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카바 Mk.3. (위키피디아)
메르카바 Mk.3. (위키피디아)

최근 이스라엘 언론에서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이름을 아직 알릴 수 없는 두 국가에서 이스라엘군이 치장물자로 보관중인 메르카바 전차 수백대(구체적인 물량은 아직 밝히지 않음)를 구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나라가 유럽 국가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기존에 사용하던 메르카바 전차들 중 Mk.2는 580여대의 생산량 사실상 전부가 치장물자로 보관중이거나 폐기된 상태이고, 메르카바 Mk.3도 600대 이상 치장된 상태라고 한다. 이 차량들 대다수는 전시 예비물자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수백대 정도의 수출 여력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메르카바 전차 수출은 지난 수십년간 이스라엘에게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상태였다. 여러 나라들에 수출을 제안했지만, 현 시점에서 성사된 곳은 필리핀 뿐이다. 그 필리핀도 전차 그 자체가 판매된게 아니라 메르카바 Mk.IV의 차대를 이용한 가교전차(AVLB)를 두 대 구입했을 뿐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아직까지 메르카바가 수출된 나라는 없다.

메르카바의 수출을 특히 가로막은 존재는 레오파르트였다. 독일 통일과 냉전 종식 이후 막대한 양의 레오파르트1과 2가 중고로 헐값에 방출되면서 메르카바를 굳이 따로 사겠다는 나라가 확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제 장비의 주요 고객이던 칠레나 브라질같은 중남미 국가들도 전차만큼은 레오파르트 계열을 중고로 도입했다.

이처럼 수십년간 안 팔리던 메르카바가 새로 팔리게 된 이유는 뭘까. 공식적으로야 아무도 밝히지 않았지만 왜 그런지는 누구든 잘 안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구 소련제 T-72같은 전차들은 물론이고 레오파르트2도 서서히 씨가 말라가니 제3세대 전차인데도 상당수가 치장물자로 보관중인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전차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제 전차가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까? 그 부분은 좀 회의적이다.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다른 나라들이 보유한 이스라엘제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원조되는 것을 막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체코에서 현대화 개수를 받다 졸지에 우크라이나로 납치(?)된 모로코군의 T-72
체코에서 현대화 개수를 받다 졸지에 우크라이나로 납치(?)된 모로코군의 T-72

 

하지만 메르카바 전차가 직접 우크라이나에 지원되지는 않아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은 높다. 우크라이나에 자국군용 전차를 원조해 준 나라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메르카바를 주는 것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유력 후보중 하나가 모로코다. 모로코는 90대가 넘는 자국군용 T-72를 체코에서 업그레이드하던 중 그 전부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그 댓가로 “다른 뭔가의 무기”를 주기로 했는데, 그 “다른 뭔가”가 바로 메르카바 아니냐는 이야기다.

또 다른 유력 후보가 칠레다. 칠레는 200대가 넘는 레오파르트1과 190대 가까운 레오파르트2를 구입했고 레오파르트2는 여전히 대부분을 운용중이다. 그런데 칠레는 원래 이스라엘제 무기의 주요 수입국중 하나이고, 레오파르트를 쓰기 전 까지는 이스라엘로부터 현대화된 셔먼을 넘겨받아 운용하기도 했다.

즉 메르카바를 넘겨받고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는것 아니냐는 추측인데, 그렇다면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두 나라”중 “유럽 국가”는 어디일까.

현재 가장 유력한 추측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가 구입한 뒤 그걸 칠레 혹은 모로코, 혹은 또 다른 어떤 나라로 보내고 대신 그 나라가 보유한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꼭 네덜란드가 아니라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직 어느 나라가 메르카바의 새로운(?) 고객이 될지는 어쨌든 불분명한 상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세계 방산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당장 흑표만 해도 이번 전쟁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굵직한 고객을 만났으니 말이다.

칠레군의 레오파르트2A4 (위키피디아)
칠레군의 레오파르트2A4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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