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서 테러와의 전쟁으로 생긴 고민중 하나가 IED부상자의 적절한 부상 발견과 치료다.
IED에서 파편등으로 인해 생긴 외상은 그나마 쉽게 발견이 되니 다행이다. 문제는 충격파로 인해 생기는 내부 손상, 특히 뇌 손상이다. 두개골 자체는 멀쩡해도 그 안의 뇌가 멀쩡하다는 보장은 없는데, 그게 겉보기에는 큰 탈 없어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예 TBI(Traumatic Brain Injury: 외상성 뇌 부상)라는 용어가 생겼고, 미군 응급처치의 최우선 과제중 하나는 TBI를 어떻게 빨리 파악하느냐가 되었다.
2011년, 미국의 블랙박스 바이오메트릭이라는 업체가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았다. 병사 각자가 몸에 자신이 받은 충격파를 측정하는 센서를 착용하게 한 것이다. ‘블래스트 게이지’(Blast Gauge)라고 불리는 작은 센서가 그것이다. 2012년부터 미군은 이것을 야전에서 운용중이다. 참고로 개발 기간은 11개월, 개발 비용은 100만 달러로 상당히 저렴하다.
사실 충격파를 측정하는 장비는 이미 존재했지만, 블래스트 게이지는 이걸 야전 휴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착용자는 최소 두 곳(헬멧과 베스트의 가슴 부분), 가능하면 세 곳(헬멧, 가슴, 어깨)에 블래스트 게이지 센서를 착용한다. 폭발등으로 인한 충격파가 발생하면 센서는 이것을 세 가지 색깔(녹색, 황색, 적색)의 LED로 표시한다. 녹색등이 계속 켜져있는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고, 녹색등이 깜빡이면 아주 약한 충격파에 노출된 것, 황색은 중간, 적색이 가장 심각한 충격을 뜻한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장비는 부피도 매우 작아 2~3개를 몸에 착용해도 부담은 매우 적다. 여기에 충전식(마이크로 USB)이지만 배터리 사용시간은 충전후 최소 1년, 적절히 보관하는 상황에서는 5년까지 이어진다.
현재도 기본적인 디자인은 같지만, 이미 7세대까지 진화가 이어져있다. 현재는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에 유선 혹은 무선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자세히 볼 수도 있고, 충격파가 어떤 형태의 무기나 장비에서 나왔는지도 어느 정도 추정해서 알려준다.
미군은 이것을 실전에서뿐 아니라 훈련에도 사용한다. 대전차무기 등 발사시에 큰 충격파가 발사되는 무기의 실사격 훈련이나 스턴탄이 사용되는 실내전 훈련등에도 요긴하기 때문이다. EOD요원들도 유사시에 대비해 많이 사용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운용 초기 수년간은 오류도 많았고, 이 때문에 2016년에는 미 국방부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블래스트 게이지 사용을 중지시킨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제작사는 꾸준히 진화를 계속하면서 수년 뒤에는 개량형인 7세대 제품이 미군에 다시 구입-지급되어 훈련이나 실전등에 적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