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12일 사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선에서 공세를 계속하면서 주요 장애물 중 하나인 시베르스키 도네츠 강을 건너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강은 러시아군이 반드시 건너야 할 진격로상에 있기 때문에 필사적인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중 한 지점에서는 한 곳에서 무려 70여대의 전차+장갑차량이 무더기로 격파당하며 실패하는 등 도하작전은 지금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다른 지점에서 부분적인 도하 성공은 있는 듯 하나, 러시아군의 의도대로 동시다발적인 도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이들이 본격적인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러시아군은 전통적으로 장갑차량의 도하능력 확보를 매우 중요시한 군대다. 이번에 도하 과정에서 격파된 차량들도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도하능력이 있다. 보병전투차인 BMP시리즈와 병력수송 장갑차인 BTR시리즈는 부항능력이 있고, T-72등의 전차도 심수도섭이 가능하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거의 모두 부교 가설을 위해 애쓰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도하능력이 있다고 그냥 아무데서나 강을 건널 수 있는게 아니다. 가장 문제가 강변의 상태다. 경사가 완만해 부항능력이 있는 장갑차가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상당수는 강둑이 있어 장갑차량이 직접 진입할 수 없다. 또 도섭능력이 있는 전차의 경우도 강바닥의 상태등이 전차가 밟고 지나가도 괜찮은지등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

또 다른 문제는 부항능력이 있는 장갑차량은 방어력의 한계가 생긴다는 것. 부피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게 만들 수 없으므로 결국 방어력이 희생될 수 밖에 없다. 러시아의 BMP시리즈들도 이런 문제를 오랫동안 지적받았다.

애당초 자력으로 도하가 가능한 장갑차량도 적의 공격이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건널 수는 없다. 도하 과정의 장갑차량은 지상에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취약하다. 느릴 뿐 아니라 지상에서라면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손상도 자칫 침수로 연결되어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군의 실패는 결국 장갑차량의 도하능력 그 자체보다 도하작전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입안되고 실행되느냐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도하작전만큼 실행부대가 취약해지는 상황도 없고, 그만큼 작전지역의 안전확보가 아주 중요하다. 아무리 도하능력이 되는 장갑차도 강 위에 떠 있는 순간, 그리고 강에 진입하고 나가는 그 순간은 한없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은 도하가 가능해 보이는 지점만 보이면 덮어놓고 도하를 시도하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거듭되는 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아울러 도하용 공병장비가 부족하다고 장갑차량의 도하능력에 의존하는게 도하장비 부족의 대안이 되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러시아군은 세계에서 도하능력을 갖춘 장갑차량의 비중이 그 어느나라 군대보다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도하 시도를 하는 곳마다 부교 가설을 서둘렀다. 결국 전차는 물론이고 그 뒤에 이들에게 보급해 줄 트럭들이 강을 건너려면 부교는 최대한 빨리 만들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장갑차량의 도하능력은 도하능력이고, 공병의 장비 확보는 별개 문제라는 이야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월간 플래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