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만에 발견된 일본군인… 이라고 하면, 유명한(악명높은) 오노다 히로(29년간 필리핀 정글에 숨어 지낸) 처럼 일본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숨어 지내다 발견된 경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60년만에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일본군인이 있다면?

물론 이 경우는 전쟁에서 일본이 졌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은 그런 경우는 아니다. 아주 기구한 운명의 희생자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우와노 이시노스케. 1922년생의 일본군 병사로, 1943년에 입대한 뒤 사할린 주둔 일본군으로 복무했다.

1945년 8월 11일. 사할린에 소련군이 침공해 치열한 전투가 8월 25일까지 벌어졌다. 이곳의 일본군 중 생존자들은 포로가 되어 상당수가 현지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했다. 대다수는 1956년까지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소련은 적잖은 수의 일본 포로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렇게 억류된 포로 중 하나가 우와노였다.

일단 억류되어 귀국이 허용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면서 결국 그는 체념하고 현지화를 선택했다. 공산주의 시절의 소련에서 일단 정부가 내보내주지 않으면 외부로 못 나가니 말이다. 실제로 소련 정부도 오랫동안 그가 일본 대사관등과 접촉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소련 시민권을 얻고 현지에서 결혼해 세 자녀까지 뒀고, 1960년대에는 아직 소련의 일부이던 우크라이나(처가댁이 거기였다고)로 건너가 직업을 얻었다고 한다.

그 뒤로 소련도 망하고 우크라이나가 독립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금지당한데다 일본어를 거의 잊어버린 우와노는 한동안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알릴 생각을 차마 못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2006년에는 키이우의 일본 대사관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막상 일본에서는 1958년을 끝으로 그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2000년에는 사망자로 행정처리한 뒤였다.

그는 일본으로 귀국해 아직 살아있는 형제들과도 재회했지만, 생존이 확인되어 호적이 부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일본에 눌러앉지는 못했다. 이미 일본어도 어려워진데다 가족도 집도 우크라이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뒤 우크라이나와 일본을 오가며 지내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에는 최근의 후일담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살던 우와노의 두 손주(7살, 쌍동이)들이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뒤 일본으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강제로 고향과 이별한 사나이의 후손들이 이번에도 또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는 운명이 또 반복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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