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가방에 총이 안 들어가.' '그럼 접으면 되잖아?'

Kel-Tec사 로고. 이미지 출처: Kel-Tec CNC Industries Inc.

1991년에 설립된 미국의 총기 메이커, Kel-Tec(정식 명칭은 Kel-Tec CNC Industries Inc)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특징을 가진 업체로 유명하다. 

Kel-Tec 본사가 위치한 플로리다 주 코코아(Cocoa)시. 

첫번째는 이 업체가 위치한 동네의 이름이 코코아(Cocoa)라는 점이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아주 작은 도시인데, 이 동네 이름의 유래도 좀 골 때리는게, '바닷가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긴 했는데 아무도 동네 이름을 지을 생각을 안 하다가 어느 날 바다에서 코코아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가 떠내려왔고, 이걸 발견한 이들이 "야 이건 우리 동네 이름을 코코아라고 지으라는 하느님의 계시야!"라고 해서 코코아로 지었다~라는 카더라가 있습니다'가 이 동네 시청의 공식적인 소개문이다. 

왼쪽의 조금 험상궂게 생기신 영감님이 바로 George Kellgren 翁이시다. 

두번째는 이 업체, 미국의 총기 업체인데 미국인이 설립한 업체가 아니라는 거다. 업체의 설립자이자 현재 CEO이기도 한 죠지 켈그렌(George Kellgren)은 스웨덴 출신으로, 1979년에 미국에 이민을 온 사람이다. 본명은 '괴란 라스 마그누스 켈그렌(Göran Lars Magnus Kjellgren).' 허스크바나(Hursqvarna)와 인터다이나믹(Interdynamic AB), 그렌델(Grendel) 같은 업체들에서 총기 디자이너로 활동을 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리고 미국 총기 역사에 있어 흑역사 중 하나로 치부되는 기관단총, KG-9을 설계하면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사람이다. 

스웨덴 Interdynamic AB사 시절의 영감님. 이 당시부터 괴랄한 센스의 총기를 디자인하는 걸로 유명했다. 

세번째는 이 업체가 생산하는 총기들 중에 뭔가 '보편적인 느낌'의 총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탄피를 앞으로 배출하는 불펍식 M14 컨버전이나 탄피를 뒤로 배출하는 5.56mm 불펍식 소총, 오로지 방아쇠의 압력으로만 안전을 제어하는 초 저렴한 권총, 2열의 튜브를 내장하고 있는 펌프식 샷건 등, Kel-Tec의 총기들은 뭔가 괴랄하고, 요상하고, 재밌는 제품들이 많은 편이다. 

오늘은 Kel-Tec의 그런 괴랄한 제품들 중에서도 단연 톱을 달리는 총을 하나 소개할까 하다. 바로 '반으로 뚝딱 접히는 반자동 소총', SUB 2000이다. 

오늘의 주인공, Kel-Tec SUB 2000. 

흔히 ‘카빈’하면 짧은 총이라고만 인식하는 경우가 강한데, 금속제 탄피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절에 카빈은 주로 ‘권총 구경의 탄환’을 사용하는 총기 중에 하나였고, 소총탄을 사용하는 카빈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약 100여년 간 카빈은 ‘권총 구경의 카빈총’을 의미했다. 

미화로 400불 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반자동 소총이다. 

이들 권총 구경의 카빈 총기들은 ‘리볼버 방식 권총’의 동반자로 개발되어, 동일한 카트리지를 사용하지만 리볼버에 비해 보다 빠르게 사격할 수 있고 더 높은 사격 정밀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소총들에 비해 작고 휴대가 편하기 때문에 개척민들이나 현상금 사냥꾼들, 혹은 남이 소유한 금광을 터는 도둑들(Claim Jumpers)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1차대전과 2차대전 등에선 공수부대나 전차병, 수송차량 운용 인원들을 위한 일종의 PDW 형태의 총기로도 각광을 받곤 했다. 1차대전 초기에는 참호 내에서의 전투를 상정한 권총 구경 카빈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인류 최초의 CQB 전용 총기의 등장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SUB 2000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으로, 무려 총이 반으로 접힌다. 

대전기와 냉전기를 거치면서 권총 구경의 카빈, 혹은 권총과 동일한 구경의 탄환을 사용하는 카빈은 그보다 더 구경이 크고 화력과 사거리가 높은 총기들에 밀려 극히 일부의 특수용도를 위한 총기들을 제외하면 존재감을 잃고 마는데, 의외로 민간 시장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다양한 제품들이 나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데, 일단 군용 소총을 민수화한 제품들보다 가격적인 면에서 저렴하고,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정비성이 높고, 자위(Self-Defense)를 위한 용도건, 혹은 타겟 슈팅 정도를 위한 레크리에이션 용도건 간에 접근 난이도가 낮기 때문이다.

접으면 이 정도로 컴팩트해진다. 

게다가 기존의 권총 구경 카빈들과 달리 요 근래(라고 해도 2~30년 정도이긴 하지만)에 생산되고 있는 권총 구경 카빈들의 경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권총의 탄창을 그대로 유용할 수 있거나, 혹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권총의 하부 리시버를 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컨버젼 킷 형식으로도 나오고 있는 추세다.  

SUB 2000의 원조 격인 SUB-9. SUB-9은 Kel-Tec의 초창기 제품인 p-11 권총의 하부를 이용하여 제작된 카빈으로, 1995년에 처음 등장했다. 

SUB 2000은 Kel-Tec이 만든 최초의 '반으로 접히는 소총'은 아니다.  1995년에 자사의 첫 권총이었던 P-11의 하부 리시버를 이용하여 개발한 SUB-9이 최초였다. 접으면 길이가 40센티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고 펼쳐도 80센티미터가 채 안되는 점과 글록 탄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최고의 PDW'라는 마케팅으로 선을 보였다. 2001년에는 무려 5.56mm x 45구경 탄을 사용하는 SU-16 Utility Rifle이라는 소총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SUB-9은 더블 트리거 외에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고 무게도 무거운데다가 품질도 조악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당시에는 '못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그리 잘 팔리진 않았다.  

2001년에 등장한 SU-16. 성능은 꽤 뛰어난 반자동 카빈이었지만 역시 '못 생겼다'는 이유로 그리 잘 팔리진 않았다. 

SU-16도 마찬가지. 5.56mm 구경의 SU-16은 레크리에이션 사격이나 호신용, 혹은 수렵용으로 나온 제품으로, 생긴건 저렇게 생겼어도 나름 단행정(숏 스트로크) 피스톤 타입의 반자동 AR이며, 성능이 꽤 준수한 편이긴 한데 역시 못 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당한 총이다. 물론 플래툰 김기자는 이런 총 엄청 좋아하긴 하지만. 

SUB-2000의 또 다른 특징은 내부 구조가 단순하여 정비성이 높다는 것이다. 초기 제품들은 전반적인 내구성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상쇄를 했고 GEN II 부터는 내구성 및 확장성도 향상되어 나름 컬트 팬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SU-16과 마찬가지로 2001년에 등장한 SUB 2000은 SUB 9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상품성을 더한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먼저 P-11의 하부를 유용하지 않고 폴리머 재질의 리시버를 새로 설계하여 중량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탄창을 결합해도 2kg을 넘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SUB 9과 달리 추가로 안전 장치를 마련하여 오발 사고가 날 가능성을 줄였다. 그리고 세번째로 총을 반으로 접을 시에 자주 부러지던 힌지의 디자인을 보강했다. 9mm 탄환 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SUB 9과 달리 .40SW 탄을 사용할 수 있는 모델, 두 가지를 라인업 했고, 글록 17의 탄창만 사용할 수 있었던 SUB 9과 달리 보다 다양한 권총들의 탄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를 꾀했다.  

일단, 9mm 모델의 경우 글록17/19, 스미스&웨슨 M59, 베레타 92, 시그 자우어 P226 등의 탄창을 사용하는 리시버가 있고, .40SW 모델도 글록22/23, 스미스&웨슨 M4006, 베레타 96, 시그 자우어 P226의 탄창이 사용 가능하다. 다만, 현재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모두 글록 탄창을 사용하는 모델인 듯 하다.  

2001년에 등장한 SUB 2000 Gen I. Sub 9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모델이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았다. 
2001년에 등장한 SUB 2000 Gen I. Sub 9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모델이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았다. 

2001년에 등장한 첫 모델, 즉 Gen 1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다. 가늠자는 조절이 되지 않아 오로지 가늠쇠로만 상하좌우 조절을 다 해야 했는데, 이 가늠쇠가 폴리머 재질인데다가 이게 총열에 록타이트로 고정을 한 것에 불과했기에 사격 시에 발생하는 반동에 의해 가늠쇠 안쪽에 도포된 접착제가 녹으면서 가늠쇠 자체가 흔들리다가 빠져버리는 일도 많았다. 총열 덮개나 리시버 상부에 레일이 없어 광학 장비나 다른 액세서리를 장착할 수도 없었고 탄피 배출구가 작아서 탄이 걸렸을 때 이를 제거하기에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가늠쇠의 위치가 낮아 접용점이 애매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SUB-2000의 여러 디테일. 방아쇠울은 혹한기를 위해 열리도록 하는 기능이 아니라 총을 접을 때 사용하는 레버다. 보기보다 방아쇠울의 크기가 큰 편이라 장갑을 착용해도 큰 문제 없이 사격이 가능하다. 
SUB-2000의 여러 디테일. 방아쇠울은 혹한기를 위해 열리도록 하는 기능이 아니라 총을 접을 때 사용하는 레버다. 보기보다 방아쇠울의 크기가 큰 편이라 장갑을 착용해도 큰 문제 없이 사격이 가능하다. 

폴리머 재질의, 모나카 형태의 리시버를 고정하는 나사들도 불량이 많거나 사격 시에 쉽게 나사가 풀리는 경우들도 많았고, 권총 손잡이도 너무 '매끈'한 텍스쳐로 인해 그립감이 부족한 문제도 있었다. 그래도 300불에 카빈을 살 수 있다는 점과, 이동 시에는 반으로 접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권총탄을 사용하면서도 100~150 야드 정도의 거리에서 안정적인 탄도와 사격 정밀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무거웠던 SUB-9이나 너무 괴랄하게 생겨먹인 SU-16보다 잘 팔리기 시작하며 나름 '효자 모델' 중 하나로 등극하게 된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권총의 탄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나 가벼운 폴리머 재질로 된 리시버 등도 SUB 2000만이 가진 장점 중에 하나이다. 

2015년에 SUB 2000 Gen II가 등장한다. 많은 부분이 개량되었는데, 먼저 가늠자를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형태도 AR15에 근접한 개방형 사이트로 바뀌면서 보다 영점 조절이 쉽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총을 접을 시에 총열을 개머리판에 결합시키기 위한 힌지 부분의 내구성 및 형태도 개선되었다. 총열에는 나사산이 별도로 마련되어 소염기나 소음기 등을 장착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총열덮개 상하부에 20밀리 피카티니 레일이 마련되었다는 점과, 양 사이드에는 M-LOK 슬롯이 함께 마련되어 광학장비 등 액세서리 장착도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꽤나 인기가 있는 모델 답게 Gen II 버전은 최신 트렌드인 M-LOK 타입 레일을 채용하고 있고 SUB 2000용의 광학 사이트 마운트나 소염기, 레일 등의 다양한 옵션들도 많은 편이다. 

탄피 배출구의 형상도 변경되었다. 크기가 커진 것 외에도 탄피 배출구의 형상 자체가 약간 변경되어 탄피를 앞으로 배출시키는 일종의 디플렉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가늠자의 형태도 변경된 데다가 가늠자의 높이 자체도 변경되어 가늠자에 최대로 밀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접용점이 개선된 부분이라던가, 안전장치 버튼의 형태가 커지고 상태를 확인하기 쉽게 붉은 색 링 처리를 하여 개선을 했다.  다만, 가늠자의 경우 여전히 다른 총기들에 비해 '너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Gen I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 뿐. M-LOK 슬롯이 이런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건 확실한 장점이라도 볼 수 있겠다. (총이 반으로 접히다보니 사실 도트나 스코프 등을 상부 레일에 달 수 없으니 ㅋㅋ)

Gen II가 등장하면서 가격이 살짝 올랐는데 여전히 400불 대 초반 정도의 가격으로 저렴한 편. 상품성 뿐 아니라 내구성도 상당히 향상되었기에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SNT건 다산기공이건 국내 총기 제조 업체에서 K5의 탄창 사용이 가능한, 요런 형태의 총기를 개발하는 건 어떨까? 하는 바램이 있다. K1A나 K2를 휴대하기에는 공간적 제약이 있는 항공기 조종사들이나 전차병, 혹은 기타 군용차량 운전수들에게 지급하면 위급한 상황에서 나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일종의 서바이벌 라이플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권총용 카트리지라고 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관통력이나 살상력을 지닌 데다, 아무래도 카빈 형태이다보니 사거리 확보나 사격 정밀도는 권총보다 높은 게 사실이니 말이다. 해외 민수 시장에 수출용 아이템으로도 좋을테고. 

뭐, 그렇다구.

p.s.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Kel-Tec이 SUB 2000 Gen II를 약 400정 정도 우크라이나 군에 기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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