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바급 구축함의 후미. 위키피디아
슬라바급 구축함의 후미. 위키피디아

이번 모스크바함 격침에 대해, 슬라바급의 각종 방공센서류 배치 그 자체에 약점이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본의 트위터를 통해 올라와 그 내용의 개요를 정리해볼까 한다. 이 주장이 옳은지 어떤지는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나름 흥미로운 관점이라고 생각된다.

슬라바급의 경우 장거리 대공수색 3차원 레이더(아래 일러스트 9), 중단거리 대공수색 3차원 레이더(7),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S-300F)용 화기관제 레이더(11), CIWS용 화기관제 레이더(4, 15),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OSA-M)용 화기관제 레이더(13)등 대공 교전에 관련된 레이더류가 앞보다는 뒤에 모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거대한 P500/P1000 대함미사일 발사관이 앞에 집중된 디자인이다 보니 미사일및 CIWS의 관제에 필수적인 각종 레이더류의 밀도가 정면보다는 후방에 더 집중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은 있다.

 

이렇게(아래) 입체적으로 보면 이런 배치의 문제가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 요격의 주력이 될 S-300F용 관제 레이더는 물론이고 OSA-M용 관제 레이더, 심지어 CIWS용 레이더도 전방은 구조물에 가려져 어느 정도의 사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즉 위협이 발생하면 가급적 함미가 그 방향을 향하거나 최소한 측면이 위협 방향을 향하는 등 배 자체의 방향을 돌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은 레이더나 무장의 배치 때문에 위협의 방향에 따라 배를 돌려야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으로, 1987년에 이 배 중 한 척인 스타크함이 약 40km밖에서 날아온 이라크의 엑조세 미사일에 대처해야 할 때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무장이던 함포가 장착된 위치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사실 스타크함은 CIWS의 위치등 각 무장의 위치에 사각이 꽤 있기 때문에 위협을 미리 탐지하고 배의 방향을 돌리지 않으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부분적으로 증명되었던 셈이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기관제 레이더류중 상당수가 전방 구조물에 간섭받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기관제 레이더류중 상당수가 전방 구조물에 간섭받는다
미국의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주력인 Mk.13 대공발사대는 전방에 있어 후방 사각이 생기고, 76mm 함포는 가운데 뒤쪽에 있어 후방과 전방 사각이 생기며, CIWS인 팰랑스도 후방에 있어 포 후방 사각이 발생한다. 즉 위협의 방향에 대해 배 자체를 잘 돌리지 않으면 요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키피디아.
미국의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주력인 Mk.13 대공발사대는 전방에 있어 후방 사각이 생기고, 76mm 함포는 가운데 뒤쪽에 있어 후방과 전방 사각이 생기며, CIWS인 팰랑스도 후방에 있어 포 후방 사각이 발생한다. 즉 위협의 방향에 대해 배 자체를 잘 돌리지 않으면 요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키피디아.

 

자, 여기서 우크라이나가 바이락타르를 모스크바에 접근시켜 양동작전을 펼친다고 가정해보자. 우크라이나는 슬라바급 4척을 모두 건조한 나라인데다, 4번함은 아예 30년 넘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슬라바급의 요격체제가 가진 약점을 잘 알았을테고, 바이락타르의 비행 경로를 “모스크바가 함수를 육지쪽으로 돌리게끔” 잡았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모스크바의 시선이 바이락타르에 쏠릴 뿐 아니라, 지상에서 날아오는 넵튠 미사일에 민첩하게 대처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전방에 미사일이 명중하면 함의 피해는 아주 커질 수 있다. 전방에는 당장 함교가 있어 미사일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함장(전사한 듯) 이하 지휘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배의 주 대함무장인 P-1000 대함미사일이다. 이게 워낙 큰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폭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본 모스크바. 무려 16발이나 전방에 쏠려있는 거대한 대함미사일, 함포, 대잠로켓 등 맞으면 대형 유폭과 화재의 위험이 가득한 것들이 앞에 모여있다. 앞으로 미사일이 날아와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정면에서 본 모스크바. 무려 16발이나 전방에 쏠려있는 거대한 대함미사일, 함포, 대잠로켓 등 맞으면 대형 유폭과 화재의 위험이 가득한 것들이 앞에 모여있다. 앞으로 미사일이 날아와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뿐만 아니라 함수에는 130mm 함포도 있고 탄약고도 있다. 또 CIWS도 2문이나 전방에 있고 그것들 역시 탄약이 적재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잠 로켓에… 하여간 함수나 함교 주변에 넵튠이 두 발 맞았다 치면 어디에 맞았다 쳐도 ‘탄약고/미사일 명중후 화재 혹은 유폭 발생’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물론 측면 후방에도 S-300F 수직발사관 등 명중했을 때 대형사고로 연결될 곳은 많고 말이다.

즉 이번 우크라이나의 넵튠 공격은 그냥 ‘배가 있으니 미사일을 쐈다’로 끝나는게 아니라 해당 함정의 약점을 잘 알고 치밀하게 기획된 공격, 즉 "함수 방향에 미사일이 맞기 쉽게" 한 공격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이 배를 없애야 할 당위성이야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테고, 약점은 어쩌면 러시아보다 더 잘 알수도 있을 판이니 말이 안되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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