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의 PSQ-20 단안식 열상/광증폭 복합고글 (US ARMY)
미 육군의 PSQ-20 단안식 열상/광증폭 복합고글 (US ARMY)

 

최근 미군을 지배하는 키워드중 하나는 “우리는 더 이상 밤을 지배하지 않는다”이다.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군의 키워드는 “우리는 밤을 지배한다” 였기 때문이다.

미군은 지금도 세계 최강의 야간전 능력 보유국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그냥 최강이 아니라 ‘지배자’임을 자처할 정도로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러시아와의 차이가 독보적이었다. 그런 미국이 ‘지배자’가 아니라고 직접 털어놓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동안 거의 미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야간전 능력에서 다른 나라들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이 부담을 느낄’정도까지는 추격해 왔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비록 2008년부터 실전배치된 제법 오래된 장비이기는 하지만, PSQ-20 야시 고글은 한동안 미국 야시전 능력의 상징과도 같은 첨단장비로 여겨졌다. 광증폭 장비와 열상 장비가 한데 융합되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영상을 하나로 융합까지 할 수 있는 이 장비는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최근까지 미국이 가진 야시장비 기술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하지만 PSQ-20의 ‘짝퉁’이라 할 수 있는 장비가 이미 중국에서 생산중이다. 상표명이 제리-F라고 불리는 이 장비는 중국 브랜드 ‘인피레이(Infi-ray)’가 발매중인데, 그냥 모양만 따라한 짝퉁이 아니다. 적어도 PSQ-20의 초기형과 비교해 그닥 떨어지지 않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피레이 제리-F. PSQ-20의 모양만 따라한게 아니라 기능도 상당부분 모방했다. 열상/광증폭 영상의 융합 기능까지 구현했다.
인피레이 제리-F. PSQ-20의 모양만 따라한게 아니라 기능도 상당부분 모방했다. 열상/광증폭 영상의 융합 기능까지 구현했다.

 

미국 내에서도 몇몇 관련 사이트들이 입수해 테스트한 결과는 “오리지널보다 떨어지지만, 크게 떨어지지는 않으며 가성비로 보면 충분히 사볼만한 제품”으로 평가할 정도. 이 정도면 우리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중국제 야시장비에 대한 인식보다는 매우 후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PSQ-20이나 제리-F는 이미 미국내에서는 민수용으로도 팔리는 만큼 기술적으로 그렇게 엄청난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주목할만한 것은 중국이 무시 못할 성능의 열상장비를 민수용으로 팔고 있다는 것. 즉 중국도 군용의 성능은 미국만큼은 아니라도 우습게 볼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전 병력에게 야시 고글을 지급하고 소수라도 열상 조준경이 야전에 배치된 것 만으로도 미군 보병의 야간전 능력이 ‘밤을 지배한다’는 표현을 얼마든지 쓸 수 있었지만, 이미 중국군도 미군의 한 세대 전 수준에는 도달했거나 그 수준은 넘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밤을 더 이상 지배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고, 그 때문에 미국은 최근 수년간 보병의 야간전 능력에서 우위를 계속 점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퍼레이드에 야시 고글을 착용하고 나온 북한군
퍼레이드에 야시 고글을 착용하고 나온 북한군

 

이 부분은 우리도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 여전히 우리 군은 보병용 야시장비라는 측면에서 한 세대 전의 미군만도 못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도면 북한군에 비해서는 야간전에 압도적 우위”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군 관계자가 적지 않은게 문제다.

최근 몇 차례의 퍼레이드에서 북한군은 다수의 야시장비를 선보였다. 다들 중국제의 조잡한 제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들도 보병에게 어느 정도이든 야시장비를 주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우리가 가진 야간전의 우위를 적잖이 깎아낸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제 야시장비의 빠른 발전속도를 본다면, 북한이 적은 비용으로 야간전 능력을 더욱 높이게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제 “야시경이 있는 그 자체”에 만족할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우리 군도 보병 야간전 능력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역량을 다시 올리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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