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의 표적을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지대지 미사일로 타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새로운’ 미사일이 실은 전혀 새롭지 않은 미사일이라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지대지 미사일로 쓴 적은 없다는 측면에서는 ‘새로운’ 미사일일지 모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군에 운용된 미사일이라는 이야기다. 바로 S-200, 즉 SA-5 지대공 미사일이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 용도로 쓰는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원래 1950~60년대에 개발된 장사정 지대공 미사일들 중 상당수는 지대지 용도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도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을 매우 오랫동안 퇴역시키지 않고 유지한 이유 중 하나가 지대지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대공이라고는 해도 이런 미사일들은 수백 km의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폭격기나 전투기 편대등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두고 상당한 질량의 고폭탄두(S-200은 217kg)를 장착했기 때문에 표적에 명중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피해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2001년에 우크라이나의 SA-5가 실수로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시켰을 때 이 미사일은 여객기에서 15m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도 여객기를 격추하는데는 충분한 위력이 나왔다.
SA-5의 사거리뿐 아니라 원거리 유도방식 자체도 지대지 운용에 유리하게 되어있다. 원거리 운용시에는 일단 성층권 인근까지 상승하고, 최고 고도까지 올라간 뒤 강하하면서 유도 레이더에서 쏜 전파가 표적에 반사되어 나오는 반사파를 쫓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처럼 큰 곡선을 그리며 사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래 내장되어 있는 관성항법 체계를 잘 활용하면 수백km밖의 지상 표적에 대해서도 타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원래의 SA-5는 대공 표적 상대로 약 300km의 사거리를 가지지만, 지대지 용도로 사용하면 약 400km혹은 그 이상의 사거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서 언급한 2001년의 러시아 여객기 오인격추 사건 당시에는 해당 여객기가 거의 400km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격추가 가능했던 것을 비춰보면 지대지 공격에서도 400~500km대의 사거리는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 미사일의 지대지 공격 명중률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아마 공산오차가 운이 좋아도 수십미터, 현실적으로 수백미터 이내의 수준이 나오지 않을까. 점표적에 대한 공격용으로는 솔직히 좋은 솔루션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탄약고나 유류저장고등에 대해 사용한다면 이 정도 오차도 우습게 볼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 예상되는 사거리면 거의 모스크바 인근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까지의 최단거리는 약 450km).
사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로 쓰는 것은 이미 러시아도 S-300을 이용해 1년째 계속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S-200을 같은 용도로 쓴다고 이상할 일은 없다. 우크라이나는 2013년에 전량 퇴역을 시키기는 했으나 아직도 상당수의 발사차량과 미사일 재고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잔존 수량이 최소 1천발은 된다고 하니 앞으로 한동안은 쏠 수 있겠다.
참고로 미국이 최근 그 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을 꺼렸던 ATACMS의 공급을 재검토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국방부 내부적으로는 지원 결론을 내리고 대통령의 재가만 기다리는 중이라는 소문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를 내버려두면 S-200이라도 써서 러시아 국내를 계속 타격할 판이니 차라리 ATACMS를 주고 러시아 본토 타격은 안한다는 약속이라도 받아내자는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것이 트위터등에서 떠도는 이야기다. 다만 떠도는 이야기이니 사실이 될 때 까지는 사실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