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구역과 이스라엘의 경계선은 이런 느낌의 장벽으로 가려진 경우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IDF)
팔레스타인 자치구역과 이스라엘의 경계선은 이런 느낌의 장벽으로 가려진 경우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IDF)

10월 7일에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하마스측이 직접 올린 동영상과 생존자 증언등이 점점 실체를 다듬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등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사이에는 콘크리트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구간이 그런 것은 아니고, 도로가 관통하는 지점들도 여러 곳  존재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사이의 경계는 우리나라의 DMZ처럼 거의 완전에 가깝게 차단된 곳이 아니고, 두 지역 사이의 교통이 예상 외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팔레스타인인 약 17,000명이 이스라엘 내 취업허가를 가지고 이스라엘로 출퇴근하며, 상황에 따라 두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로가 차단되기도 하지만 9월 28일에도 국경 검문소가 다시 개방되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출근이 재개되는 등 두 지역 사이를 관통하는 통로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통로들 주변은 이론적으로 이런 형태의 침투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구역과 이스라엘 사이의 경계선은 물리적 장벽만이 아니라 ‘아이언 월’, 즉 강철의 벽이라 불리는 최첨단 감시-경계 무인체계를 통해 24시간 감시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무인 국경방어체계 구축에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마스가 공개한 동영상 캡춰. 이스라엘 국경 감시장비에 대한 드론 공격. 무인 총탑에 대해 드론으로 유탄을 투척, 무력화한 듯 하다.
하마스가 공개한 동영상 캡춰. 이스라엘 국경 감시장비에 대한 드론 공격. 무인 총탑에 대해 드론으로 유탄을 투척, 무력화한 듯 하다.

 

하지만 하마스가 이 ‘전자 장벽’을 뚫은 방법은 바로 드론등의 새로운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마스가 7일 아침에 대규모의 로켓 공격을 퍼부은 것은 그 자체가 주 목적이 아니었다. 대대적인 혼란을 야기해 이스라엘측의 신경을 돌린 다음, 동력 패러글라이더등의 침투수단을 이용해 선발대를 국경 너머로 침투시키는 동시에 유탄 투척 드론을 이용, ‘아이언 월’의 핵심 시설인 무인 감시탑들을 차례차례 파괴했다. 이 감시탑들에는 각종 센서들만이 아니라 원격조종 총탑까지 장착, 사람이 직접 몸을 드러내지 않고도 위험에 대응할 수 있지만 드론 위협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에 가까웠던 듯 하다.

이스라엘이 '아이언 월'에 설치한 무인 총탑과 유사한 무인 총탑.
이스라엘이 '아이언 월'에 설치한 무인 총탑과 유사한 무인 총탑.

 

이렇게 해서 이스라엘측의 ‘눈’과 ‘귀’를 뺏은 즉시, 하마스측은 중장비등을 이용해 와이어 펜스에 구멍을 뚫고, 장소에 따라서는 대량의 폭발물을 이용해 장애물을 폭파해 짧은 순간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스라엘측 추산에 따르면 20곳 이상의 돌파구가 이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측은 돌파구가 마련되자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도보가 아니라 모터사이클과 픽업트럭등의 기동력을 이용, 무장세력을 짧은 시간 안에 이스라엘 영내로 침투시킨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스라엘 군과 경찰이 대응할 시간을 얻기 전에 이스라엘 군 기지와 인접 지역 경찰서등을 신속하게 무력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감시장비와 무인총탑등이 무력화되자 건설용 중장비를 동원하는 하마스
감시장비와 무인총탑등이 무력화되자 건설용 중장비를 동원하는 하마스
이처럼 폭발물도 이용해 신속하게 돌파구를 개척했다.
이처럼 폭발물도 이용해 신속하게 돌파구를 개척했다.
돌파구가 마련되자 모터사이클이나 픽업트럭등으로 신속하게 이동, 기선을 제압한 듯 하다
돌파구가 마련되자 모터사이클이나 픽업트럭등으로 신속하게 이동, 기선을 제압한 듯 하다

 

작전을 개시한 시기 자체도 이스라엘의 안식일 휴일에 맞춰 이스라엘의 대응이 더욱 어렵게 했다. 인근 이스라엘 군 기지에는 평소 인원의 절반만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아직 새벽에 가까운 이른 시간에 공격이 개시되면서 대부분의 인원이 제대로 대응할 타이밍을 놓친 듯 하다.

(세계 최고의 드론 대응 기술을 가졌다는 이스라엘이, 정작 하마스측의 이런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이번 공격의 전모가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 추가로 나올 관련 정보에 주목해야 할 듯 하다. 또한 이번에도 드론 공격이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앞으로 드론 대응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하마스가 올린 침투 과정 동영상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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