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게파르트 자주대공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
"아니, 미국이 뭘 어디에? 미국이 언제 게파르트를 운용했냐?" 라고 하시겠지만, 따지자면 거짓말은 아니다. 미국이(요르단으로부터 사서) 게파르트(의 네덜란드 버전)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네덜란드로부터 60대의 치타 자주대공포를 2013년에 구입했다. 네덜란드는 2006년에 95대의 치타 전량을 퇴역시켰고, 그 중 60대를 요르단에 판매한 것이다.
치타는 게파르트의 네덜란드 주문 버전으로, 탑재된 레이더가 네덜란드 필립스사에서 만든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 때문에 레이더의 형태가 다르지만, 근본적인 성능은 독일제 오리지널과 큰 차이는 없다(애당초 포와 차량 자체는 동일).
치타는 만들어진지 40년이 훌쩍 넘은 차량이지만, 네덜란드군에서의 운용중에도 그렇고 요르단에서의 운용중에도 정비는 꽤 잘 된 편이라 상태는 예상보다 좋다고 하며, 우크라이나로 보내지기 전에 다른 게파르트들과 마찬가지로 독일 내에서 정비를 대대적으로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예정된 납품 완료기간은 2024년 5월이다.
요르단이 몇 대의 치타를 미국에게 판매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아예 전부를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책정된 예산은 약 1억 1천 8백만 달러로, 요르단이 네덜란드에서 구매하는데 쓴 2,100만 달러의 다섯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에 게파르트를 독일이 지원한다고 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 -플래툰 포함- 이 과연 이게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 70년대에 개발된 체계로 RCS가 작은 드론등을 요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항공기 상대로는 과연 맨패즈등의 유도탄 체계 대신 이걸 써서 얻는 효과가 얼마나 되겠느냐도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투입해 보자 게파르트는 우크라이나가 "하나라도 더 달라고 울부짖는" 체계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소프트웨어등의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거친 덕분인지 란셋이나 샤헤드같은 자폭 드론 상대로 아주 높은 요격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심지어 러시아 공군 전술기들 상대로도 무시 못할 견제세력으로 작년 가을의 하르키우 대공세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차의 차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면서 얻어진 높은 방어력(포탑 부분 장갑도 이런 종류의 차량치고는 제법 좋은 듯)도 최근 주목받았다. 한 대가 레이더를 꺼놓고 이동하던 도중 러시아의 자폭드론(란셋) 공격을 받았지만, 쉽게 수리가 가능한 정도의 손상만을 입었던 것이다.
이러다 보니 독일은 온 힘을 다해 게파르트를 공급하고 있다. 50대를 약속한 물량 중 34대가 지난 3월까지 납품되었고, 3대가 공급을 준비중이었다. 독일은 여기에 추가 물량까지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확정된 공급 물량은 52대로 늘어났다.
여기에 요르단에서 되사들일 물량까지 추가되는 셈인데, 독일은 여기에 더해 지난 2020년에 카타르에 판매한 15대도 곧 되사들이거나 이미 되사들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기에 벨기에의 한 업체가 보유한 38대의 벨기에군 퇴역 게파르트도 독일이나 미국이 되사들여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래저래 우크라이나가 거의 전 세계의 게파르트를 빨아들이는 셈이다.
한 가지 문제는 탄약 공급으로, 독일에서의 탄약 생산이 중단된지 꽤 오래고 스위스는 자국산 탄약의 우크라이나 공급을 계속 거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서의 공급이 조금씩 재개되고 있고, 독일 자신도 생산 라인을 곧 재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나름 해결될 조짐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