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위대가 운용중인 미니미 Mk.1. (Wikipedia)
현재 자위대가 운용중인 미니미 Mk.1. (Wikipedia)

일본은 이미 차기 제식권총으로 HK에서 SFP9을 직수입하는 등 총기의 자국내 생산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는 추세다. 장갑차마저 최근 핀란드제를 도입하는 등 외국산 무기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가는 와중에, 경기관총도 일본 국내 생산이 중지되고 직도입하게 되었다.

일본은 1993년부터 벨기에의 미니미 경기관총을 자국군용 경기관총(주로 분대지원화기로 사용)으로 운용중이다. 다만 벨기에에서 직수입하는 것은 아니라 스미토모(住友) 중기계공업이 최근까지 면허생산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일본 육상자위대는 4,922정을 조달한 2017년 시점에서 조달을 중지했다. 이는 원래 계획보다 800정이 모자라는 상태였다.

자위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제작사인 스미토모측이 수십년에 걸쳐 품질검사 결과를 조작했음이 2013년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1979년 이래 스미토모는 미니미를 포함한 각종 기관총들을 자위대에 납품하면서 품질검사 결과를 조작해 제출했고, 그 결과 발사속도나 내구성등의 항목들이 원래 요구에 미달하는 상태로 납품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스미토모가 받은 처분은 수개월의 납품중지와 수천만엔(우리 돈 수억원)의 벌금이라는, 그 자체로는 가벼운 것이었지만 자위대는 여기에 더해 800정의 잔여분 납품을 중지하고 아예 기존 미니미를 대체할 차기 5.56mm 기관총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네게브, 독일의 MG4, 벨기에의 미니미 개량형(Mk.3), 그리고 스미토모가 개발중이던 신형 기관총의 네 종류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다.

미니미 MK.3 (FN)
미니미 MK.3 (FN)

 

그러나 2021년 3월, 스미토모가 기관총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이번에는 기종이 외국산으로 선정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직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스미토모에서 방산 분야가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스미토모가 개발중이던 신형 기관총의 도면 일부가 중국으로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미토모는 신형 기관총의 시제품용 부품 일부를 다른 일본 업체에 하청을 줬는데, 문제는 그 업체가 중국에(…) 재하청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도면 일부가 중국에도 넘어간 것. 품질검사 조작에 도면 유출까지 겹치면서 일본 방위성도 더 이상 스미토모를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 아닐까.

하여간 스미토모가 빠지면서 벨기에-독일-이스라엘의 3파전이 되었는데, 결국 올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한대로 미니미 Mk.3이 차기 기관총으로 결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5.56mm 기관총이 미니미 계열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미니미를 운용중인 자위대 입장에서는 기존 사수들이 거의 추가 훈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MG4나 네게브에 이런 장점을 상쇄할만한 엄청난 우위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결과는 거의 예상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기관총의 해외 직수입 시대를 시작했는데, 5.56mm 경기관총 뿐 아니라 장갑차량에 거치되는 7.62mm 기관총(74식)이나 12.7mm 기관총(M2HB)도 앞으로 일본에서 생산되지 않는 만큼 차츰 해외 직수입 기관총들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일본은 소총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군용 총기를 직수입해야 할텐데, 30년 전에 미니미를 무려 정당 200만엔이나 주고 면허생산하는 식으로 고액을 투입해 조달하던 패턴이 직수입을 통해 그나마 좀 완화될지는 두고 봐야 알 노릇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월간 플래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