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드디어 독일 육군의 기나긴 차기 소총 선정의 여정이 끝난 것 같다. 독일 정부가 차기 소총 구매를 위한 예산을 정식으로 배정하고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정된 총은… 한 때 선정됐던 MK556은 아니다. 그건 HK에서 법적 문제로 결국 끌어내리는데 성공했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번에 선정된 것은 HK416이다. 정확하게는 HK416A8이라는 바리에이션이고, 독일군의 제식명은 G95A1이다.
독일군에는 이미 G95라는 제식명의 총이 있다. 바로 독일군 특수부대 KSK가 사용하는 HK416A7이다. A7형은 HK416A5에 45도 각도로 조절되는(기존 AR이나 HK416계열은 90도) 조정간을 달고 핸드가드도 키모드(HK는 이게 기존 키모드와는 다른 독자규격이라고 HKeymod라고 부르기는 한다- 큰 차이는 없지만 말이다) 방식이 탑재된 것인데, 이것을 독일 연방군의 추가 요구에 맞춰 또 개량한 것이 바로 HK416A8이다.
HK416A8은 A7에 특수도구 없이도 총열 교환이 가능한 래치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 가장 큰 차이인데, 그 김에 권총손잡이도 바꾸고 탄창도 바꿨다. 어차피 이 둘은 기존 AR규격 써드파티 제품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는 한데, 솔직히 별로 보기 좋은 디자인은 아니다. 뭐 디자인이 중요한건 아닐테고….
A8을 채택하면서 독일군은 G95와 구분하기 위해 G95A1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총에 두 가지 바리에이션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G95A1 표준형이고, 또 하나는 단축형인 G95KA1이다.
G95의 경우 M4와 마찬가지로 14.5인치 총열이 장착된다. 반면 G95A1은 16.5인치 총열이 장착되고, G95KA1은 14인치 총열이 장착된다. 단축형이 14인치 총열이라는건 좀 긴거 아닌가 싶지만 그거야 독일군 결정이니 할 말은 없고… 재미있는 것은 납품되는 총기들에 B&T사의 소음기를 장착할 수 있는 소염기가 장착되어 있다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소총과 소음기의 페어링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듯 하다.
현재 G95A1과 G95KA1은 다 합쳐서 118,718정이 납품될 예정이며 여기에 배정된 예산은 2억 9백만 유로다. 1정당 단가는 이러면 약 1760유로, 우리 돈으로 약 240만원 정도다. 요즘 세계적인 군용 소총의 가격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비싼건 아닌 듯? 참고로 조준경으로 채택된 것은 엘칸 스펙터 DR이라고 전해진다.
독일은 이 총들을 2024년부터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 유럽의 NATO 주요 3개국이 모두 신형 5.56mm소총으로 갈아탔다(영국 SA80A3, 독일 G95A1, 프랑스 HK416F).
막 5.56mm소총을 새로 도입했다는 이야기는 NATO국가들이 미국의 6.8mm로 갑자기 바꿀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제식 소총으로 한번 선정되면 최소 20년은 울궈먹어야 할테니 말이다. 미국의 6.8mm가 갑자기 세계의 대세가 될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단 미군에서 어떻게 운용될지 최소 몇년은 지켜 보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5.56mm의 시대는 여전히 저물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독일이 G36을 대체할 차기소총 선정을 시작한 것은 2017년의 일이다. 원래 예정대로면 2018년에 후보를 선정하고 2019년부터 생산을 시작, 2026년에 생산을 완료해야 했다. 하지만 선정 과정이 늘어지면서 HK가 아닌 헤넬의 MK556이 후보가 되는 이변이 2020년에 벌어졌고, MK556은 또 HK와의 법적 다툼 끝에 탈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HK가 사업 초반의 예상대로 선정이 “기어이 되고야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