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 샤헤드 드론
이란제 샤헤드 드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2년을 넘어간 현재, 양측은 오랜 전쟁을 거치면서 예전에는 생각못할 방법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밝혀진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드론, 더 구체적으로는 샤헤드 드론을 탐지하는 방법으로 진짜 예전에는 생각도 못한 방법을 쓴다는 사실이 최근 미 공군이 진행한 심포지움을 통해 알려졌다.

바로 휴대폰을 쓰는 것이다.

예전에도 스텔스기를 탐지하기 위해 휴대폰 중계소들을 일종의 수동식 레이더 안테나처럼 써서… 뭐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건 그런 것보다 더 기상천외하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런 발상이다. 진짜 말 그대로 휴대폰 그 자체를 탐지 센서로 쓴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휴대폰 그 자체보다는 ‘고감도 마이크가 연결된 휴대폰’을 센서로 쓴다. 우크라이나는 전국 각지에 2m높이 막대에 마이크를 설치한 다음 그 마이크에 휴대폰을 연결했다. 그 숫자가 대략 우크라이나 전국 각지에 걸쳐 8,000곳에 달한다고 한다.

마이크를 이용하는 것은 러시아가 쓰는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나 러시아제 란셋 드론등이 저공비행을 하는데다(대략 30m정도의 고도) 작아서 레이더로 지속적이고 정확한 탐지와 추적이 쉽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그야말로 흔히 말하는 '대공 청음초'를 IT기술로 무인화한 셈?). 하지만 엔진 특성상 제법 시끄럽기 때문에(특히 샤헤드) 소리라면 쉽게 알아챌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한 것인데, 그러면 휴대폰은 왜 연결할까. 바로 실시간 위치추적과 네트워크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제 란셋 드론
러시아제 란셋 드론

 

휴대폰(정확히는 스마트폰)은 앱을 통해 마이크로 드론 엔진소리를 포착하면 곧바로 네트워크를 통해 이 사실을 우크라이나군 방공망에 통보할 수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니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 수 있다. 또 숫자가 8,000개에 달하니 드론이 이동하면서 포착한 마이크/스마트폰 조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면 이 드론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옛날이면 이런 정보가 있어도 사람이 따로 계산하거나 따로 컴퓨터에 숫자 입력해가며 계산하느라 시간이 갔겠지만, 지금은 아이패드 정도의 단말만 있어도 앱만 잘 프로그래밍했으면 이런 정보들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계산해서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데이터가 쌓여가면서 현재는 엔진 소리로 기종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200개 이상의 대 드론 유닛(이게 소대나 중대같은 부대를 뜻하는지, 혹은 차량이나 포 같은 장비 하나를 뜻하는지는 미확인)을 운용하는데, 바로 이 유닛들이 아이패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휴대폰들이 마이크로 포착한 정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아이패드에는 정말 이 드론들의 이동 경로와 속도, 위치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되어 공유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유닛에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요격을 하면 되는 것이다.

체코에서 지원한 MR2 자주대공차량. 14.5mm 중기관총 장착
체코에서 지원한 MR2 자주대공차량. 14.5mm 중기관총 장착

 

게다가 이것의 운용과 교육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제 전 세계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못 쓰는 사람은 없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운용병을 6시간만 교육하면 어렵잖게 다룰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드론이 언제 어디로 올지 알아내면 그 다음은 기다렸다 잡으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고정익 자폭 드론은 작아서 찾기가 힘든게 문제지, 일단 포착하면 요격 자체는 어렵지 않다. 빠르지 않고 일정한 경로로 지나가는데다, 고정익 드론류는 작다고 해도 유인 항공기에 비해 작다는거지 우리가 흔히 아는 멀티콥터형 드론에 비해서는 꽤 큰 편이라 일단 확인이 되면 다양한 무기들로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공으로 비행하는 만큼 소총탄 정도로도 요격이 가능할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는 정말 다종다양한 무기들로 이런 드론을 사냥중인데, 현재 미사일보다는 대공포나 기관총등의 총포류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미사일은 비싼데다 소진되면 재보충이 제때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샤헤드 정도의 표적은 총기류에 의존하는 편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비싼건 독일이 공여한 게파르트 자주대공포가 있겠지만, 그 사이에는 23mm 기관포, 14.5mm 중기관총, 12.7mm 중기관총, 7.62mm PKM등 정말 온갖 것들이 있다. 심지어 ‘유물’급인 맥심도 대량으로 끌려나와 재복무(?) 중인데, 구식이라지만 지속사격능력이 특히 뛰어난 만큼 이런 종류의 드론 요격에 충분히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심 4정을 묶어 만든 다련장 대공기관총
맥심 4정을 묶어 만든 다련장 대공기관총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실제 요격전과는 어떨까.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하루는 84대의 드론 공격을 받아 그 중 80대를 격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가 쓰는 비용은 얼마일까.

물론 매일 밤 막대한 양의 탄약을 소모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사일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비용이 휴대폰과 마이크를 이용한 네트워크인데… 미 공군 추산 한 세트당 500달러(65~70만원). 이걸 8,000세트 설치했다 해도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2~55억원 정도다. 전통적인 방공 레이더 시스템이라면 잘 해야 레이더 안테나 유닛 하나 설치하고 끝날수도 있는 금액으로 우크라이나 전국에 드론 경보/추적 시스템을 깔아놓은 것이다.

이런걸 미국이 다 공개하고 있는걸 보면 이미 해당 사실이 감출 단계는 지난(즉 러시아도 잘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인 듯 한데, 물론 이 경보 시스템에는 한계도 역력하다. 저속 드론 외의 다른 표적에 대해서도 먹힐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성비가 매우 높은 방법임에는 틀림없고, 무엇보다 ‘휴대폰을 이용해 실시간 네트워크를 구성’한 발상은 높은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전은 갈수록 아이디어 싸움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특히 예전같으면 쉽게 구할 수 없고 비쌌을 것들이 오늘날에는 저렴해지면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저렴한 군사혁신’은 우리 입장에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이야말로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들테니 말이다.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야 쟤네 머리좋네’로 끝내지 말고 우리도 잘 관찰해 고민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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