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문의: 하비스튜디오

2차 세계대전중, 대량생산을 위해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된 SMG라면 영국에 스텐이 있고 소련에 PPSh41이 있다면 미국에는 그리스건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 나라중 공업 생산력이 단연 1위이던 미국의 그리스건이 이 셋 중에는 가장 적다. 스텐과 PPSh41이 간단하게 몇백만 단위를 넘는 반면 그리스건은 다 합쳐도 66만정이 채 안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같으면 SMG가 맡을 역할까지 상당부분 M1카빈에 넘겨 SMG의 요구량이 군 규모에 비해 줄어든데다, 그 줄어든 요구량도 이미 백만정 이상 생산되어 미군에서 사용중이던 톰슨이 상당부분 잠식한 상황이다 보니 그리스건의 생산량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리스건은 최대한 단순하게 생산된 SMG로 ‘허접함’의 대명사처럼 통하지만, 이건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사실 스텐도 알려진 것에 비해 의외로 괜찮은 총이고, 그리스건 역시 저렴한 가격과 투박한 외관, 놀랄만큼 단순한 구조로 인해 과소평가되었지만 실제로는 의외로 괜찮은 총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건을 톰슨보다 떨어지는 총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쏴 보면 차라리 그리스건이 톰슨보다 낫다. 그리스건이 더 가벼우면서도 발사속도가 느려 반동과 연사시의 제어는 오히려 더 쉽고, 크기까지 더 작은데다 신뢰성이나 내구성도 실제로는 톰슨과 비교해 별 손색이 없는(미 육군 테스트에서는 톰슨보다 근소하게 우월한 것으로 나옴)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리스건과 톰슨을 둘 다 쏴봤지만 솔직히 그리스건이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슨보다 못하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은 이 총이 등장한 배경에 ‘톰슨이 너무 비싸서’라는 이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톰슨은 그야말로 쇳덩이를 깎아서 만든, 묵직하고 ‘폼 나는’총이지만 그만큼 비쌌다. 실제로 그리스건은 적은 생산량으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단가가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톰슨의 가장 저렴한 버전인 M1A1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가격으로 납품됐다. 그런 배경+총의 ‘비주얼’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잘못된 선입관이 나온 것 아닐까.
이런 그리스건이지만 실은 미군에서 가장 장수한 총기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6.25 당시에는 당연히 그리스건이 다수 사용되었고, 심지어 M3A1버전은 6.25기간중에도 3만정 이상 생산되었다. 사실 2차 대전중 생산된 M3A1은 15,000정 조금 넘는 수준이고, 6.25당시 대부분 생산되었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 기준으로는 장전손잡이가 따로 있는 M3가 압도적으로 흔하다(6.25이후 M3중 꽤 많은 양이 M3A1기준으로 개조되기는 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중에도 상당수의 그리스건이 사용되었지만,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에도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다. 전차의 방어용 화기로는 90년대 초반까지도 그리스건이 사용되다가 M4카빈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호의 주인공인 데닉스가 M3A1이 아닌 M3를 선택한 것은 나름 타당성이 있는 선택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기준으로 M3가 압도적으로 흔했고, 그 뒤에도 상당수의 M3가 살아남았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모델건으로 만들어진 것도 M3가 먼저로, MGC가 1964년에 발매했다. 당시만 해도 화약의 힘만으로 블로우백 작동을 한다는건 어려운 일이었고, 그 때문에 MGC는 태엽의 힘으로 노리쇠를 움직여 탄피를 배출한다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즉 장전손잡이가 태엽 감는 손잡이로 쓰인 셈.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일본 모델건들은 화약 블로우백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전부 원가절감을 위해 장전손잡이가 따로 없는 M3A1을 제품화했다. 대표적인게 허드슨 제품. 하지만 블로우백 작동같은게 전혀 안되는 데닉스 제품에서는 장전손잡이라도 움직이게 해야 뭔가 ‘가지고 노는 맛’이 날테니, 결국 M3를 제품화했다.
하여간 데닉스가 M3A1이 아닌 M3를 만든 이유는 이런게 아닐까 싶기는 한데, 이유야 어쨌든 제품 재현도는 상당히 높다. 물론 형태의 베이스가 실총보다는 허드슨 모델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제조법이 프레스가 아니라 아연 다이케스트다 보니 실물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풀메탈에 전체적인 재현도는 상당히 높고, 특히 M3를 재현하면서 필요한 디테일은 상당부분 잘 갖췄다. 탄창멈치 주변이 M3가 아니라 M3A1같다! 등의 딴지를 거는 분들도 많을텐데, M3도 시간이 지나면서 M3A1의 부품을 이용해 수리하는 등 둘의 특성이 섞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세부적인 디테일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하여간 그리스건을 원하는 분들에게 높은 가성비를 선사할 괜찮은 제품인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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