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글록이 기존 제품을 단종시킨 뒤 내보낼 신규 라인업인 V모델에 대한 공지도 올라온 듯 하다. (Glock)
벌써 글록이 기존 제품을 단종시킨 뒤 내보낼 신규 라인업인 V모델에 대한 공지도 올라온 듯 하다. (Glock)

 

조선시대 가장 비극적인 왕을 꼽으라면 17세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단종이 있다. 그리고 상품에서 가장 슬픈 일 중 하나가 바로 단종이다. 그 둘은 딱히 관계는 없지만 어쨌든 이번에 총기 업계에 깜짝 놀랄 단종(…)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글록의 거의 모든 모델들이 단종됐다는 소식이다.

갑작스러운 이 소식은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글록은 사실상 거의 모든 현 판매 총기들을 11월 30일에 단종시킨다는 것이다. 예외가 되는 제품들은 흔히 말하는 슬림 라인, 즉 G42, G43시리즈, G48 시리즈로 이 모델들은 단종되지 않고 계속 생산과 판매가 이어진다. 나머지는 11월 30일 이후에는 글록에서 신규 출고가 이뤄지지 않는다.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일까. 현재 알려진 이유는 ‘글록 스위치’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글록의 슬라이드 뒤쪽에 쉽게 장착해 글록을 기관권총으로 바꿔줄 수 있는 조정간 부품인 일명 ‘글록 스위치’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이 문제시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최근 ‘쉽게 연발로 개조될 수 있는 권총’을 금지하면서 실질적으로 글록의 판매를 곧 중단시킬 예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록이 사실상 전면 단종을 결정했다는 것인데, 물론 이 단종이 글록의 ‘영업 종료’를 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먼저 앞서 언급한대로 슬림 라인으로 불리는 컴팩트하고 얇은 슬라이드를 가진 버전들의 생산은 계속된다. 이는 이 슬림 라인은 슬라이드 규격 자체가 기존 글록과 달라 ‘글록 스위치’를 통한 개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글록 스위치의 사진. 백플레이트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기관권총이 되어버린다. (Wikipedia)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글록 스위치의 사진. 백플레이트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기관권총이 되어버린다. (Wikipedia)

또한 글록은 11월 30일부터 ‘V모델’로 불리는 신규 버전을 일제히 출시할 예정이다. 이 V모델은 5세대(젠5)를 기초로 하되 격발기구 설계를 살짝 바꿔 글록 스위치 논란이 없게 만든 것이라는데, 현재 관련 자료가 돌고 있는 모델은 G17V, G19V, G19XV, G26V, G45V, G20V MOS, G21V MOS, G23V, G23V MOS, G44V이다.

다만 이번 단종애사… 아니 단종이 결정된 배경에 단순히 글록 스위치 하나만 존재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 물론 캘리포니아라는 큰 시장이 글록 스위치때문에 사라질 위기였고 다른 민주당 우세주들도 소송에 나설 채비였다지만, 사실 글록 스위치는 요즘 갑자기 나온 문제가 아니다. 적게 잡아도 20여년간 문제였던 것이다(필자가 처음 본 것도 2000년대 초반). 그걸 이제 와서 적극적으로 대처한다고 하니 좀 뜬금없는 느낌이다.

실제 이유는 과거에 글록이 세대교체를 주기적으로 했던 것과 똑같은 이유가 아닐까.

글록은 2세대 등장(1988년)이후 8~10년 정도의 주기로 세대교체를 해왔다. 하지만 이 세대교체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한 면도 있지만 법적인 부분도 있다. 글록의 기술특허는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에 만료되었다. 이 때문에 글록은 주기적으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뭔가 새로운 특징들을 추가, 소위 말하는 ‘클론’ 만들기에 조금이라도 제동을 걸고 있다. 실제로 현 시점에서 3세대까지는 거의 완전한 클론을 만들 수 있어도 4세대부터는 법적으로 곤란하다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G43. G43등 슬라이드의 폭 자체를 얇게 한 일명 슬림 라인 모델들은 이번 단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Glock)
G43. G43등 슬라이드의 폭 자체를 얇게 한 일명 슬림 라인 모델들은 이번 단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Glock)

 

이번 V모델도 실은 그런 맥락 아니냐는 이야기다. 원래대로면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 왔지만(5세대가 얼추 10년 되어간다), 6세대를 만들자니 어디를 또 바꿔야 고객들이 납득할지 애매한데다 어설프게 뭔가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글록은 세대교체보다는 ‘안전 문제로 인한 구조개선’을 명분으로 사실상 세대교체나 다름없는 효과를 기대한 것 아닐까.

업계에서 도는 또 다른 소문은 이것이 ‘회사 매각 직전의 몸값 유지 전략’이라는 것이다. 현행 글록 오너는 아시다시피 창업주의 50세 연하(…) 간호사 출신으로, 창업주 영감님 사후에는 회사를 누군가에게 비싼 값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들어 매각이 구체화되어간다는 루머도 돌고 있는데, 글록 스위치 논란도 잠재우고 세대교체에 준하는 효과도 내면서 앞으로의 사업 유지 가능성을 높여 몸값을 높게 부르려는 포석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진짜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글록의 이번 결정은 민수용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군경용으로 이미 받은 주문들은 단종 결정과 무관하게 기존 모델의 제조와 납품이 이어진다고 전해진다. 11월 30일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V모델에 MOS버전이 없는 경우도 있는 등의 이유로 인해 당분간은 군경용으로 기존 버전의 생산라인은 유지되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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