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젊은이... 1944년생인 나까지 전쟁터로 나가라고?" (wikipedia)
"아니 젊은이... 1944년생인 나까지 전쟁터로 나가라고?" (wikipedia)

최근 인터넷에 “러시아가 IS-3와 T-10 중(重)전차도 되살려 실전에 투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부에서 러시아 비축차량기지들의 위성사진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한 것인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확인이다. 가장 최근에 돌았던 소문에 첨부된 위성사진을 토대로 검증한 결과, IS-3도 T-10도 아니고 공수부대용 125mm 대전차 자주포인 SPRUT-D였다. 이거라면 2000년대에 생산된 차량이고 상당수가 현역에 운용중이니, 비축차량이라도 충분히 되살려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IS-3나 T-10 중전차를 되살려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까. 일단 해당 차량들이 있는지가 문제인데, IS-3는 좀 의문이다. 워낙 오래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IS-3도 상당수가 IS-3M형으로 나름 현대화를 거친 뒤 일부는 1980년대까지도 중-소 국경등의 국경지대에 방어용으로 운용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미친듯이 여기저기 긁어대면 수십대라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SNS상에 T-10이나 IS-3이라고 주장되었던 사진은 SPRUT-D인 듯 하다.
SNS상에 T-10이나 IS-3이라고 주장되었던 사진은 SPRUT-D인 듯 하다.
SPRUT-D (Wikipedia)
SPRUT-D (Wikipedia)

 

T-10의 경우는 IS-3보다도 조금 더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T-10전차는 1953년부터 실전배치가 되었으니 T-54보다 딱히 더 낡지도 않다. 특히 가장 많이 생산된 T-10M형은 무려 1996년까지 러시아군에 정식 예비 차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일선 운용은 1967년에 중단되었지만, 중-소 국경등의 국경지대에 전차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이동형 토치카같은 개념으로 소수가 계속 운용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들 차량들을 하다못해 수십대라도 긁어 모아 재생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러시아 자신도 솔직히 뭐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정확하게 파악 못할 것이다. 냉전 이후 대다수의 전차들이 ‘비축이라고 쓰고 방치라고 읽는’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예상과 달리 ‘재생’파트도 생각만큼 곤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우크라이나에서도 돈바스의 친러계 무장세력이 기념물로서 전시된 IS-3를 재생해 잠시 실전에 사용한 기록이 2014년에 있으니 말이다. 기념물이라고는 해도, 외부 페인트칠 빼고는 거의 손대지 않고 수십년간 눈비 다 맞고 방치되었던 차량을 되살릴 수 있었다면 다른 비축 차량들도 되살려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T-10M (wikipedia)
T-10M (wikipedia)

 

특히 여기서 구 소련과 현 러시아의 엔진 기술 발전 지체가 뜻밖에 빛을 발휘한다. 여전히 엔진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2차 대전 이후 소련과 러시아 전차의 엔진은 대부분이 T-34에 쓰였던 V-2계열 디젤 엔진의 개량형이다. 심지어 T-90M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T-34에 T-54/55용 엔진을 넣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나중에 나온 엔진을 구형 전차에 이식하는 경우도 많다. 즉 IS-3나 T-10을 되살리려고 마음먹는다면 거기 넣을 엔진을 어떤 형태로든 새로 구하거나 기존 엔진의 수리부속을 조달하는게 불가능하지는 않을거라는 이야기다.

탄약도 의외로 큰 문제가 아니다. IS-3도 T-10도 결국 주포는 122mm 곡사포의 파생형이다. 러시아가 곡사포용으로 여전히 사용중인(비축분을 끌어오건 새로 생산하건) OF-471이나 OF-462계열 고폭탄들을 쓰면 된다는 이야기다. 전차로서의 임무를 이걸로 수행하라는건 무리라도, 일종의 자주포 대용으로만 쓴다면 이게 딱히 문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T-54/55와 달리 IS-3나 T-10까지 실전에 투입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진짜 이것들까지 실전에 투입될지, 아니면 아무리 러시아라도 ‘그건 좀…’ 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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