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군용기 중 여전히 군의 현역으로 사용되는 기체들이 있을까? 정답은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쓰이던 폭격기나 전투기등의 전투용 군용기들 중에는 현대전의 수준에 맞는 성능을 가진 기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제3세계 국가의 기준으로도 그렇다. 성능도 문제지만, 부품 조달등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쓰이던 군용기 중 현역인 것은 바로 C-47이다. 더글러스 C-47은 1만대 이상 생산된데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꽤 오랫동안 여러 나라에서 현역 군용기 혹은 민수용 기체로 사용된 덕에 유지보수용 부품의 생산이 꽤 오랫동안 지속됐고 잔존 기체의 숫자도 다른 군용기들보다 훨씬 많다. 덕분에 다른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용기들보다 유지보수용 부품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게다가 다른 군용기들과 달리 수송기인 만큼 21세기에도 쓸모를 찾기가 제법 쉽다. 특히 이착륙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데다 비포장 활주로에서의 운용도 쉬운 만큼, 상태 좋은 기체가 있기만 하면 여전히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엔진이다. 실은 C-47이 아직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바로 엔진이다. 오리지널 엔진 자체는 아무리 많이 만들었어도 현재까지 살아남은 숫자도 많지 않고, 또 현대의 기준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능이 나온다. 하지만 C-47의 상품가치에 주목한 미국의 몇몇 업체들이 주로 1980년대부터 엔진을 현대의 터보프롭으로 교체한 버전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터보프롭으로 교체되면서 속도, 적재량등 많은 성능들이 개선된데다 엔진의 유지보수도 압도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군이 대표적인 경우로, 9대를 운용중이며 그 중 8대가 해상초계, 한 대가 전자전용 기체다. 이 기체들은 C-47TP(Turbo Prop)으로 불리는데, 원래는 악명높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군용기 수입이 막히자 임시변통으로 운용되다가 1980년대에 터보프롭으로 개조되어 계속 운용되고 있다.
현재 터보프롭 C-47의 가장 대표적인 기체는 미국 배즐러(Bassler)사가 1990년부터 내놓는 BT-67이다. BT-67은 엔진만 바꾸는게 아니라 엔진 변경에 맞춰 동체 길이도 살짝 늘리고 항전장비 자체도 현대의 기준에 맞게 완전히 뜯어고쳤다.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아예 완전분해 후 재조립하면서 상태가 나쁜 부품은 새로 만드는 등의 ‘재생산’수준으로 만드는데, 덕분에 거의 신품 수준으로 운용 주기를 늘릴 수 있다는게 업체의 주장이다.
BT-67은 볼리비아,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말라위, 말리, 모리타니아, 태국등에 군용으로 수출되었다. 이 중 운용 안하는 나라들도 있으나 모리타니아(1), 태국(7), 과테말라(1), 콜롬비아(6)등의 나라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운용중이다.
특히 콜롬비아는 BT-67을 수송기도 아니고 공격용으로 운용중이다. 콜롬비아 군 제식명칭 AC-47T로 불리는 이 기체는 6대 모두 2006년부터 배즐러를 통해 개조된 기체로, 게릴라전 제압용으로 도입됐으며 3정의 .50구경 개틀링 기관총으로 무장(일부 기체는 1정의 기관총을 20mm 기관포 1문으로 대체)했다. 현대의 기준에 맞게 야간전 능력도 FLIR를 통해 갖추고 있으며 현재도 게릴라전용으로 계속 운용중인데, 체공시간이 10시간에 달하기 때문에 이런 용도에 아주 적합하다고 알려졌다.
태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BT-67 운용국으로, 국토 상당부분이 정글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지형도 험준하기 때문에 여전히 비행장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아 BT-67처럼 비포장 활주로에서의 운용이 용이하고 덩치가 크지 않은 수송기가 공군에서 꽤 요긴하게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BT-67은 현재도 많은 나라에서 군용 혹은 민간용으로 애용되고 있으며, 지금도 느리지만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한다. 참고로 콜롬비아 공군에 사용중인 AC-47T중 한 대는 1944년 6월 6일에 공수부대를 노르망디에 투입한 역사를 가진 기체라고 하니, 무려 77년이나 현역으로 생활중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3~4년 안에 이 기체들이 퇴역할 기미는 안 보이니, 오래지 않아 현역 80년차 군용기를 우리가 볼 수 있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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