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600
K600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K600 장애물 개척전차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우크라이나에 K600이 지원될 가능성은 이미 5월부터 언론에 거론되고 있었다. 당시 우리 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지원을 검토하면서 K600도 지원 후보대상에 거론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능성이 그렇게 높아보이지는 않았는지 잠깐 언급되었다가 잊혀지나 했는데, 이번에 대통령까지 우크라이나에 방문하면서 가능성이 다시 올라간 것이다.

일단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을 전후해 K600 지원 가능성이 우리 관계자에 의해 공개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은 듯 하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이유는 있다. 대통령이 방문까지 할 정도면 지원의 폭이 크게 높아질 것은 분명하고,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원하는데 언론에서 지원 가능성이 이미 보도까지 된 장비가 실제 원조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K600은 우크라이나에서 절실히 원하는 장비일 수 밖에 없다. 지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 중 하나가 러시아군의 지뢰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세 초기에 우크라이나군은 지뢰밭 개척을 위한 중요한 장비들을 무더기로 잃었다. 바로 핀란드에서 지원받은 레오파르트 2R 지뢰제거 전차들이다.

핀란드는 레오파르트2A4 전차를 6대 개조해서 레오파르트 2R을 만들었다. 그런데 올해 초에 이 차량들을 모두 우크라이나에 기증했다. 그리고 6월 8일, 이 차량들은… 대부분 파괴됐다.

우크라이나에 지원되기 전의 레오파르트2R
우크라이나에 지원되기 전의 레오파르트2R

 

엄밀하게 따지면 전부가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손되어 기동불능이 된 상태에서 승무원들이 탈출해 버려졌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회수되었다고는 하는데, 수리되어 전선에 복귀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고 설령 수리가 가능하다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크라이나군이 단 하루에 자신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지뢰제거 장비중 절반을 못쓰게 됐다는 사실이고, 그런 만큼 단 몇대라도 K600이 지원되는 것을 간절히 바랄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K600은 적어도 그 자체로는 살상무기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원칙도 나름 지키는 셈이다.

아마 여기까지 써 놓으면 국뽕 유튜브 채널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의 게임체인저 K600! 지뢰밭 뚫고 몰려오는 K600에 러시아군 혼비백산. 우크라이나군 기쁨의 눈물 흘리고 러시아군은 하얗게 질려” 같은 내용의 뽕영상을 만들겠지만(이미 만들고 있을지도), 그 분들께는 죄송하게도 K600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6월 8일에 격파된 우크라이나군의 레오파르트 2R들. 세 대가 파손된 것이 확인됐다.
6월 8일에 격파된 우크라이나군의 레오파르트 2R들. 세 대가 파손된 것이 확인됐다.

 

당장 이번에 격파된 레오파르트2R은 K600과 비슷한 면이 많다. 특히 지뢰제거 장비는 사실상 동일하다. K600도 레오파르트2R도 결국 지뢰제거 쟁기등의 지뢰제거 장비 세트를 영국 피어슨 엔지니어링사의 같은 패키지를 도입해 전차 차체에 장착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즉 지뢰제거 능력만 따지면 딱히 K600이 나을게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핀란드 환경에 맞춰 만들었던 레오파르트 2R이 우크라이나의 무더위(낮에 35도 넘는 경우가 흔하다가) 때문에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애당초 그 정도 더위는 당연히 감안하고 만든 K600이 더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가동률이나 지뢰제거 능력만이 아니다. 

피어슨 엔지니어링사의 지뢰제거용 쟁기. K600도 레오파르트2R도 이 쟁기를 포함한 지뢰제거장비들은 기본적으로 피어슨 엔지니어링사의 같은 장비들을 장착했다.
피어슨 엔지니어링사의 지뢰제거용 쟁기. K600도 레오파르트2R도 이 쟁기를 포함한 지뢰제거장비들은 기본적으로 피어슨 엔지니어링사의 같은 장비들을 장착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 방어선은 지뢰 하나만 믿고 버티는게 아니다. 지뢰의 역할은 그 자체로 적을 막는다기 보다는 적의 진격을 늦춰 다른 화력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 더 크다. 앞서 언급된 6월 8일의 레오파르트 2R 손실도 지뢰제거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포병이나 대전차미사일 공격등에 노출되어서 그런 것이다. K600이라고 이런 위협들을 몸빵으로 막고 밀어붙일 방어력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닌 만큼, 결국 이게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우크라이나군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고 잘 운용한다 해도 조심스럽게 운용될 수 밖에 없으니 '게임체인저' 소리까지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애당초 이번 전쟁에서 게임체인저 운운했던 장비들 중 진짜 게임체인저가 된건 그리 많지 않은 듯).

물론 K600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도움이 안될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지뢰제거 능력에 무시 못할 공헌은 할 것이다. 다만 그게 간다고 갑자기 무슨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국뽕을 빨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우리 군에서도 운용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데다 도입 수량 자체도 적은 차량인 만큼, 현실적으로 보낼 수 있는 숫자도 몇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혹시라도 유튜브에서 K600에 관한 국뽕 영상을 보시게 되더라도, 최소한 이걸 읽는 독자 여러분은 어느 정도 걸러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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