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영국맛을(제대로) 살려야지”
예 살리겠습니다.
영국맛은 미사일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점은 아시는 분은 다 잘 아실 것이다. 대전차 미사일 분야에서도 스윙파이어라는 영국맛이 있지만, 그래도 이건 나름 수출시장에서도 성공했고 30년간 영국군 주력 대전차미사일로 수만발이 생산됐다. 이 정도면 영국맛이지만 순한맛이다.
그보다 전에 나온 ‘말카라’(Malkara)는 그렇지 않았다. 꽤 찐한 영국맛을 자랑했다. 그리고 영국 음식 맛은 어떻다?
말카라는 1958년부터 영국군이 사용한 대전차 미사일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공동개발로 만들어진 이 미사일은 당시는 물론이고 1970년대까지도 존재하는 사실상 모든 전차를 무력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사거리도 4,000m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위력을 얻기 위한 선택이었다. 일단 탄두가 흔히 쓰이는 성형작약, 즉 대전차 고폭탄(HEAT)이 아니었다. 점착유탄(HESH)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원리를 보시길.
점착유탄은 관통하는게 아니라 탄이 장갑판에 맞으면 찌부러져 퍼지면서 넓은 범위에서 터진다. 이러면 넓은 면적에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장갑판의 내부 박리현상이 일어나 파편이 발생해 내부에 피해를 입히거나 아예 장갑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
영국은 점착유탄을 전차포나 대전차포등에 꽤 애용한 나라중 하나다. 문제는 점착유탄이 효과를 내려면 자연스레 다량의 폭약이 필요하다는 것. 말카라는 점착유탄을 사용하면서 강력한 위력을 보장하기 위해 무려 26kg의 무게를 가졌다.
미사일 본체가 26kg? 그게 '무려'라고 할 만큼 무거운건가요?
노노노. 탄두만요.
탄두만 26kg이니 탄 본체 무게는 93.5kg, 직경도 203mm라는 개노답(…) 사이즈. 인력운반과 운용은 그냥 불가능하고, 차량에도 많은 수를 싣고 발사하기 쉽지 않았다. 여기에 초기 대전차 미사일이라 수동조종, 즉 MCLOS식이라는 점 때문에 속도가 느리고(최대사거리까지 28초…) 어지간히 숙달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명중을 보장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근데 이거 사수들 중 한 발 이상 실사격 해 본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하다(다수의 사수들은 실사격을 아예 못했고, 했어도 한 발이 보통).
물론 맞으면 당시의 현존 전차를 무력화시킬 확률이 90%라는 높은 위력을 자랑했지만, 그것도 맞아 줘야 할 일이다. 게다가 이 엄청난 덩치라면 쓸 수 있는 탄의 숫자도 많을 수 없다. 결국 영국군은 단 1천발만 생산해 몇년 운용하다 때려쳤고, 오스트레일리아는 결국 채택을 포기했다. 만약 영국이 더 작고(무게 14kg) 실용적인 대전차 미사일 비질런트(이 분은 탄두도 상식적인 HEAT)를 비슷한 시기에 개발해놓지 않았으면 영국군은 제대로 낭패를 볼 뻔 했다. 그나마 비질런트는 영국맛이 아주 순한 물건이라 미 해병대도 운용하는 등 8개국에 수출되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지만, 말카라는 영국 외에 단 한나라도 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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