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참전용사를 위해 제정된 철십자 훈장이 있다면?

잘못 쓴 것 아니다. 바로 6.25를 위해 만들어지고 수여된 철십자 훈장이 있다.

다만. “독일에서 줬다고는 안 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의 6.25 참전국이다. 지상군 1개 대대와 해군 프리깃함 1척, 도합 5,100명이 참전해 전사 213명에 부상 448명, 포로 28명이라는 만만찮은 피해를 입은 국가이기도 하다.

이 콜롬비아에서 자국군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해 1952년 3월 27일에 제정한 훈장이 바로 “해외 참전 공로훈장”이다. 기본적으로는 해외에 파병되어 혁혁한 무공을 세운 장병들에게 수여하는 훈장이지만, 제정된 이후 실제로 수여된 대상은 6.25에 파병되어 참전한 병사들에 국한된 듯 하다. 그 외의 사례에 수여된 경우는 없는 듯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훈장이 바로 독일의 철십자 훈장과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것. 비슷하다고 할지, 누가 봐도 철십자 훈장의 콜롬비아 버전이라고 봐야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위 사진 출처: 여기를 클릭)

철십자 훈장이라면 나치 독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것을 군사적 상징으로 쓰기 시작한건 프로이센 왕국 시절부터이고, 오랫동안 독일과 군사적 관계를 맺은 나라들에 영향을 끼쳤다(사실 현대 독일군의 국적표시도 이거지…). 그 중 하나가 콜롬비아였다. 칠레등 꽤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구 독일 제국(1871~1918)로부터 무기를 수입하거나 군사고문단을 초빙해 자국군을 양성했고 콜롬비아라고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또 콜롬비아에는 그렇게 많지는 않아도 사회-경제적으로 무시 못할 영향을 끼치는 독일계 이민사회도 건설되어 있었고, 이런 점들이 철십자 훈장을 자국군용으로 디자인하는데 영향을 줬을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콜롬비아의 한국전 파병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려는 시도 때문이었는데, 그 이유중 하나가 2차 세계대전 중 받았던 친독 혐의를 완전히 벗으려는 것이라는 점이다.

2차 대전 당시 콜롬비아는 중립을 지켰고 나름 미국을 거스르지 않으려 애썼지만, 미국은 독일계 이민사회의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데다 전쟁 전부터 군사적으로 독일과 관계가 있던 콜롬비아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했다.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도 그 앙금이 좀 남아있었는데, 1950년에 새로 당선된 신임 대통령이 그 앙금을 완전히 씻고 미국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연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병 용사들을 위한 최고의 훈장을 철십자 훈장으로 디자인한 것을 보면, 역시 한 번 받은 문화적 영향이라는건 쉽게 씻어내기 힘든가 보다. 어쨌든 이 독특한 철십자 훈장은 6.25가 낳은 또 하나의 특이한 유산으로 남아있다.

저작권자 © 월간 플래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