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개조된 도요타 랜드크루저 픽업
체코에서 개조된 도요타 랜드크루저 픽업

최근 인터넷에 작은 화제를 모은 사진이 있다. 바로 14.5mm 2연장 중기관총을 탑재한 도요타 픽업 트럭이다.

이 트럭은 체코의 한 업체가 체코인들이 모은 기부금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15대분의 금액이 모였고 이미 그 중 상당수가 완성되어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주로 자폭드론 방어용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12.7mm나 7.62mm 기관총도 자폭드론 사냥용으로 다수 사용하고 있는데, 14.5mm면 더 사거리도 길고 파괴력도 강해 드론 사냥용으로 더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관총의 가동도 전동식으로 이뤄지는 듯 하니 수동식의 기관총들보다 더 민첩하게 목표로 향할 수 있을 듯 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무장을 실은 트럭이라는게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다- 바로 다들 잘 아시는 '테크니컬' 아닌가!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다수의 픽업트럭을 '테크니컬'로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군용차량이 모자라니 민수용 차량을 동원하는 것이다. 특히 해외 각국에서 차량이 기증되면서 이들 민수용 트럭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무장들을 부착하고 임무에 나서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어떤 종류가 몇 대 어떤 무장들을 장착하고 사용되는지 정리하는 것은 아주 어려워 보인다(누군가 하고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심지어 한국산 차량이 테크니컬로 이용되는 것도 목격됐다. 우크라이나는 일부는 유럽에서의 상용구매나 기증으로, 일부는 우리 정부로부터의 기증을 통해 국내 S사의 픽업트럭을 운용중이다. 그 중 한대가 무려 2연장 맥심을 실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특히 이 차량은 나름 방탄 처리까지 되어있어 후방 임무만 염두에 둔 차량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보아라 이 웅장한? 자태를. 국산 S사제 트럭에 쌍맥심입니다 여러분
보아라 이 웅장한? 자태를. 국산 S사제 트럭에 쌍맥심입니다 여러분

사실 이런 '중동/아프리카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것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전에도 군용 차량이 충분한 나라는 아니었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면서 군용차량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제대로 된 군용 트럭이나 전술차량은 해외에서 기증받는다 해도 충분한 수량을 충족시키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데다 민간 시장에 물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또 다용도로 쓸 수 있는데다 오프로드 능력까지 어느 정도는 있는 4WD 픽업트럭들이 대량으로 조달되는 것이다.

이는 딱 아프리카/중동의 전장들과 상황이 동일하다. 고가의 전술차량/트럭들을 대량으로 조달할 여건이 안되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픽업 트럭을 대량으로 동원해 '테크니컬'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러시아군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군 역시 대량의 민수용 차량, 특히 픽업 트럭들을 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일도 아니고, 이미 개전 초반인 3월 시점부터 빈번하게 목격되고 있다.

러시아군 역시 제대로 된 군용차량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개전 전부터 군수지원 분야의 투자부족이 우려되었으나 전쟁을 통해 그 문제가 우려된 것보다 더 심각함이 드러났고,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민수용 차량들을 동원해서 공백을 메꿀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번 전쟁은 본의아니게 테크니컬 전쟁처럼 되어가는 느낌인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모든 것이 꾸준히 소모되는 전쟁터에서는 그나마 보충이 쉬운 이런 민수용 트럭들이 꾸준히 들어갈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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