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러시아군이 공개한, 공격에 실패해 파손된 레오파르트2A6전차와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들의 사진이다. 6월 5~6일 사이에 벌어진 일로, 최소 레오파르트 2~3대와 브래들리 10여대의 파괴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간단하게 말해서 '지뢰밭에서 기동불능에 빠진 뒤 대전차미사일과 포병사격등으로 무력화'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공세가 벌어지고 있는 자포로자 지역은 원체 러시아군의 방어진지가 단단하게 축성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공세에는 우크라이나군도 독일제 장애물 개척전차나 미클릭 등 지뢰밭 및 각종 장애물 돌파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 또한 사전에 매설된 지뢰밭 위치등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간단하다. '몰랐던 지뢰밭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지뢰밭이라는건 이제 순식간에 새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러시아군이 살포지뢰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다연장 로켓으로 지뢰를 '뿌려'서 지뢰밭을 순식간에 새로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ISDM 지뢰살포체계
러시아군의 ISDM 지뢰살포체계

 

러시아군의 ISDM 지뢰살포체계
러시아군의 ISDM 지뢰살포체계

러시아의 ISDM은 5~15km 밖에 50발의 122mm 지뢰 탑재 로켓을 발사, 대략 축구장 하나를 커버할 수 있는 지뢰밭을 순식간(길어야 15분 이내)에 만들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대인지뢰 혹은 대전차지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작년 3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류의 살포지뢰는 대응이 상당히 골치아프다. 이론상으로야 지뢰가 땅에 파묻히지 않고 지면에 드러나 있으니 눈으로 보고 대응하면 될 것 같지만, 크기가 작아 의외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특히 사전에 정찰등으로 파악되지 못한 곳에 갑자기 튀어나오는게 큰 문제다.

우크라이나군 차량들이 매설지뢰가 아니라 이런 살포지뢰를 밟은 정황중 하나는 의외로 완파된 보병전투차가 적다는 점이다. 브래들리는 원래 알미늄 차체라 화재가 발생하면 아예 녹아내리는데도, 대부분은 화재 발생 없이 궤도만 끊어진 상태다. TM-62같은 대형 매설형 지뢰라면 이런 일은 없겠지만, 위력이 약한 소형 살포지뢰라면 가능하다.

미국의 155mm 지뢰살포탄 (RAAM)
미국의 155mm 지뢰살포탄 (RAAM)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군에 이런 무기체계가 있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애당초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작년부터 운용된 것이고, 우크라이나군 자신도 살포지뢰를 아주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및 NATO로 부터 위 사진의 RAAM과 같은 155mm 지뢰살포탄을 대량으로 운용중이다. RAAM의 경우 9발의 지뢰를 한번에 살포할 수 있는 체계로, 1만발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155mm 살포지뢰는 지난 겨울 부흘레다르를 러시아군이 공격할 때 큰 위력을 발휘했다. 러시아군 전차들이 진격해 올 때마다 지뢰밭을 새로 만들어 공격을 거듭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군은 이에 대응할 뾰죽한 수단을 못 찾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의 공격을 거듭 반복하면서 수많은 전차와 병력을 상실했다.

부흘레다르 전선에서 돈좌된 러시아군 전차들
부흘레다르 전선에서 돈좌된 러시아군 전차들

문제는 우크라이나군도 여기에 대응할 수단이 당장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사전에 인지하고 피하기도 어렵고, 지뢰제거 차량도 지뢰밭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탑재장비를 가동해야 대처할 수 있지, 이동중 아무때나 탑재 장비를 가동하면서 다닐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우크라이나군은 대응수단을 찾을 수 있을까. 두고 봐야 알 것 같지만,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도, 어쨌든 이번 전쟁에서 살포지뢰의 위력이 입증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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