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거 네대 더 들어오는거 아니었나요 (Boeing)
아니 이거 네대 더 들어오는거 아니었나요 (Boeing)

 

우리나라의 2차 조기경보기 도입사업(4기)이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만났다. 바로 보잉의 사업 탈퇴다.

2차 조기경보기 사업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입찰공고를 냈으나 결국 예산이나 납기등의 여러 이유로 계속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와 군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이미 우리 군이 쓰고있는 E-737 피스아이의 개량형을 제시하는 보잉으로 가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는 합리적인 추리였다. 이미 운용중인 기체와 같은 계열로 추가도입하는 편이 유지보수나 훈련등 여러면에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공군이 E-737과 동계열 기체인 E-7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미 공군과의 호환성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 미 공군의 E-7 도입 포기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더니, 결국 보잉이 우리나라에서의 사업에서도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지난 세 차례의 입찰에 계속 도전했던 보잉이 지난 30일까지 이뤄진 4차 제안서 접수에는 아예 제안서조차 내지 않은 것이다.

미 공군의 E-7 도입포기가 이번 사업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확실하지는 않으나 배제할수도 없다. 그러잖아도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면서 논란이 있었는데, 미 공군의 도입이 무산되면서 예정 생산수량이 축소되는 만큼 가격 상승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보잉이 빠지면서 선정 가능성이 높아진 글로벌 아이 (SAAB)
보잉이 빠지면서 선정 가능성이 높아진 글로벌 아이 (SAAB)

사실 미 공군의 E-7 포기 이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관세’라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이 요동치면서 미국 밖에서 도입해 조립해야 할 장비가 적지 않은 E-737같은 체계의 최종가격 산정이 매우 어려워진 것이다.

(참고로 이미 4대가 운용중인 조기경보기이지만, 이 4대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정비와 훈련이 있는 만큼 여유 기체가 늘 부족하고, 또 24시간 연속 감시는 무리라 쳐도 거의 매일같이 떠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운용유지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4대가 추가로 도입되면 여유 기체가 그만큼 늘어나니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된다)

어쨌든 보잉이 사업에서 발을 빼면 이제 남은 후보는 모두 비즈니스 제트기 기반의 기체가 된다. 사실 세계적으로 E737/E7계열을 제외하면 신규 생산 조기경보통제기는 비즈니스 제트기가 베이스가 되는 경우가 대세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에 우리 공군에서 경쟁할 두 후보가 모두 같은 기체를 베이스로 만든다는 것. 사브의 글로벌아이도, L3해리스의 후보도 모두 봄바르디어의 글로벌 6500에 레이더 및 관련 체계들을 얹은 것이기 때문이다.

보잉이 빠진 시점에서 이번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홍보전를 펼친 사브의 글로벌아이가 지명도는 확실히 있지만, L3 해리스 역시 실질적으로 이스라엘 IAI와 ELTA의 EL/W-2085 시스템을 탑재한 G550 조기경보기의 한국 제안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L3 해리스가 제안한 글로벌 6500기반 조기경보 통제기. (L3 Harris)
L3 해리스가 제안한 글로벌 6500기반 조기경보 통제기. (L3 Harris)

 

이렇게 되면 두 기종 모두 개발국 공군에서 직접 운용도 하는데다 수출 실적도 있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러다보니 두 나라 모두 오랫동안 자체적인 조기경보기 플랫폼을 운용-개발한 실적도 있는 만큼 간단하게 어디는 좋고 어디는 나쁘다고 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글로벌아이의 경우 항공감시용의 AESA에 더해 해상/지상 탐색용 AESA(시스프레이 7500E)를 함께 탑재했기 때문에 땅/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 점이 정말 결정적 장점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나름 흥미로운 특징임에는 틀림없다.

E737이 후보로 들어있던 시점이면 콘솔 숫자나 내부 공간등의 장단점이 거론됐겠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기반이 되는 기종이 통일되어버렸으니 그런 논란도 없어져 버렸는데, 이미 두 기종 모두 군의 요구조건은 충족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남은 부분은 가격과 기술이전이 될 것 같다. 하여간 판이 또 뒤흔들렸으니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자.

"누가 이겨도 우리는 네대 무조건 판다" 며 들떠있을 봄바르디어의 글로벌 6500 (Bombardier)
"누가 이겨도 우리는 네대 무조건 판다" 며 들떠있을 봄바르디어의 글로벌 6500 (Bombard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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