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항공기 중 하나가 바로 PBY 카탈리나 비행정이다. 2차 세계대전 중 4천대 이상이 생산되어 연합군의 중요한 해상초계 및 구조 전력으로 사용된 이 기체는 지금도 ‘바다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 라면 사람들 머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다.
현대에는 헬리콥터의 등장과 지상 발진 항공기의 비약적인 항속거리 증가등으로 인해 비행정이라는 컨셉은 거의 멸종 직전이다. 군용으로 비행정이 쓰이는 경우는 이제 러시아와 일본등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인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도 거의 8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날 카탈리나가 부활할수도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지난 7월 25일, 미국의 오시코시 에어쇼에서 카탈리나 에어크래프트사(社)는 카탈리나 비행정을 새로 만들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NGAA(Next-Generation Amphibious Aircraft: 차세대 수륙양용 항공기) 카탈리나 II 라는 프로젝트 명칭까지 붙었는데, 갑자기 카탈리나를 부활시키려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미 공군이 수륙양용 기체를 원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미 공군은 특수전 용도로 MC-130J 수송기를 개조, 바다에서도 이-착수가 가능하게 만드는 MAC(MC-130J Ambhibious Capability)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원래 예정보다 2~3년 늦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아직 연구개발은 진행중이다.
미 공군및 해군은 최근 수상기에 조금씩 관심을 다시 보이고 있다. 중국과의 대결로 인해 태평양 도서지역이 새로운 미래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해상 이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 관심이 실제 요구로 연결된 것은 앞서 언급한 MAC밖에 없지만, 헬리콥터보다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고 비행장이 없어도 바다를 활주로로 이용할 수 있는 비행정은 태평양 도서지역 작전에 무시 못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카탈리나의 경우는 애당초 지상 활주로에서도, 바다에서도 개조 없이 운용이 가능하므로 능력만 현대에 맞아준다면 나름 쓸모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2차 대전 당시의 카탈리나를 그대로 똑같이 만든다는 ‘복원’의 차원은 아니다. 그보다는 ‘카탈리나같은 느낌의 신형 쌍발 비행정’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홈페이지등에 발표된 CG는 카탈리나와 비슷하지만, 실제로 똑같은 모습으로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기체 설계도 대대적으로 현대화했을테고, 엔진도 당연히 요즘 물건이니 터보프롭 엔진이며 순항속도는 109노트(201km/h)이던 원조 카탈리나와 달리 200노트 이상으로 거의 두 배가 늘어났다.
예정된 수송능력 자체는 대단하지는 않다. 완전무장 병력은 30명 정도를 탑승시킬 수 있고, 내부 적재중량은 최대 7톤 정도(외부 무장도 최대 5천 파운드, 즉 약 2.3톤 탑재 예정)다. 얼추 우리 공군이 쓰는 CN235급이다. 하지만 수송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크기가 작은 만큼 작은 섬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미 공군이 추진중인 MAC보다 더 거친 바다에서도 운용하기 쉽다는게 메이커의 주장이다. 일단 발표된 제원대로면 해면상태 3, 즉 파고 1m에서도 이착수가 가능하다. 여기에 19시간의 비행이 가능하고, 115km/h의 속도에서도 실속하지 않고 비행이 가능한 점 등 기존 군용 수송기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장점들이 있다(고 주장되고 있다).
일단 이 기체가 미 해군이나 공군의 요구를 직접 받아서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에서의 수요가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완성됐을 때 얼마나 판매가 이뤄질지 불분명하다. 업체에서는 2029년 출고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완성 예상 CG도 깨끗하게 만들지 않은 상황에서 진짜 업체 주장대로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 미 공군과 해군의 수상 항공기에 대한 관심도 실제 카탈리나 II의 주문으로 연결될지도 아직 알 수 없는 만큼, 이 프로젝트도 현실이 될지, 아니면 타이타닉 부활 프로젝트처럼 소문만 요란하다 엎어지는 프로젝트가 될지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카탈리나 에어크래프트는 원래 제작사인 컨솔리데이티드(1943년에 벌티와 합병, 컨베어가 됨)와 직접 관련이 있는 곳은 아닌,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업체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