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7아 뭐해 할아버지께 절 올려야지~
기관단총(Sub Machine Gun, SMG)은 세계 제1차대전 말기에 등장하였고, 2차 대전 당시에 그 유용성이 입증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1차대전 기간 동안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제국을 중심으로 한 협상국, 그리고 그에 대항한 독일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 왕국, 오스만 제국 등은 참호 내에서 빠르게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총기가 절실해지기 시작했다. 볼트 액션 소총들은 길고 연사력이 느렸으며, 당시의 기관총은 크고 무거워서 휴대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권총을 연발로 사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이 이루어지다가 기관총과 소총의 중간 단계에 있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물론 Chauchat이나 BAR, Fedorov Avtomat 같이 소총탄을 사용하고 나름 휴대성이 높은 초기 형태의 돌격소총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품질이 조악하거나 혹은 당대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기관단총의 등장은 참호전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시가지 전투나 근접전에서 보병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자동소총에 비해 단순한 구조와 작은 크기는 휴대성도 높았고, 생산 단가도 낮았기 때문에 비전투요원들이 사용하기에도 적합했고 노후화된 총기를 빠르게 대체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1940년대 말기에 접어들면서 SMG 디자인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총기의 손잡이에 탄창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총기의 크기를 더 줄여 휴대성을 높이자는 아이디어다.
단순히 휴대성만 높이는게 아니라, 노리쇠의 무게 중심을 더 뒤로 위치시켜 총기의 전후 밸런스를 더욱 이상적인 형태로 만들자는 아이디어였기에 기존의 SMG들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사격이 가능하고, 노리쇠의 위치가 기존보다 더 후퇴한 위치에 있기에 작은 사이즈에도 긴 총열을 사용하여 사거리나 탄도의 안정성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발상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총기 설계자였던 야로슬라프 홀레첵(Jaroslav Holeček, 1923~1977)에 의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다.
1946년, 체코슬로바키아 군은 대대적인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자국산 소총과 기관총, 그리고 기관단총의 개발을 서두른다. 특히, 기관단총의 경우 가벼운 무게와 작동 편의성, 간단한 구조, 그리고 약실의 오염 방지 등이 최우선 과제로 손꼽혔다. 그리고 1948년, 이러한 군의 요구 사항을 모두 부합하는 신형 기관단총, Vz 23이 정식으로 채용된다.
Vz 23은 세계 최초로 Telescoping Bolt라는 노리쇠를 채택한 기관단총이다. 수축식 노리쇠, 혹은 확장식 노리쇠라고도 한다. Telescoping Bolt의 특징은 노리쇠의 일부가 총열을 둘러싸는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총열과 겹치는 부분만큼 총 자체의 길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결과적으로 총의 전체 길이를 줄요 휴대가 간편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Telescoping Bolt 자체는 사실 그리 새로운 기술은 아니었다. 오히려 20세기 초반에 설계된 꽤 많은 권총들이 이러한 형태의 노리쇠를 적용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FN 1900이나 Steyr-Pieper 1909, Clement M1909 같은 권총들이 모두 Telescoping Bolt를 채용하여 휴대성을 높인 권총들이었다.
권총 손잡이에 탄창을 삽입하고 노리쇠가 뒤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기관단총과 권총탄을 사용하는 카빈들은 모두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UZI, MAC-10/11(잉그램), MP7, TMP, PM-63/84, TMP와 MP9, MX4 Storm 등이 모두 Vz 23의 이 방식을 답습한 케이스다.
가령, MP40과 비교를 해보자면, MP40은 개머리판을 접은 상태에서 길이가 630mm이고 중량이 4kg이고 총열이 251mm인데 비해, Vz 26의 경우 개머리판을 접은 상태에서 길이가 445mm, 중량은 3.27kg, 그리고 총열 길이는 284mm다. UZI의 경우 개머리판을 접으면 길이가 470mm, 중량은 3.5kg, 총열의 길이는 260mm로, Telescoping Bolt를 채택한 총기가 기존의 기관단총에 비해 얼마나 짧으면서도 훨씬 가볍고, 총열 길이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ZI 기관단총의 경우 아예 Vz 23을 라이선스 생산하려다 냉전이 심화되고 구 소비에트 진영과 척을 지면서 라이선스 취득이 어려워지자 아예 Vz 23을 대놓게 베낀 케이스다. 응 그러니까, Vz 23은 UZI에게 있어선 아버지 뻘, MP7에게 있어선 할아버지 뻘 되는 총인 셈이다.
물론, 탄창이 권총 손잡이에 삽입되면서도 Telescoping Bolt를 사용하지 않는 총들도 있긴 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Kel-Tec의 Sub 2000이다. Sub 2000의 경우 휴대성의 극대화를 위해 총열 자체가 접히는 구조다보니 당연히 총열을 감싸는 형태의 노리쇠를 채용할 수 없었던 거다. (대신에 Sub 2000은 장전손잡이를 개머리판 쪽으로 옮겨서 휴대성의 극대화 및 구조의 단순무식함을 실현시켰다)
단/연발 조작도 간편하다. 슈타이어 AUG처럼 방아쇠를 살짝 당기면 단발, 세게 당기면 연사가 되는 시스템이다. ‘그건 좀 위험한 거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방아쇠 압력 자체가 다른 SMG들에 비하면 좀 센 편이라 큰 위험은 없다. 안전장치도 단순함의 극치를 달리는데, 시어를 걸어주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저 방아쇠가 완벽하게 후퇴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형태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개발되어 약 35만4천정이 생산되었지만 Vz58 소총이 등장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개발된 지 10여년 만에 2선으로 물러나게 된 비운의 총기다. 고정형 개머리판을 가진 Vz23외에 접이식 개머리판을 장착한 Vz24와 Vz26은 그래도 나름 공수부대나 특수부대원들에게 지급되기도 했고 구 소련 붕괴 이후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분리된 이후 양국에서는 2선 급 잉여 장비로 취급되는 중.
여러가지 의미에서 비운의 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꽤 많은 양이 해외로 수출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거나 저강도분쟁이 잦은 국가들에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모잠비크, 시리아, 레바논, 쿠바, 니카라과, 로디지아 같은 나라들 말이다. 아일랜드 공화국군(IRA)도 테러 활동에 자주 이용해먹은 기관단총이고 캄보디아 내전 당시에는 크메르 루주가, 폴 폿의 철권 통치 시절에는 비밀 경찰들이 주로 사용한 기관단총이기도 했다.
이상, 플래툰 매거진 김찬우 기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