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은 장착 가능 옵션을 무조건 달고 다니라고 있는게 아니다.

더미탄을 활용하여 기능고장 상황을 재현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육군 장병. 총열덮개의 사이드와 하부에 조각레일을 장착했지만 수직손잡이나 방열덮개를 달지 않고 있다. 
더미탄을 활용하여 기능고장 상황을 재현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육군 장병. 총열덮개의 사이드와 하부에 조각레일을 장착했지만 수직손잡이나 방열덮개를 달지 않고 있다. 

최근 국방일보에서 공개한 훈련 사진(위)을 두고 '수직손잡이나 방엻 덮개, 표적 지시기 등 레일에 부착 가능한 옵션을 다 지급했는데 왜 하나도 안 달고 있느냐'는 지적을 하는 의견들이 좀 보이곤 한다. 여러 가지 편의 장비들이나 전술 장비를 장착하기 위해 레일이 달린 총기를 보급했는데 왜 활용을 안 하냐는 것. 

전술 훈련 중인 육군 장병의 모습. 역시 수직손잡이나 방열 덮개를 달지 않고, 대신 발열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전술 훈련 중인 육군 장병의 모습. 역시 수직손잡이나 방열 덮개를 달지 않고, 대신 발열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언뜻 보면 꽤 타당한 지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이건 '레일 시스템'의 근본적인 존재의의를 벗어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일이라는 건 '임무나 전술적 상황에 맞는 장비를 총기에 탈부착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지 '지급된 모든 장비들을 무조건 다 달고 다니라'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정사수용 스코프와 앵글 그립을 장착하고 사격 중인 특전사 대원. 방열 덮개 대신 조각 레일로 사이드를 채워놨다. 해당 대원은 낮은 스코프 마운트와의 간섭을 피해 레일 장착형 가늠자를 아예 탈착시켰다. 
지정사수용 스코프와 앵글 그립을 장착하고 사격 중인 특전사 대원. 방열 덮개 대신 조각 레일로 사이드를 채워놨다. 해당 대원은 낮은 스코프 마운트와의 간섭을 피해 레일 장착형 가늠자를 아예 탈착시켰다. 

미군의 제식명칭으로는 MIL-STD-1913, NATO 제식 명칭은 STANAG(Standardization Agreement)-2324로 통하는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은 1994년 2월 3일에 미군이 제식 채용하면서 등장한 소화기용 옵션 장비로, 소총이나 기관단총, 기관총 등에 도트 사이트나 스코프, 전술 플래시 라이트,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의 광학장비나 수직손잡이, 양각대 등의 편의 장비들을 손쉽게 탈부착 가능하도록 고안된 장비이다. 

피카니티 레일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소총에 옵션을 장착할 수 있는 마운트나 레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 제조사 별로, 혹은 소총 자체의 장착 방식이 서로 다르거나 통일되어 있지 않고, 장착 가능한 부위조차 제한적이었기에 다양성이나 확장성이 떨어졌었다. 피카티니 레일의 등장 이후부터는 장착 위치도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되었고 전술 상황에 맞게 다양한 장비들을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수직손잡이 대신 양각대를 장착하고 사격 중인 특전사 대원. 임무나 상황에 따라 원하는 장비, 혹은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장착하거나 혹은 달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레일의 존재의의다. 
수직손잡이 대신 양각대를 장착하고 사격 중인 특전사 대원. 임무나 상황에 따라 원하는 장비, 혹은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장착하거나 혹은 달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레일의 존재의의다. 

피카티니 레일은 이후 총열덮개 전체를 레일로 구성하거나 혹은 총열덮개 및 상부 총몸을 레일화 하는 형태의, 이른바 RIS(Rail Interface System)으로 발전한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도트사이트나 LPVO, 스코프, 배율경 등 광학조준경을 장착하기 위해 총기 상부에 레일을 깔고, 표적지시기나 전술 플래시라이트, 수직손잡이, 광학장비용 스위치, 양각대 등을 설치하기 위해 총열덮개 하부에도 레일을 장착했었지만, 부착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전술 상황에 따라 다른 옵션들을 장착하는 경우들이 빈번해지자 공간이 부족해져, 이를 상쇄하기 위해 아예 레일이 기본적으로 장착된 총열덮개 일체형 모듈로 탄생한 것이 RIS다. 

K2C1을 재현한 모형을 휴대하고 있는 김찬우 기자. 수직손잡이와 방열 덮개를 모두 장착하고 있다. 
K2C1을 재현한 모형을 휴대하고 있는 김찬우 기자. 수직손잡이와 방열 덮개를 모두 장착하고 있다. 

다만 총열덮개 부위 전체에 레일을 깔다보니 총기의 중량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혹은 총기 자체가 무거워지는 단점들이 발생하였고, 이에 광학장비를 장착해야 하는 상부에는 레일을 기본으로 깔아두되, 전술 상황에 맞는 다른 옵션들은 선택적으로 원하는 위치에 장착할 수 있도록 조각 레일을 장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 최근의 트렌드다. 2012년에 등장한 Keymod, 2014년에 등장한 M-LOK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고, 나사구멍으로 결속하는 K2C1도 '트렌드'라는 면에서는 다소 뒤쳐진 감이 없지는 않지만 "임무에 맞게" 탈부착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될 일은 없는 셈이다.  

해외 군사훈련에 참가 중인 특전사 대원. 휴대하고 있는 총기는 K2C1이 아니라 기존 K2에 전용 RIS와 신축식 개머리판을 장착한 것이다. RIS는 여러모로 획기적인 제품이지만 총기 자체의 중량이 늘어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해당 대원 또한 광학조준경 외에는 레일에 아무것도 장착하고 있지 않다. 주간 사격훈련이니 조준경 외에 별다른 장비의 장착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해외 군사훈련에 참가 중인 특전사 대원. 휴대하고 있는 총기는 K2C1이 아니라 기존 K2에 전용 RIS와 신축식 개머리판을 장착한 것이다. RIS는 여러모로 획기적인 제품이지만 총기 자체의 중량이 늘어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해당 대원 또한 광학조준경 외에는 레일에 아무것도 장착하고 있지 않다. 주간 사격훈련이니 조준경 외에 별다른 장비의 장착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일선에서 K2C1에 수직손잡이나 방열덮개를 다 장착하고 운용하지 않고 운용하는 케이스는 꽤 많은 듯 하다. 수직손잡이를 장착하고 운용해야 하는 전술적 상황을 고려한 교육 커리큘럼이 부족한 탓도 있으리라. 종래의 한국군이 고집해온 소총 전술에 치중한 나머지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다만, 대한민국 육군 징집병들이나 해병대 병사들의 주 무대는 여전히 엎드려쏴와 입사호쏴 등의 방어 전술 사격 형태가 주력 사격자세이다. 수직손잡이를 운용해서 메리트가 있는 전술적 상황, 혹은 훈련 상황이 아니라면, 차라리 수직손잡이나 거추장스러운 랩 어라운드(Wrap Around)타입의 방열덮개 장착을 고집하는 것보다 종래의 파지법에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장갑을 착용하게끔 하는 것도 사실 그리 나쁜 선택지는 아니라는 거다. 

K2C1의 보급형 수직손잡이는 형태나 질감, 부착 방식 등에 있어 사용자의 편의를 추구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 않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들은 '저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용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K2C1의 보급형 수직손잡이는 형태나 질감, 부착 방식 등에 있어 사용자의 편의를 추구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 않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들은 '저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용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나 더 이야기를 하자면 K2C1의 경우 보급 수직 손잡이의 형태나 품질이 좋지 못하다. 디자인이 일단 인체공학적이 아니고, 탈착을 위한 조임나사가 크고 외부로 드러나는 형태라 손가락에 걸리기도 하고, 상부는 각진 사각형의 박스 타입 디자인인데 하부는 애매하게 유선형이라 파지 시 사실 상당히 불편하다. 

그리고 CQB(Close Quarters Battle, 근접전투)나 MOUT(Military Operation in Urban Terrain, 즉 시가지 전투), 혹은 기동 사격, 정밀 타격 등을 상정하지 않은, 전술 상황에서는 오히려 수직손잡이가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경우도 있다.  

지급한 옵션을 죄다 장착해버렸지만 옵션 장비들의 운용 방법이나 장착 위치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말 그대로 '사족'이 되어버린 전형적인 케이스. 이렇게 할 바에야 전술상황이나 SOP에 맞춰 유연성 있는 운용을 허락하는게 차라리 낫다. 
지급한 옵션을 죄다 장착해버렸지만 옵션 장비들의 운용 방법이나 장착 위치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말 그대로 '사족'이 되어버린 전형적인 케이스. 이렇게 할 바에야 전술상황이나 SOP에 맞춰 유연성 있는 운용을 허락하는게 차라리 낫다. 

앞서도 언급을 했지만, 레일 시스템이라는 건 '상황이나 전술에 따라 옵션 장비의 탈부착이 용이'라는 부분이 바로 존재 의의이기도 하기에, '지급했으면 다 달고 있어야지 왜 안 달아!!'는 사실 약간 핀트에 어긋나는 논리라고 본다.

마주한 전술 상황이 다를 경우도 있고, 또 각 부대마다 '표준운영절차(SOP, Standard Operation Procedure)'가 각기 다를테니, 무조건 다 달고 다녀야 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실제로 레일이 장착된 총기를 우리보다 앞서 운용해온 타군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말이다. 

얼마 전에 국방부에서는 '워리어 플랫폼'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을 올렸다가 군안팍은 물론, 군사전문가들과 민간의 군사 매니아들로부터 크게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급된 옵션 장비들을 죄다 장착한 것 까진 좋은데, 장착 위치가 애매하기 짝이 없어 결국 지급된 옵션 장비들에 대한 이해도 부족을 드러내는 꼴 밖에 되지 못했다. 

혹자는 '그래도 시범 케이스로 보여주기 위해서 모든 옵션을 장착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장비에 대한 설명을 위한 시범 케이스가 아니라면 굳이 그래야만 하나 싶다. 상황에 맞는 옵션을 선택하고 장착하거나 혹은 필요치 않으면 장착하지 않고 운용하는 사례도 보여주는게 오히려 더 '실전적인 훈련'이 되지 않을까. 

이상, 플래툰 매거진 김찬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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