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캡쳐
동영상 캡쳐

최근 SNS에서 독특한 영상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군이 맥심을 공랭식으로 개조해서 개머리판과 스코프를 장착해 사용하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위 사진이 바로 그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동영상은 여기 를 클릭!)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맥심을 쓴다는건 뉴스도 아니다. 이미 그걸 둘, 아니 넷까지 묶어서 트럭에 얹고 쓰는 것도 전혀 생소한 소식이 아니다. 아래 사진도 진작에 너무 많은 곳에서 소개해서 전혀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그걸 공랭식으로 개조해서 쓴다는건 또 다른 이야기다.

매드맥스의 한 장면 같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입니다 여러분....
매드맥스의 한 장면 같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입니다 여러분....

 

사실 공랭식이라고 해서 대단한건 아니다. 총열을 둘러싸던 냉각수 재킷을 없애고 그 자리를 공기가 통하는 커버로 교체한 뒤 총구에는 제퇴기를 부착한 것이다. 물론 총열덮개를 지탱하는 양각대(PKM의 것을 유용한 듯)가 달려있어 엎드려 쏴가 가능한 것은 당연한 부분.

맥심은 수냉식이라 우리가 흔히 아는 기관총들과는 차원이 다른 장시간 사격이 가능하지만, 냉각수와 그 냉각수를 담을 재킷등의 관련 부속들 무게가 만만치 않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27~30kg정도. 삼각대등의 액세서리가 없는 ‘알총’ 무게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사실상 .50구경 중기관총과 맞먹는 고중량이다. 야전에서의 운용에 당연히 애로사항도 꽃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버전인 맥심 M1910/30의 경우 소콜로프 총가에 장착된 기본 형태는 거의 70kg쯤 된다.

(Wikipedia)
(Wikipedia)

 

그래서 맥심을 공랭식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여보려는 시도가 만만찮게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MG14와 MG08/18이다.

1차 대전 초반에 등장한 MG14는 항공기용으로 맥심을 완전히 재설계한 버전으로(형상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무게를 무려 9kg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다만 이건 앞에서 프로펠러가 시원한 바람을 끊임없이 쏴 주는 환경을 전제로 한 물건인지라, 지상에서 사용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공랭식으로 개조하면서 동시에 지상전에서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든 것이 MG08/18이다. 이 총은 독일판 맥심인 MG08을 경량화한 MG08/15를 공랭식으로 바꾼 것으로, MG14에 비해 무겁기는 하지만(14.5kg) 그만큼 총열도 굵고 총 자체도 튼튼해 지상에서의 사용에 더 적합했다. 하지만 MG08/18은 충분한 양이 생산되기 전에 1차 세계대전이 끝났기 때문에 실제 생산량은 아주 미미했고, 당연히 전쟁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MG14 (Wikipedia)
MG14 (Wikipedia)
MG08/18 (Royal Armory Collection)
MG08/18 (Royal Armory Collection)

 

소련도 맥심의 공랭식 경기관총 버전을 만든 일이 있다. 바로 1926~1927년 사이에 2,500~5,000정이 생산된(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름) 맥심-토카레프 경기관총이다. 유명한 페도르 토카레프(토카레프 권총을 만든 바로 그 사람)가 만든 이 총은 MG08/18처럼 맥심을 재설계해서 공랭식으로 만들고 무게를 12.9kg까지 줄이는데 성공했으며 어느 정도 실전배치까지 이뤄졌다. 심지어 적잖은 숫자가 스페인 내전이나 중일전쟁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도 분명 이걸 참조해서 만들었을 것 같은 강한 느낌적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들 공랭식 맥심은 그 뒤로 처음부터 가볍게 설계된 공랭식 기관총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공랭식 맥심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왜 그럴까.

맥심-토카레프 경기관총+그거 만든 사람+그거 만든 사람의 아들. (Wikipedia)
맥심-토카레프 경기관총+그거 만든 사람+그거 만든 사람의 아들. (Wikipedia)

 

비록 수랭식이 아니라 공랭식이라고 해도, 맥심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PKM에 비하면 지속사격능력을 높게 만들기 쉬울 것이다(물론 수냉식일 때 보다는 많이 떨어지겠지만). 무엇보다 리시버 부분의 내구성은 현존 기관총 대부분들에 비해 좀 필요 이상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느낌마저 있으니 총열의 과열만 주의하면 상당한 지속사격능력이 보장되지 않을까.

또 생각해 볼 장점은 실전에서 종합적으로 더 쓸모가 있을 PKM이나 서방제 FN MAG같은 총을 진짜 격전지에 투입하고 맥심의 공랭식 버전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지역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여기에 빨리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2011년도 조사에 의하면 우크라이나에는 치장물자로 35,000정 이상의 맥심이 치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여간 이게 전황에 큰 영향을 끼칠 턱은 없지만, 하여간 전쟁이 소모전이 되면 생각도 못한 물건들이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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