿠오카시의 한 재활용업체 대표가 실총과 실탄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총기 청정국으로 생각되기 쉬운 일본이지만 사실 일본은 총기 범죄가 우리보다 심각하고 실총 밀수나 유통등의 문제도 우리보다 심각한 나라다. 유력 기업인이 권총으로 암살당하고 야쿠자가 총기를 사용하는 등 하여간 불법 총기가 그럭저럭 있는 나라다.
그러니 누군가 총을 몰래 가지고 있다가 들통나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은 큰 뉴스가 아니다. 본지도 그걸 굳이 여기서 다룰 생각은 없다.
하지만 C93이 출동하면 어떨까?
C!
9!
3!
그렇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자동권총, 루거 권총의 기원. 보쳐드 C93이 갑자기 일본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다.
체포된 당사자는 ‘모델건인줄 알았다. 탄도 더미 카트(모조탄)인줄 알았다’고 주장하는데, 일본 경찰측의 발표로는 ‘실탄 9발이 발견되었고 화약도 4g이 탄피 안에 들어있었다’고 한다. 보쳐드용 7.63mm탄이면 많아야 0.4g의 화약이 들어가니 9발이면 반올림해서 얼추 4g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다만 경찰측 발표가 ‘발사가 안되는 상태’라고 한 점은 좀 의아하다. 사진으로 보면 한두발은 뇌관이 이미 격발된 상태지만 나머지는 멀쩡한데, 발사가 안되는 상태라는 것이 어떤 상황을 뜻하는지는 자세히 들여다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중요한 것은 C93이 일본에서 갑툭튀한 것. 심지어 목재 고급 케이스에 액세서리도 죄다 딸려있는 물건이다. 한마디로 풀세트다. 혹시 모델건 아닐까 하고 봤지만, 지금까지 나온 사진과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느낌으로는 실총같다.
당장 역사적으로도 중요성이 장난 아니다. 총 생산량이 3천정을 좀 넘는 수준에 불과한데다 앞서 언급했듯 자동권총으로는 세계 최초로 양산과 판매가 이뤄진 물건이다. 말 그대로 “박물관에 가야 할” 물건이다. 그런데 일본 경찰에 압수되면 원칙적으로는 ‘조사후 폐기’다. 용광로행이라는 이야기다. 이봐요 후쿠오카 현 경찰! 그거 유물이라고 유물! 제발 부수지 말아줘!
그러면 이게 어쩌다 일본까지 왔을까. 일부에서는 20세기 초반에 일본에 수입된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지만, 그보다는 현대(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버블 시절)의 일본 총덕이 밀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보쳐드가 일본에 2차 대전 이전에 정식으로 수입된 흔적이 일단 없고, 수입됐다 쳐도 극소수일 가능성이 높아 현대까지 살아남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설령 살아남았다 쳐도 사진에 나와있는 수준으로 상태가 좋고 액세서리들이 다 갖춰졌을 가능성은 낮다.
가격은 물론 비싸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2만 달러 정도(현재는 풀세트의 극상품이면 10만 달러는 가볍게 넘는…)인 물건이니, 밀수에 드는 부대비용까지 합쳐도 스포츠카 한대 사는 기분으로 살 수 있는 부자 총덕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예전의 버블 시절이었으면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하여간 갑툭튀해버린 이 보쳐드. 제발 일본 경찰이 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녹여버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말 그대로 박물관에 가야 할 물건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