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미랄 마카로프 (Wikipedia)
아드미랄 마카로프 (Wikipedia)

이미 보도되었지만, 러시아의 흑해함대 주력함중 하나인 프리깃 아드미랄 마카로프가 우크라이나가 쏜 대함미사일(넵튠)에 피격되었다는 보도가 전 세계로 퍼진 상태다.

현지 시간 5일 오후 21시 43분, 한국시각 6일 오전 3시 43분경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이번 피격은 우크라이나군에서 6일 오후 2시(한국시각)에 러시아 해군 격침 전과를 10척에서 11척으로 늘리고 그로부터 수시간 뒤에는 영국이나 미국등의 주요 언론 매체들까지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기정사실처럼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것이 격침인지, 아니면 격침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황(한국 시각 오후 6~7시 사이에 러시아 해군의 인명구조가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음)인지는 불분명하나(한국시각 6일 오후 11시 기준), 피격 후 전투불능의 큰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어떻게 보면 이번 피격은 모스크바함 격침보다 이번 전쟁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 사실 모스크바는 함대방공 능력이 있는 기함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크지만, 애당초 함대방공 수요가 큰 상황도 아니거니와 대지공격 능력이 함포뿐인 모스크바가 실제 전황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아드미랄 마카로프는 배수량에서 모스크바의 1/3정도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작은 배지만 전쟁에 끼치는 영향은 더 크다. 최대 8발의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여러발이 사용된 칼리브르(Kalibr) 순항미사일중 일부가 마카로프나 흑해함대의 동급함 두 척(아드미랄 에센, 아드미랄 그리고비치)에서도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피격으로 러시아는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적잖은 피해를 주는 실제 전력중 하나를 잃은 것이다.

부얀-M급 콜벳에서 발사되는 칼리브르 (Russian Navy)
부얀-M급 콜벳에서 발사되는 칼리브르 (Russian Navy)

 

게다가 흑해함대의 전력에 끼치는 여파도 크다. 원래 흑해함대에 본격적인 원양 전투함(즉 프리깃급 이상)이라 할 배는 기함 모스크바를 빼면 5척. 그 중 현대전에 모스크바 이상으로 부적합하다 할 크리박급 두 척(1981~82년 취역)을 제외하면 실제로 믿을만한 전력은 아드미랄 마카로프를 포함한 아드미랄 그리고비치급 프리깃 세 척 뿐이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전투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모스크바의 경우 현대화는 됐다고 해도 결국 1960년대 개념으로 1970년대 기술을 써 1980년대에 건조한 구형함이다. 방공시스템이 기본 구성부터 구식이다. 반면 아드미랄 그리고비치급은 2016년부터 취역한, 그야말로 러시아군의 최신 전투함이다. 비록 개함방공 무장만 갖췄다고 하지만, 대함미사일 방어능력은 어떤 면에서는 모스크바보다 더 우수한 면이 있다. 미사일 사거리는 모스크바보다 많이 짧아도 동시대응능력은 훨씬 우수하고 탑재 센서및 전투체계 모두 더 신형이니 말이다(실제로 이 배는 얼마 전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를 격추하는 동영상을 공개, 방공능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아드미랄 마카로프함에 적용된 Shtil-1 대함미사일 시스템. 수직발사관을 적용, 중단거리 다목표 동시대응 능력은 상당히 높다. 육상용의 BUK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현대화 버전을 함상용으로 전용한 것이다. (Wikipedia)
아드미랄 마카로프함에 적용된 Shtil-1 대함미사일 시스템. 수직발사관을 적용, 중단거리 다목표 동시대응 능력은 상당히 높다. 육상용의 BUK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현대화 버전을 함상용으로 전용한 것이다. (Wikipedia)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아음속 대함미사일에 보기좋게 피격된 것은 과연 넵튠 미사일이 엄청나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러시아 함정의 대공 전투체계가 그만큼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까. 모스크바 함 피격때야 우크라이나를 엄청나게 깔봤을거라고 전제할 수도 있지만, 설마 모스크바함이 가라앉은 다음에도 똑같이 방심하고 있었을까? 그럴 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여간 어떻게 된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흑해 함대는 우크라이나 연안에서의 작전을 더더욱 하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대함미사일에 대한 개함방공이라도 제대로 가능한 배는 모스크바 상실 이후 아드미랄 그리고비치급밖에 없었는데, 그 배조차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면 나머지 배들은 우크라이나 해안에서 대함미사일 사거리 이내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특히 오데사 일대에 대한 상륙 가능성도 더더욱 멀어지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와 크름 반도를 이어서 우크라이나를 내륙국화한다”는 러시아의 야심은 더더욱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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