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공개된 우크라이나군의 2B16 사용 모습 (SNS)
2월에 공개된 우크라이나군의 2B16 사용 모습 (SNS)
러시아 국내에 전시된 2B16 (위키피디아)
러시아 국내에 전시된 2B16 (위키피디아)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제 2B16 “노나-K” 박격야포를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박격야포’라는 표현이 생소하실텐데, 실제로 영어 표현이 “Gun Mortar”, 즉 야포+박격포다. 사실 서방세계에 같은 종류의 포를 찾기가 어렵다 보니 적역어를 찾기도 어려운데(하나 지어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탄을 포구가 아니라 포미로부터 넣는 후장식 박격포지만 -사용탄 자체가 120mm 박격포탄들- 운용 방법은 우리나라의 105mm에 근접하는 경야포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 자체보다 더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포탄이다. SNS상에 공개된 사용 포탄은 바로 미국제 M1101 박격포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미국의 박격포탄이 러시아제 포에 장전되어 발사될까. 해답은 간단하다- “원래 그러니까”.

2B16은 처음부터 프랑스의 120RT 강선식 박격포의 포탄과 같은 규격의 탄을 쓰게 만들었다. 박격포이지만 9km(RAP탄 사용시 12)의 유효사거리와 높은 명중률을 가진 120RT의 성능이라면 경야포에 가까운 운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게다가 120RT는 필요하면 활강식 120mm 박격포탄도 쏠 수 있는데, NATO표준 활강식 120mm 박격포탄이 결국 1930년대에 소련군이 만든 규격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도 러시아의 120mm 활강식 박격포에 넣고 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2B16에 장전되기 위해 준비된 미국제 M1101 박격포탄. 2B16은 나토의 강선식 박격포탄과 호환되는 규격으로 만들었다 (SNS)
우크라이나군의 2B16에 장전되기 위해 준비된 미국제 M1101 박격포탄. 2B16은 나토의 강선식 박격포탄과 호환되는 규격으로 만들었다 (SNS)

 

그래서 소련도 1980년대에 2B16/2S9을 개발하면서 독자규격이 아니라 프랑스 포탄 규격을 그대로 모방해 유사시에는 노획포탄이든 자국군이 대량으로 사용하는 120mm 활강식 박격포탄이든 ‘편식없이’ 잘 먹게 만든 셈인데, 그 특성이 뜻밖에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탄약 공급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40문의 2S9(자주화 버전)을 전쟁 전부터 운용했고 이번 전쟁에는 러시아군으로부터 노획한 최소 7문의 견인식 2B16을 야전에 투입해 운용중이다. 그런데 이 포가 서방의 120RT와 호환되는 규격의 탄약을 사용하니 나토의 탄약지원이 훨씬 쉽지만, 그 중에서도 미국이 아주 마음껏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포탄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전쟁 전 촬영된 2S9 (우크라이나군)
전쟁 전 촬영된 2S9 (우크라이나군)

 

미 해병대는 2008년에 120RT를 M327이라는 제식명으로 채택해 66문을 도입했지만, 운용하고 보니 이래저래 마음에 안들었는지 9년만에 퇴역시켜버렸다. 당연히 이 포의 운용을 위해 도입했던 탄약은 전부 쓸모가 없으니, 우크라이나에 마음껏 넘겨줘도 괜찮았을 것이다(우크라이나 자신도 4문의 120RT를 벨기에로부터 넘겨받았지만, 추세로 봐서는 미 해병대 보유분도 곧 들어갈 것 같다).

우크라이나군에게는 이런 종류의 ‘틈새포’가 상당히 요긴한 상황이다. 최근 바흐무트등에서 러시아군이 전술을 바꿔 소규모 보병부대를 여러곳에 투입해 약점을 찌르는 식으로 운용하면서 예상외로 성과를 거둬왔는데, 이런 ‘저가치’표적을 상대로는 기존의 포병전력보다는 야전 주변에 쉽게 전개하고 운용할 수 있는(그리고 기존 152/155mm 포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박격포나 경야포등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120mm 박격포는 앞서 언급한대로 서방제 탄약의 사용도 가능한 만큼 나토에서 직접적인 포탄 지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2B16이나 2S9같은 경우도 이렇게 우크라이나가 탄약 호환성의 덕을 보면서 미제 포탄을 받아 쏴서 러시아군에게 타격을 입힐 것은 1980년대의 소련군과 기술자들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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