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훈련중인 러시아군.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동계훈련중인 러시아군.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동원령과 맞물려 언론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는 동계전투에 강한 군대인 만큼, 최근 발령된 동원령으로 소집된 대규모 병력을 이용해 동계 공세를 펼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동원령으로 소집된 병력이 전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러시아에 유리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과연 ‘동계전투에 강할’ 까.

물론 러시아는 추운 나라이니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동계전에 유리한 면은 있다. 하지만 과연 겨울이 오면 러시아군은 무조건 적군보다 유리해지는, ‘겨울 전쟁의 절대강자’일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부분이 있다. 러시아군은 지금 러시아 국내에서 싸우는게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싸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기후에 가장 잘 적응한 군대는 러시아군보다는 우크라이나군 자신일 것이다. 딱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겨울에 싸운다고 우크라이나군보다 자동적으로 우위에 선다는 보장이 없다. 즉 그저 겨울이 온다는 이유만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보다 유리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러시아군이 동계전에 강하다는 것에도 종종 조건이 붙는다. “홈그라운드에서 싸울 때” 라는 조건 말이다.

러시아군이 동계전에 강하다는 주장의 사례로 종종 거론되는 것은 1941년 겨울의 사례다. ‘동장군이 닥치자 독일군은 얼어붙고 소련군은 그 얼어붙은 독일군을 몰아냈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독일군은 겨울에 약하고 소련군은 겨울에 강해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독일군이 밀려난 가장 큰 원인은 겨울의 혹한 뿐 아니라 보급과 병력밀도 그 자체의 문제였다. 모스크바 인근에 도달한 독일군의 보급망은 엄청나게 늘어졌고, 그로 인해 전선 부대들의 보급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장 방한복만 문제가 아니라 식량, 연료, 탄약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반면 러시아군은 철도 교통의 요충지인 모스크바 그 자체에서 싸우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서 독일군보다 유리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독일군이 혹한이 닥치자 크게 불리해진 것도, 결국 방한복부터 연료에 이르기까지 추운 겨울에 필요한 물자들이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보급난 탓이 컸다.

이런 상황은 소련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1939년 겨울, 소련군은 핀란드를 공격했으나 핀란드의 혹한 속에서 10만 단위의 사망 및 실종자를 낳는 큰 피해를 입었고 그 중 상당한 숫자가 동사자였다.

즉 동계 작전에 대한 준비 및 보급에 문제가 생기면 ‘동계전에 강한 군대’ 고 뭐고 없이 평등하게(?) 얼어죽는다. 만약 러시아군이 다가올 우크라이나의 동계 전선에서 충분한 준비와 훈련 없이 수많은 동원 병력을 그냥 밀어넣으면 이들이 러시아군이건 아니건 저체온증으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낳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반대로 이들이 충분한 준비와 훈련을 갖추고 전선에 투입된다면 러시아군이냐 아니냐의 여부에 관계없이 동계전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인이 무슨 북극곰도 아니고, 결국 동계전에 강하냐 약하냐의 여부는 어느 나라냐 그 자체보다는 그 나라가 얼마나 충분한 준비와 훈련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군에게 현재 그 ‘준비와 훈련’이 충분한지는 별개 문제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충분한 것과는 거리가 꽤 멀어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래에도 똑같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법, 상황을 지켜보면서 러시아군이 동계전에서 원래의 평판대로 잘 싸울지, 아니면 러시아군도 별 수 없을지 판단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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