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55 (wikipedia)
T-155 (wikipedia)

K9의 사촌이라 할 폴란드의 AHS 크랍(Krab) 자주포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상당수가 작전운용중이다. K9 그 자체는 아니지만 차체는 동일하고 포탑도 성능면에서 매우 유사한 크랍 정도면 K9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중이라고 반쯤 농담삼아 이야기할만 한데, 이제 K9의 ‘클론’까지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바로 튀르키예(터키)의 T-155 프르트나(Firtina) 자주포다.

며칠 전,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스웨덴의 아처 자주포와 튀르키예의 T-155도 곧 우리 군이 운용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고 이것이 언론 보도를 타면서 나름 화제가 되었다. 비록 튀르키예측에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지만, 우크라이나측에서 이미 공급이 확정된 아처와 함께 T-155를 언급했다는 것은 어쨌든 공급이 확정된 단계라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T-155는 튀르키예에서 만들었지만 사실상 K9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9의 설계와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했을 뿐 아니라 60여종의 주요 부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입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성능도 사실상 동일하고, 외관조차 매우 비슷하다. 한마디로, T-155의 수출이 성사되면 거의 K9이 수출되는 것에 가까운 상황이다.

과연 터키… 아니 튀르키예는 이것을 러시아의 눈치 안 보고 수출할 수 있을까. 실은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개전 초부터 TB-2 무인기를 꾸준히 공급해왔고, 그 외에도 코브라-II 경장갑차나 각종 155mm 포탄 등을 공급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무기 공급처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결정한 155mm 클러스터 포탄(DPICM)도 이미 튀르키예가 몇달 전부터 우크라이나에 공급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튀르키예의 키프리 MRAP
튀르키예의 키프리 MRAP

 

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공급은 이미 진행중이고 장갑차량도 몇 종류나 공급중이니 T-155가 공급되는 것도 가능은 한데, 그렇다면 기술이전국이자 적잖은 수의 구성품을 수출한 우리나라의 반대는 어떻게 극복할까.

아직 우리 정부의 여기에 대한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설령 반대한다 쳐도 우리가 막을 방법이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T-155 기술이전 계약 내용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T-155 재수출이 사실상 우리나라의 허락 없이도 가능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T-155를 새로 만들어서 우크라이나에 보내야 할 경우라면 우리나라가 부품 신규 수출을 거절하는 등으로 이를 막을 수 있지만, 기존에 만들어진 차량의 수출은 제약이 없을 것이다. 때마침 튀르키예는 T-155의 개량형인 ‘프르트나 2’의 실전배치를 시작한 상태인데, 아마도 기존 T-155를 신형으로 대체하면서 남는 잉여차량들이 우크라이나 지원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몇대의 T-155가 우크라이나에 보내질지도 불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세 대만 갈거라는 이야기도 있고, 최대 100대가 지원될거라는 보도도 나오는 등 혼란한 상황이다. 어쨌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우크라이나가 서방세계 자주포가 다 모이는 자리가 되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T-155 Firtina 2 (Turkish MOD)
T-155 Firtina 2 (Turkish M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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