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개런드를 사격하는 미국의 민간 사격애호가(CMP)
M1개런드를 사격하는 미국의 민간 사격애호가(CMP)

2022년 대선등 굵직한 정치관련 사건들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최근 석방된 한 인물이, 최근 유튜브등에서 밀리터리 관련으로 어떤 주장들을 하는 듯 하다. 그런데 그 주장들의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러운데, 특히 그 중에서도 총기 관련해서 굉장히 신빙성이 의심되는 주장을 해 본지에서도 이를 다뤄봐야 할 것 같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군은 대량의 M1 개런드 소총을 치장물자로 보관중인데, 자신은 이것들을 한국전쟁에 쓴 총기라는 인증을 해서 1정당 4백만원에 미국에 팔아 참전용사들 복지도 도와주고 그 동안 이 총들을 보관하느라 쓴 막대한 비용도 보전하고 싶다는 주장을 했다고 전해진다.

일견 들어보면 그럴듯 하다. 특히 우리 군이 퇴역후 예비군용으로 보관하다 결국 완전히 도태시킨 M1 개런드 소총중 아직도 적잖은 숫자가 치장물자로 남아있는 것 자체는 일단은 사실인 만큼 귀가 솔깃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냥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 주장일까?

(CMP)
(CMP)

 

사실 그 동안 우리 군이 보유한 M1 개런드 소총의 미국 역수출은 몇차례에 걸쳐 이뤄진바 있다. 1980년대에 대략 20만정, 1990년대 초반에 11만정이 수출되었다는 기록이 인터넷에 보이는데 검증은 필요하지만 대략 팩트는 맞는 것 같다(9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총기 규제 강화로 수출이 중단됨). 즉 M1 소총의 미국 수출은 그동안 안된게 아니라 이미 제법 많은 양이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그러면 수출할만한 양이 남아있는지, 그리고 수출이 또 가능한지의 여부다. 사실 2010년대 초반에도 추가 수출이 추진된 바 있지만, 그 시기에도 90년대 초반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권이 민주당 정권이다보니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을 얻지 못해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 당시 수량이 대략 9만정이 안 된다는 기록이 있는데, 우리 군에 미군이 공여한 M1 개런드의 수량이 얼추 40~42만정 정도라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2010년대에 추진된 이 숫자가 사실상 우리 군이 보유한 마지막 M1 개런드의 ‘재고떨이’ 수준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2010년대에 한번 무산된 이후 이 물량을 미국에 돈 받고 역수출하는게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사실 이 M1 소총들은 무상군사원조로 넘겨받은 물건이라, 퇴역해서 완전히 안 쓰게 되면 우리가 미국에 돈 받고 파는게 아니라 무상, 혹은 무상에 가까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다시 돌려줘야 한다. 우리나라가 90년대까지 예외를 적용받았던 것은 M1 소총의 역수출 대금을 K2소총의 구매로 연결하려는 일종의 군사지원 성격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지만, 미국 정부가 더 이상 이런 식의 예외를 적용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CMP)
(CMP)

 

실제로 최근 미국은 과거 무상 군사원조로 해외에 공여됐던 M1 소총을 몇몇 나라들(대표적인 사례가 그리스와 필리핀)로부터 회수하고 있고, 이 총들을 CMP(Civilian Marksman Program: 민간 사격인 프로그램)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즉 예전처럼 우리가 수출대금 따로 받아가며 M1소총을 미국에 되파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설령 수출대금 따로 받으며 되파는게 가능하다 쳐도, 1정 400만원이라는 가격은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2010년대 초반에 9만정 미만의 M1을 수출할 때 예상 수출대금은 우리 돈 약 300~310억원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이를 나눠보면 얼추 34~36만원 사이다. 400만원과는 정말 백만 광년쯤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일반 판매되는 M1개런드의 가격은 상태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가격은 얼추 $1,500~1,700 정도에 형성된다. 우리 돈으로 얼추 200~230만원 사이다. 수출 금액도 아니고 최종 소비자 가격이 이 정도 가격대인데, 우리가 어떻게 미국에 1정당 평균 400만원씩 받고 수출할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상당히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게다가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우리도 이제는 돈 받고 수출하는게 아니라 그냥 공짜로 돌려줘야 할 판이다. 

즉 ‘M1을 하나에 400만원씩 받고 미국에 역수출해서 참전용사 보훈에 쓰겠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현실성이 의심스러운,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이다. 혹시라도 독자 여러분은 이런 주장에 귀가 솔깃해지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란다.

추가: "6.25에 사용된 총기라는걸 인증해서 더 비싸게 받겠다"는 말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M1소총은 6.25 기간중 100만정 이상이 생산되었고 그중 대다수가 6.25에 투입되었다. 즉 6.25 사용 총기가 주는 희소가치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M1처럼 전쟁에 대량으로 투입된 총기들에서 실전투입 여부는 딱히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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