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00 (wikipedia)
S-200 (wikipedia)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의 표적을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지대지 미사일로 타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새로운’ 미사일이 실은 전혀 새롭지 않은 미사일이라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지대지 미사일로 쓴 적은 없다는 측면에서는 ‘새로운’ 미사일일지 모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군에 운용된 미사일이라는 이야기다. 바로 S-200, 즉 SA-5 지대공 미사일이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 용도로 쓰는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원래 1950~60년대에 개발된 장사정 지대공 미사일들 중 상당수는 지대지 용도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도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을 매우 오랫동안 퇴역시키지 않고 유지한 이유 중 하나가 지대지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대공이라고는 해도 이런 미사일들은 수백 km의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폭격기나 전투기 편대등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두고 상당한 질량의 고폭탄두(S-200은 217kg)를 장착했기 때문에 표적에 명중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피해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2001년에 우크라이나의 SA-5가 실수로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시켰을 때 이 미사일은 여객기에서 15m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도 여객기를 격추하는데는 충분한 위력이 나왔다.

SA-5의 사거리뿐 아니라 원거리 유도방식 자체도 지대지 운용에 유리하게 되어있다. 원거리 운용시에는 일단 성층권 인근까지 상승하고, 최고 고도까지 올라간 뒤 강하하면서 유도 레이더에서 쏜 전파가 표적에 반사되어 나오는 반사파를 쫓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처럼 큰 곡선을 그리며 사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래 내장되어 있는 관성항법 체계를 잘 활용하면 수백km밖의 지상 표적에 대해서도 타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나이키 허큘리즈. 미국이라고 지대공을 지대지로 쓰는 일을 생각 안해본게 아니다.
나이키 허큘리즈. 미국이라고 지대공을 지대지로 쓰는 일을 생각 안해본게 아니다.

 

실제로 원래의 SA-5는 대공 표적 상대로 약 300km의 사거리를 가지지만, 지대지 용도로 사용하면 약 400km혹은 그 이상의 사거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서 언급한 2001년의 러시아 여객기 오인격추 사건 당시에는 해당 여객기가 거의 400km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격추가 가능했던 것을 비춰보면 지대지 공격에서도 400~500km대의 사거리는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 미사일의 지대지 공격 명중률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아마 공산오차가 운이 좋아도 수십미터, 현실적으로 수백미터 이내의 수준이 나오지 않을까. 점표적에 대한 공격용으로는 솔직히 좋은 솔루션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탄약고나 유류저장고등에 대해 사용한다면 이 정도 오차도 우습게 볼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 예상되는 사거리면 거의 모스크바 인근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까지의 최단거리는 약 450km).

사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로 쓰는 것은 이미 러시아도 S-300을 이용해 1년째 계속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S-200을 같은 용도로 쓴다고 이상할 일은 없다. 우크라이나는 2013년에 전량 퇴역을 시키기는 했으나 아직도 상당수의 발사차량과 미사일 재고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잔존 수량이 최소 1천발은 된다고 하니 앞으로 한동안은 쏠 수 있겠다.

참고로 미국이 최근 그 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을 꺼렸던 ATACMS의 공급을 재검토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국방부 내부적으로는 지원 결론을 내리고 대통령의 재가만 기다리는 중이라는 소문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를 내버려두면 S-200이라도 써서 러시아 국내를 계속 타격할 판이니 차라리 ATACMS를 주고 러시아 본토 타격은 안한다는 약속이라도 받아내자는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것이 트위터등에서 떠도는 이야기다. 다만 떠도는 이야기이니 사실이 될 때 까지는 사실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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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00 #SA-5 #ATA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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