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군에는 막대한 양의 총이 남았다. 전쟁중 소모된 양을 감안해도 몇백만 단위의 소총과 권총이 존재했고 미국 정부는 이 중 상당수를 우방국들에 넘겨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총기가 남았다.
미국 정부는 이것을 그냥 대충 방치하지 않았다. 먼저 스프링필드 조병창 등 미국 내의 주요 조병창들에서 총들을 재정비했다. 멀쩡한 총들은 그냥 뒀지만, 대부분은 전쟁을 겪으면서 마모와 파손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총들이 분해된 뒤 부품을 교체하고 필요하면 표면처리를 다시 하는 등의 복원처리 과정을 겪었다. 이 때문에 2차 대전중 미군이 쓰다 남은 총기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총들 다수는 ‘어디서 만들었다’고 하기 힘들다- 부품이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렇게 재생작업을 거친 총들을 보관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통조림’이었다. 총덕이 환장할 통조림 말 그대로 ‘총 통조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깡통’이라고 불러도 할 말 없는 거대한 금속 원통에 여러 자루의 총을 넣은 뒤 진공 상태로 만들고 건조제를 넣어 단단하게 밀봉한 것이다.
M1개런드와 카빈은 한 통에 각각 10자루씩, 멜빵등의 액세서리와 함께 들어갔고 BAR은 5자루, M2HB는 1자루를 넣었다. 그리고 M1911A1은 예비 탄창 각각 2개씩, 총 20정과 탄창 40개를 넣었다. M1911A1의 경우 완전히 포장된 상태에서 각 용기는 얼추 40kg정도의 무게가 나간다고 한다. M1 개런드의 경우 무게가 약 79kg정도였다.
이런 보관 방법은 결코 싸게 먹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스프링필드 조병창의 경우 약 6만정 가까운 M1911A1을 1정당 $1.57달러의 예산을 들여 포장했다고 기록되어있다. 요즘 물가로 환산하면 얼추 $20, 즉 우리 돈 26,000~27,000원정도의 금액이다. 즉 요즘 돈으로 약 16억원 정도를 쓴 셈인데,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용기가 파손되지만 않으면 70~80년 가까이 지난 요즘 열어도 멀쩡하다고 하니 나름 돈 잘 쓴 셈이다.
이렇게 밀봉된 상태로도 해외에 원조된 물량이 꽤 되는데, 아마 우리나라에도 아직 이 상태로 보존된 개런드나 카빈, M1911A1등이 있을수도 있다. 혹시라도 창고 안에 이런게 발견된다면 이제는 이것도 나름 ‘유물’ 대접받을 자격이 있으니 전쟁기념관에 종류별로 한 깡통씩 전시하는건 어떨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