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MH-53E 씨드래곤 소해 헬기. 소해뿐 아니라 수송등 다양한 용도에 쓰인다
미 해군의 MH-53E 씨드래곤 소해 헬기. 소해뿐 아니라 수송등 다양한 용도에 쓰인다

 

지난 3월 31일, 13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산 소해 헬기를 개발하기로 의결했다. 사실 10년 가까이 전에도 소해 헬기, 즉 기뢰 제거용 헬기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외국산을 수입하려던 것을 자체 개발로 도입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소해 헬기의 플랫폼으로 삼을 기체는 마린온을 베이스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미국은 소해 헬기로 MH-53E를, 일본은 MCH-101(영국 AW101헬기의 소해 버전)을 운용하고 있다. 즉 대표적인 해외의 소해용 헬기들은 하나같이 마린온보다 압도적으로 큼직한 대형 헬기들인 것이다. 과연 마린온 베이스로 소해 헬기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일단 불가능하지는 않다. 헬기를 이용한 항공 소해에도 여러가지 방식이 있고, 최근에는 비교적 크지 않은 급의 헬기들에서도 ALMDS(기뢰 탐지용 레이저 센서)와 기뢰 탐지용 소나, 기뢰 처리용 소형 수중무인기(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현재 운용중인 아처피시)등의 수단을 이용해 소해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마린온을 소해 헬기로 개수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 개념인 듯 하다. 따라서 관련 설비만 제대로 도입해 장착하면 마린온이 소해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관련 설비들을 마린온에 장착하는 그 자체도 그렇게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가능하다’와 ‘효율적이다’는 또 별개 문제다. 과연 마린온이 소해 헬기로서 얼마나 효율적일까.

미 해군의 MH-60S. 원래부터 소해용으로 도입한게 아니고, 다용도로 운용하면서 소해임무도 맡은 것이다. 장착된 장비가 얕은 수심의 기뢰를 탐지하는 레이저 센서.
미 해군의 MH-60S. 원래부터 소해용으로 도입한게 아니고, 다용도로 운용하면서 소해임무도 맡은 것이다. 장착된 장비가 얕은 수심의 기뢰를 탐지하는 레이저 센서.

 

마린온의 소해 헬기화 개념은 전용 소해 헬기가 아닌 다목적의 MH-60S 헬기를 소해용으로도 쓰는 미 해군의 개념을 거의 그대로 본받은 것이다. 심지어 센서등의 장비류도 미 해군의 것과 아주 유사한 개념의 것을 개발하거나, 아예 미 해군의 것을 그대로 도입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마린온은 MH-60S급의 체공시간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체공시간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1회 출격당 소해면적도 적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페이로드도 떨어지는 만큼 탐지에 필요한 센서류를 싣고 나면 과연 기뢰 처리에 필요한 무장(미국식 개념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아처피시같은 자폭 수중무인기)도 충분한 숫자를 실을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미 해군이 MH-60S를 소해용으로 쓰는 것은 기존의 소해 헬기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MH-53E는 그대로 쓰면서 MH-60S도 쓰는 것이다. 그리고 MH-60S는 원래 소해용으로 도입한 것도 아니다. 

일본 해자대의 소해 헬기인 MCH-101.
일본 해자대의 소해 헬기인 MCH-101.

 

애당초 MH-60S에 소해능력을 부여한 것은 이 기체가 소해작전에 유리해서가 아니고, 미 해군에서 가장 흔한 회전익 항공기중 하나인 다용도 해상 수송헬기이기 때문이다. 즉 전문 소해 헬기의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소해작전을 통해 기뢰의 위협을 어떻게든 제거해 보려는 ‘소해의 보편화’개념인 것이지, 그거 하나만 믿는게 아니다.

애당초 MH-60S나 지금 추진중인 마린온 소해버전은 “기뢰를 찾아서 하나하나 파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파괴 가능한 기뢰의 숫자는 한계가 있다. 당장 미 해군에서 MH-60S에 운용중인 아처피시 수중무인기(ROV)는 말하자면 일종의 원격조종 어뢰같은 존재다.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해 조종해서 기뢰를 찾은 다음 성형작약 탄두를 쏴서 기뢰를 폭파하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말해 아처피시는 ‘수중 자폭무인기’다. 무게가 15.5kg으로 가볍고 헬기 한대에 여러발을 실을 수 있다지만 결국 기뢰 처리 숫자가 탑재된 아처피시의 숫자(MH-60S의 경우 최대 8발. 단 이것은 기뢰 탐지 센서 없이 아처피시만 탑재한 경우)로 제한된다. 즉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뢰의 숫자, 바꿔 말하면 기뢰밭의 면적이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MH-60S에 탑재된 아처피시 자폭 수중무인기 포드.
MH-60S에 탑재된 아처피시 자폭 수중무인기 포드.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등 항공 소해에 적극적인 국가들은 주력 소해 헬기로 앞서 언급한 대형 헬기를 이용한다. 그리고 그 대형 헬기들로 견인 소해를 실시한다. 기뢰를 제거하기 위한 일종의 기뢰 처리용 뗏목을 끌고 다니면서 넓은 면적의 기뢰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 편이 아무래도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기뢰를 처리할 수 있는데다 더 긴 시간 동안 소해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니 소해 효율의 차원이 달라진다.

따라서 마린온 기반의 소해 헬기를 정 만들어 쓰겠다면 그것만으로 끝내지 말고 장기적으로 AW-101이나 S-92등의 대형 헬기를 도입해 소해용 겸 강습및 수송등의 다목적 기체로 운용하는 플랜도 짜야 할 것이다. 마린온으로 소해 헬기를 만들어서 나름 쓸 수는 있을지 몰라도 여러모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당시의 일본 못잖게 기뢰를 통한 해상 봉쇄에 취약한 국가다. 그런 나라에서 소해에 투자를 덜 하는 것은 그만큼 생존에 투자를 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또 해병대의 강습상륙부터 소해, 해상 탐색구조등 많은 면에서 대형 해상작전 헬기가 아쉬운 경우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미국도 대형 소해용 헬기는 소해뿐 아니라 수송용으로 다용도로 쓰이는 점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소해장비를 견인중인 MH-53E.
소해장비를 견인중인 MH-5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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