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올렸던, 미 공군의 신형 공중급유기 도입 움직임 (<-클릭) 에 대한 단상.
개인적인 의견이니 오류같은거 있으면 얼마든지 지적 부탁드립니다.
0. KC-Y의 요구조건은 뭘까.
2022년 연말에나 ROC가 확정되는지라, 미 공군이 뭘 원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새로 사업을 하는거면 KC-46A를 포함한 기존 운용 기체들보다는 나으면서도 2029년부터 운용 가능한걸 사야 하니, 지금 있는 기종 혹은 빨리 만들 수 있는 기종을 원하는건 거의 확실하죠.
그러면 가장 가능성 높은건 앞서 언급했듯 A330 MRTT베이스 기체겠죠.
최소한 미 공군으로서는 이게 ROC의 기준으로 잡힐 가능성이 높고요. 이게 미 공군과 인연이 전혀 없는거면 모르겠는데, 아시다시피 10여년 전에 원래대로면 KC-46A 대신 KC-45A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어야 맞는 물건입니다. 분명 공군에서 당시 KC-45A 밀었던 사람들은 “복수의 시간이다 ㅋㅋㅋㅋㅋ” 이럴걸요?
여기가 보잉으로서는 아주 속쓰린 부분일겁니다.
1. 보잉 입장에서는 KC-Y에서 탈락하면 꽤 골치아픕니다.
KC-46A에서 생긴 수많은 문제들은 대부분 계약조건 때문에 보잉이 추가예산 없이 쌩돈 들여서 직접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러는 사이에 몇조원의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그나마 정식 취역 들어가서 179대 양산 다 되면 최소한 손해는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을테고, 또 미 공군 제식 타이틀 걸었으니 그걸로 해외수출 들어가면 이익 남는다는 계산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미 지난 10년간의 삽질 of 삽질 때문에 KC-46A의 시장 평판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고, 실제로 해외 수출은 지금까지 일본 항자대(미 공군과 보통 관계가 아닌...)와 이스라엘(미제 아니면 항공기 구입하기 힘든...) 둘 뿐입니다. 수출시장에서는 A330 MRTT한테 많이 밀리는 중.
솔직히 KC-46A가 A330 MRTT보다 나은건 기체가 작아서 얻어지는 비용적 우위인데, 그거 빼고 나은거 찾기 힘들죠. 항속거리로 보나 급유량으로 보나, 그 동안의 운용 안정성이나 실적으로 보나.
2. 이 상황에서 KC-Y가 A330 MRTT가 되어버리면, 보잉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우위 두 가지를 잃어버립니다.
미 공군 제식과 우월한 숫자.
미 공군 제식의 타이틀은 그 자체로 우람하지만(...) 179대라는 예정 납품 수량은 A330 MRTT가 지금까지 받은 주문 60대를 거의 트리플 스코어로 잡아잡수시는 수준이라, 납품 진행 되고 운용성능 안정되면 해외시장에서도 A330 MRTT의 아성에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미 공군에도 한 160대쯤 A330 MRTT가 들어간다고 치면... 이건 뭐 난리죠.
보잉 독점같던 두 가지 우위가 순식간에 에어버스한테도 돌아가는거니.
게다가 이러면 이미 수출시장에서 밀리던게 더 처참하게 밀립니다(......).
3. 보잉의 대책은 뭘까요.
또 로비 대차게 해서 KC-46A를 추가생산… 이건 현실적으로 어려울겁니다. 애당초 그게 되면 KC-46A를 추가도입하지 KC-Y같은 사업을 새로 벌이지는 않거든요. 미군도 기존 장비 추가도입과 신규장비 도입은 필요한 절차의 차이가 경차와 최고급 스포츠카 수준으로 나니…
무엇보다도 이번에는 정치권도 공군도 보잉 로비가 통할 분위기가 아닐거고요. 10년 전에 봐줬더니 이게 무슨 꼴이냐 이거죠.
결국 보잉 입장에서는 KC-46A보다 더 대형의 기체, 즉 보잉 777 정도를 급유기로 만들어서 도전장을 내밀어야 합니다.
보잉이 할 수는 있습니다. 크게 어렵지는 않죠. 문제는 시간과 가격. 그나마 KC-46A는 KC-767이라는 바탕을 깔아놓고 시작했지만, 보잉 777같은 타 기체 베이스로 뭘 새로 하는건 이미 양산과 운용이 잘 진행중인 A330 MRTT보다 불리한 스타트 맞습니다.
4. 결국 앞으로 돌아가는 꼴은 두고 봐야 알 노릇이긴 한데, 보잉의 또 다른 문제는 적자가 장난 아니라는겁니다.
뭐 에어버스도 코로나 시국때문에 난리난건 마찬가지겠지만, 보잉은 거기에 더해 KC-46A로도 돈 엄청 날렸죠… 근데 그거는 우습게 보일 정도인 737 맥스 환란(?)까지 겪었으니. 과연 KC-Y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KC-46A 겪으면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조차 상당부분 까먹었으니.
그래도 보잉으로서는 절대로 가만 있을수는 없는거고. 홈그라운드 못 지키면 골치아프죠…
하여간 어찌 나올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5. 여기서 우리는 KC-46A 안 사고 A330 MRTT 들여오길 잘했다고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정말 그 때 미 공군 기체라고 KC-46A 들여왔어봐요. 지금 어떤가.
바로 옆에 일본 보면 압니다. 일본은 우리가 A330 MRTT 선정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KC-46A 들여왔습니다. 당시에 이거 놓고 왜 우리가 미 공군 제식 안 사고 유럽거 사냐, 일본이 현명했다 뭐 이런 주장 하는 분들 꽤 있었어요.
근데 우리는 벌써 다 들여와서 백신도 수송하고 교민 수송하고 유해 운구하고 국방부 장관 나르고 하여간 아주 잘 써먹고 있는데, 일본은 KC-46A를 아직 일본으로 들여오지도 못했습니다(…). 2월 8일에야 미국에서 일본 주문 기체의 첫 비행이 이뤄진 판이죠.
하여간 미제 무기라고 다 좋은건 아닙니다. 잘 골라가며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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