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에서 스타링크 때문에 발칵 뒤집어졌다. 작년 수개월간 한 척의 군함, 정확히는 인디펜던스급 LCS중 한척인 맨체스터에 몇몇 부사관들이 비인가 스타링크 안테나와 송수신기를 설치한 것이 적발된 것이다. 스타링크 자체도 문제지만, 여기에 연동된 와이파이까지 설치한 것이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스타링크를 불법으로 설치한 승무원들은 사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을 열람하고 스포츠 정보를 보는 등의 목적으로 일을 저질렀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안조치가 안된 민간 네트워크를 들이는(와이파이까지 곁들여서) 것은 다양한 보안상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적에게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도 있고, 또 사이버 공격을 벌이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것이 와이파이와 연동된 것은 자칫 승무원들의 휴대폰같은 개인 기기들은 물론 잘못하면 배에 탑재된 작전용 디지털 기기에까지 연결되는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미 해군에서 그 동안 장기간 해외에 작전을 뛰는 함정들의 승무원들이 인터넷 연결을 제대로 못한다는 문제는 사기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승무원들의 사기도 사기지만 그동안 급증한 데이터 정보를 처리하려면 링크 16같은 기존의 전술 데이터링크망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그 때문에 스타링크등의 상용 위성 네트워크를 함정에 도입하는 자체는 최근 수년간 활발하게 진행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맨체스터함은 비인가 스타링크가 설치됐고, 함장을 포함한 지휘부가 모르는 상태였다는 것 두 가지가 문제다. 미 해군이 설치하는 스타링크는 보안을 강화한 군용 체계이고, 그 사용은 함장등 지휘부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보안 사고의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다. 반면 맨체스터함은 민간용이라 보안이 아주 취약한데다 지휘부도 몰랐으니 통제도 제대로 안됐다. 또한 스타링크 설치가 소수의 부사관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이를 주도한 인원들이 일종의 ‘비공식 권력’을 누리는 바람에 함내의 기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스타링크 논란은 군의 사이버및 전자전 보안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근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지휘소에서의 와이파이 사용이 위치 노출로 이어져 공격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사이버 보안의 필요성이 엄청나게 중요시되고 있다. 과연 우리 군은 이런 문제에 얼마나 잘 대응할지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