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미국은 원래 예정되어있던 E-7 조기경보기 도입을 취소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도미노 효과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첫번째 효과는 우리나라에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2차 조기경보기 4대 도입 사업에서 E-737 피스아이, 즉 E-7의 우리 공군 도입 버전의 제작사인 보잉이 6월 30일에 마감된 4차 입찰에서 자사 후보기종인 E-7에 대해 “입찰을 했지만 안 한것과 다름 없는” 태도를 보이면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보잉은 입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했던 3차 입찰 당시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한 만큼 사실상 포기한거나 다름 없었다는 분석이었다.
이것은 6월에 미 국방부가 E-7 조기경보기 도입을 취소한 여파라고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사실 E-7은 도입 및 유지단가가 오르는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그나마 미 공군용 기체 26대가 예정대로 생산되었다면 어떻게든 가격을 재조정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입 취소로 그 여지가 크게 깎여나갔는데, 비록 공군의 완강한 반대와 의회의 개입으로 일단 두 대를 어떻게든 시제품 명목으로 생산하기로는 했으나 사업이 크게 휘청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니 보잉으로서는 가격을 올리지는 못할 망정 더 낮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아니었을까.
그런데 미군의 E-7 도입 취소가 우리나라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었다. 실은 우리나라보다 더 큰 여파를 끼칠 결정이 유럽에서 내려졌다. NATO 공통 조기경보기 구매사업에서 E-7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11월 13일, 네덜란드 국방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네덜란드는 다른 NATO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6대의 E-7을 도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한다”는 입장문을 올렸다(링크). 원래 NATO는 14대의 E-3A 센트리 조기경보기를 7개국 공동운용 방식으로 운용중인데(주둔은 독일), 2035년까지 전부 퇴역해야 하는 만큼 일단 6대의 E-7을 도입해 2031년부터 운용함으로써 공백을 메우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시대에 내려졌던 이 결정은 미군의 E-7 도입 취소로 크게 흔들리게 됐다. 비록 완전 취소는 아니라 해도 현재까지 확정된 미 공군 도입 수량은 딸랑 두대뿐이고, 이래서는 납기와 예산 모두가 너무 불안정해진다. 아마도 이런 요인이 NATO의 E-7 도입 취소 결정으로 연결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NATO는 어떤 조기경보기를 대안으로 삼을까. 흥미롭게도 딱 우리나라의 조기경보기 2차 사업과 유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E-7이 취소되자 사브 글로벌아이와 L3의 피닉스가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아이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제작사인 사브가 단순히 유럽 메이커일 뿐 아니라 사브가 속한 나라인 스웨덴이 NATO회원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NATO가 쓸 장비를 NATO국가에서 납품받아 사용한다는 것은 명분으로도 좋지만 유지보수등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지리적으로 제작사가 인접했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아이는 이미 스웨덴뿐 아니라 덴마크와 핀란드, 프랑스, 캐나다가 곧 도입할 가능성이 높고 독일도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사실상 구매를 확정짓고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 정도면 NATO입장에서는 글로벌아이를 도입하는 쪽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다만 L3의 피닉스도 만만찮다. 이 쪽도 이미 NATO회원국중 하나인 이탈리아가 운용중인데다, 글로벌아이보다 먼저 전력화되어 이스라엘을 통해 실전 경험도 쌓였고 현 운용국도 글로벌아이보다 많기 때문이다(글로벌아이는 현재 스웨덴과 UAE가 운용중).
“아니 피닉스는 아직 시제기도 안 만들어졌는데 운용국이 있다니? 당신 미쳤어?”
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텐데, 피닉스가 아직 미완성 기체임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운용국’을 거론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비행기는 없어도 거기 탑재된 레이더는 존재하는데다 그 레이더가 이미 조기경보기용으로 20년 가까이 운용중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나라의 조기경보기 1차 사업때도 후보로 나왔던 G550 CAEW의 레이더인 EL/W-2085가 피닉스의 레이더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피닉스가 나온 이유 자체가 G550 CAEW의 베이스가 된 G550 비즈니스 제트기가 단종되었기 때문에 대타로 봄바디어의 글로벌 6500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즉 G550 CAEW로 따지면 현 운용국은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싱가포르의 3개국이니 글로벌 아이보다 아슬아슬하게 한 나라 많은 셈이다. 또한 NATO에서도 글로벌아이와 함께 피닉스도 후보중 하나로 나름 유력하게 검토중이라고 하니 이것이 NATO 합동 조기경보기로 채택될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여간 미국의 E-7 취소가 조기경보기 시장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본의아니게 조기경보기가 2원화되어 운용의 비효율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NATO마저 E-7도입을 취소하는 상황을 보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NATO도 피닉스를 도입해 우리나라만 독박(?)쓰는 일 없기를 바래야 할 것 같다.

출처 : 월간 플래툰(http://www.plato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