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형 데저트크로스 1000-3. 러시아가 구입한 연식도 이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봐도 재고를 비싸게 사들인 것 같은...
2022년형 데저트크로스 1000-3. 러시아가 구입한 연식도 이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봐도 재고를 비싸게 사들인 것 같은...

 

최근 러시아군이 야전에서 돌격용으로 사용하는 차량이… 많이 이상하다. 이상하다면 이상하고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4륜 오토바이’, 즉 ATV를 이용해 돌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에 러시아는 중국으로부터 2,100대의 ‘데저트크로스 1000-3’ 이라는 ATV를 주문해 2024년 1/4분기까지 전부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타임라인으로 봐서는 현 시점에서 거의 다 인도가 되었을 것 같은데, 이 차량은 군용도 아니거니와 금수조치에 해당하는 ‘자동차’도 아니라는 점에서 국제적 제재의 대상도 아닌 듯 하다. 

이것들은 도착 직후 즉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중국제라고 하니 꽤나 우습게 보이겠지만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쓴다’는 전제 하에서는 의외로 나쁜 선택이 아니다.

일단 데저트크로스라는 플랫폼 자체가 의외로 나쁜 평가를 받는 차량이 아니다. 미국의 폴라리스같은 본격적인 브랜드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나름 가성비있는 ATV로서 평가받으며 제법 판매가 이뤄지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자체생산해 군용으로도 쓰는 AM-1이라는 ATV와 비교하면 적재중량이 300kg(AM-1) 대 550kg(데저트크로스)로 확실히 우세하고, 탑승인원도 최대 3명인데다 뒤쪽에 트럭처럼 쓸 수 있는 작은 짐칸도 있는 등 나름 쓸만한 특징도 갖추고 있다.

데저트크로스를 사용중인 러시아군. 돌격같은 무모한 짓만 안하면 지원용 플랫폼으로 나름 쓸만할 것 같다.
데저트크로스를 사용중인 러시아군. 돌격같은 무모한 짓만 안하면 지원용 플랫폼으로 나름 쓸만할 것 같다.

 

온통 진창이 되는 우크라이나의 겨울-봄 사이 환경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이런 가벼운(무게 1.6t) 4륜구동 플랫폼이 연락이나 물자 수송, 환자 후송등의 지원용으로 제대로 된 전술차량보다 나은 면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러시아군이 이 차량을 구입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서방측 분석가들도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최근 특이점이 발생했다. 이걸 최전선에서 돌격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슨 장갑같은게 설치된 것도 아니다. 그저 머리 위에 FPV드론 방지용 네트 정도가 설치됐을 뿐, 그 외에는 거의 ‘알’ 상태로 우크라이나군 전선을 향해 타고 돌격해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거의 대부분 처참하다. 아예 방탄 자체가 안되는 만큼 우크라이나군이 퍼붓는 사실상 모든 것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FPV드론, 집속탄, 소총탄, 기관총탄, 드론에서 투척하는 유탄… 그야말로 ‘당하면 당하는대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차량들이 여지없이 파괴되고 탑승 인원들이 살상당하는 모습들이 동영상으로 여러차례 공개되면서 ‘골프 카트로 공격하는 러시아군’을 조롱하는 밈 등도 생겨나는 판이다.

그렇다면 왜 러시아군은 이런 무모한 ‘차량 돌격’을 할까. 일단 장갑차량이 부족한 상황은 확실해 보인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부터 현재까지 하루 평균 20대의 차량을 손실하고 있지만 새로 생산하건, 기존 비축분을 재생해서 내보내건 소모를 보충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전선에 따라서는 ‘장갑차량의 운용 현황’만 보면 우크라이나군이 오히려 나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중국제 ATV로라도 돌격을 시키는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파괴된 러시아군의 데저트크로스와 사망한 러시아군 병사.
파괴된 러시아군의 데저트크로스와 사망한 러시아군 병사.

 

(그럼 여기에 장갑을 덧붙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니… 겨우 85마력 엔진 달고 움직이는 물건에 장갑 추가해서 무게 늘리면 얼마나 허덕일까… 싶다. 험지 주행을 포기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섣불리 해 볼 부분은 아닐 듯)

하지만 생각해 볼 부분은 또 있다. 러시아의 보병전투차나 장갑차들, 특히 BMP계열은 FPV드론이나 대전차미사일등에 피격될 경우 탑승 인원 대다수가 사상자가 되기 일쑤다. 그리고 드론의 보급으로 인해 장갑차량같은 고가치 표적은 쉽게 발견되고 쉽게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차피 장갑차량도 모자라겠다, 차라리 발상을 완전히 바꿔서 아예 장갑도 없지만 제대로 된 장갑차보다는 압도적으로 작고(=표적이 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어쨌든 두 다리로 돌격하는 것 보다는 빠를 ATV를 이용해 개활지를 빨리 통과해서 보병들을 우크라이나군 전선에 도달시켜 보겠다는 발상이 나옴직도 하다. 
 

돌격에 실패해 버려진 러시아군 데저트크로스 차량들.
돌격에 실패해 버려진 러시아군 데저트크로스 차량들.

 

게다가 병력과 장비의 소모라는 측면에서도 이런 ATV가 차라리 BMP보다 낫다고 볼 수도 있다. BMP가 한대 파괴되면 얼추 1개 분대+차량 승무원들의 소모와 함께 몇억~몇십억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반면 데저트크로스 ATV는 한 대에 우리돈으로 2~3천만원 사이로 알려졌다(사양에 따라 다름). 파괴되어 탑승인원이 전부 죽어도 세 명이다. 즉 리스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는 러시아군 입장에서 보면 BMP같은 보병전투차보다 그나마 나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러시아군도 ATV돌격을 아주 ‘무뎃뽀’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BMP나 MT-LB등 ‘그래도 제대로 된 장갑차’가 서포트를 해주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이런 ATV돌격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미지수인데, 워낙 방어력이 약한… 아니 아예 없는 물건이다 보니 돌격에 동원된 차량과 병력의 대다수가 저승길 떠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골프 카트 돌격’으로 비웃음을 사는 러시아의 ATV 돌격이지만, 그걸 마냥 비웃을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라도 제파공격을 계속 퍼부어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하는 것이 현재의 러시아군이고,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탄약부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니 뭐라도 자꾸 밀려오는 것은 골치아픈 문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ATV처럼 기존의 상식으로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수단조차 최전선에 밀어넣어야 할 만큼 우크라이나 전장의 상황은 그 동안의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증거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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