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대해 HARM미사일(AGM-88 대 레이더파 추적 미사일)을 사용중인 사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HARM은 간단하게 말해 레이더 전파를 탐지해 적의 레이더로 찾아가 날려버리는 무기로, 방공망 제압용으로 사용중이며 최근에 러시아군의 방공무기체계들을 차례차례 ‘뚜껑을 따는’ 중이다.
문제는 이미 쓰이는 사실 자체는 확실시되는 HARM을 우크라이나군이 어떻게 쓰느냐이다. 지상발사 버전 아니냐는 추측이 있으나 지상발사 옵션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최신의 AGM-88E형이 아니라 공중발사용만 존재하는 D형이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러시아가 공개한 파편 사진이 D형으로 추정됨), 미국이 이렇게 빨리 지상발사용으로 개조해 우크라이나에 개조했을 것 같지는 않다. 공중발사형을 지상에서 발사한다면 사거리가 원래의 사거리인 최대 130km(D형 기준)보다 상당히 줄어드는 등 아무래도 한계가 많기 때문에 공중발사로 운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우크라이나 공군기들에서 운용할까. 매달고 발사하는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나토 표준의 미사일 발사용 장착대를 달고 기체의 무장 운용 컴퓨터도 장착과 발사가 가능하게 통합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 어쨌든 ‘달고 가서 쏘는’ 자체는 가능하다. 최근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의 미그 29가 우크라이나에 분해된 상태로 들어가 재조립되어 실전에 투입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이 이 미그 29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전에 관련 작업을 해 주고 들여보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을 장악했는데 어떻게 우크라이나 공군기가 떠서 미사일을 쏘냐… 고 하지만, 사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러시아 공군기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영역은 이제 러시아 지상군이 장악한 곳 및 그 주변에 국한되고,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영역의 대부분은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다. 실제로 지금도 우크라이나 공군기들은 제한적이나마 근접항공지원까지 실시중이며, 우크라이나 영공 안에 우크라이나 공군기가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회랑도 적지 않다. 즉 HARM을 달고 쏘는 자체는 딱히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HARM을 달고 쏘기만 한다고 운용이 되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답은 “제한적이지만 안될 것은 없다”이다.
최근 올라온 한 트위터 게시물(링크) 은 이를 꽤 잘 설명하고 있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HARM(AGM-88B/C-1/D)의 공중발사형은 크게 3가지 작전모드가 있다.
-자체방어(Self Protect: SP)
-임기응변(Target Of Opportunity: TOO)
-사전계획(Pre-Briefed: PB)
일반적인 방공망 제압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게 SP모드다. 이건 제대로 된 전자전 체계를 갖춘 기체에 HARM을 통합해야 하는 모드로, 전투기의 전자전 체계로 적의 전파를 수신하고 분석해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곳에 HARM을 날리는 모드다. 이건 F-16CM이나 EA-18G처럼 미 공군/해군의 전문 SEAD(적 방공망 제압) 기체가 있어야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며, SEAD전문 기체는 아니더라도 F-16이나 F-15, 슈퍼호넷 등 HARM에 데이터 정보를 송신할 수 있는 기체라면 효과는 떨어져도 탑재 레이더를 이용해 아쉬운대로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미그기나 수호이기는 항전장비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 한 설령 탑재와 발사는 가능하다 쳐도 기체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는 없으니 SP모드 운용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TOO모드는 HARM 미사일 자체의 전파탐지 센서를 이용해 적의 레이더 전파를 탐지한 뒤 이 정보를 조종사가 보고 판단해 가장 그럴듯한 표적쪽으로 발사하는 것이다. 이러면 고도의 전자전 장비 없어도 아쉬운대로 HARM을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 우크라이나의 미그/수호이들이 HARM미사일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항전장비를 갖췄을 것 같지는 않으니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남은 모드는 PB다. PB는 미사일에 미리 GPS좌표를 입력해 쏘는 모드다. 이러면 기체와 미사일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필요 없이, 매달고 날아가서 쏘기만 하면 된다. 그럼 미사일은 미리 정해진 위치를 향해 날아가면서 적 레이더 전파가 그쪽에서 나오면 전파를 향해 날아가고, 만약 상대가 전파를 꺼버려도 미리 입력된 좌표를 향해 날아가므로 이동이 가능한 장비라면 자리를 옮겨야 한다. 즉 우크라이나 기체들도 항전장비를 대대적으로 갈아치울 필요 없이 '매달고 가서 쏘기만 하면' 되는 수준의 비교적 간단한 개조만으로 운용이 될거라는 이야기다(아직은 추측의 영역).
결국 관건은 PB모드로 운용할 수 있게 러시아측 방공자산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인데,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는 나름 유리한 고지에 있다.
비록 우크라이나 전역이 아니라 남부 헤르손 등 루마니아 영공에 가까운 지역에 국한되지만 루마니아등 NATO영역 내에서 활동하는 NATO의 전자전 자산(RC-135등)의 도움을 받으면 현지 러시아군 방공자산들의 위치를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또 최근에는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저항세력도 꽤 적극적으로 러시아군 방공자산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군은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설령 HARM미사일이 날아올 때 레이더를 끈다 해도 어차피 정해진 좌표를 향해 날아오니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죽는 것이고, 레이더를 끄고 위치를 옮기면 결국 작전 수행이 안되니 방공우산을 지상군에게 제공할 수 없다. 특히 신속하게 이동하기 힘든 감시 레이더들의 운용이 큰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그 동안 강력한 지상 방공체계들로 굳혀놨던 러시아군 점령지의 제공권조차 위협받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러시아군 지상 방공체계들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면, 한동안 사용 범위가 크게 제약을 받던 바이락타르 TB-2등의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이 HARM의 등장으로 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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